'방구석 1열', 시청률 1%로 가둘 수 없는 월등한 가치들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JTBC <방구석1열>은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주말마다 방송되는 일반적인 영화 프로그램들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보통의 영화 프로그램들이 개봉하는 영화들을 소개하고 추천해주는 홍보 성격이 짙다면 <방구석1열>은 선정된 주제에 따른 영화를 인문학적으로 토크해 보는 교양 예능이다.
물론 조우진의 전작 <마약왕>과 <돈>을 다룬 20일 161회는 조우진의 새 영화 <발신제한> 개봉 시점에 맞춰져 방송됐기는 하다. 종종 이런 경우가 있는데 신작 홍보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방구석1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홍보보다 심도 있고 재밌는 토크다.
다만 깊이 있는 토크를 위해 영화의 배우가 <방구석1열>에 출연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배우가 방송에 나오기 좋은 신작 개봉 시점에 맞춰 테마를 잡기도 한다. 보통 <방구석1열>은 영화 두 편을 선정하고 출연 배우나 감독, 또는 제작자 등 해당 영화 관련자와, 작가, 의사, 범죄학자 등 전문가들이 함께 출연해 토크를 갖는다.
윤종신, 장성규, 봉태규, 장윤주, 정재형 등 전현직 MC들은 주로 진행과 재미를 담당한다. 변영주, 주성철, 민규동 등 영화감독과 비평가인 고정회원들은 출연한 배우, 전문가와 MC들 사이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영화적, 인문학적 토크가 재미와 깊이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방구석1열>은 가끔 2%를 간신히 넘기기는 하지만 대부분 1%대에 머무는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을 기록 중이다. 1%대 시청률 프로그램들은 금방 폐지되는 경우가 많지만 2018년 5월 시작돼 3년째 일요일 오전 변함없이 찾아오고 있다.
시청률은 낮지만 열혈 시청자들이 존재하고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이 넘친다. JTBC는 물론 JTBC2와 JTBC4뿐만 아니라 DRAMAcube, E채널, 더라이프, 디스커버리 등 다양한 채널에서 수없이 재방송되는 중이다.
다섯 곳 이상에서, 그것도 서로 다른 성격의 채널에서 함께 재방되는 일은 <방구석1열>보다 몇 배 시청률 높은 인기 프로그램들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보통 재방이 많으면 채널을 돌리다가 나오면 멈추고 시청하고, 이미 본 회차도 또 보는 그런 프로그램들인 경우가 많다. 생활의 일부로 친근하게 자리 잡아 그런 것인데 대표적인 예로 <나는 자연인이다>나 <맛있는 녀석들>이 그러하다. <방구석1열>도 이렇다 보니 본방송도 장수 프로그램으로 접어들고 있다. <방구석1열>에는 시청률을 넘어서는 월등한 가치들이 있다.
최근 교양 예능의 한 갈래인 스토리텔링 예능 붐이 일고 있다.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출연자들의 토크로 재미를 전하는데 때로는 지식이나 정보를 담기도 하는 예능들이다. MBC <심야괴담회>,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이하 <꼬꼬무>), <당신이 혹하는 사이>(이하 <당혹사>) 등이 지상파에서 만날 수 있는 스토리텔링 예능들이다.
tvN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이하<범쓸신잡>) 그리고 최근 종영한 JTBC <그림도둑들> 등 케이블과 종편의 주요 채널들에서도 스토리텔링 예능은 흔히 전파를 타고 있다. 이런 현재 트렌드의 발화점에 <알쓸신잡>과 <방구석1열>이 자리잡고 있다.
그 전에도 교양 예능은 존재했지만 스토리텔링을 재료로 인문학적 접근의 토크가 뼈대가 되는 예능은 이 두 프로그램이 예능적 틀을 잡고 이후 활발해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알쓸신잡>은 여행지의 여러 역사적, 예술적 오브제들을 만나고, <방구석1열>은 영화를 다시 보고 토크를 나누는 과정에서 스토리텔링과 인문학적 해석의 참 재미를 불러낸다.
<방구석1열>은 현재 스토리텔링 예능 출연 인력들의 사관학교 같은 역할도 하고 있다. 윤종신, 장성규, 봉태규, 변영주 등은 MC나 토커로 <꼬꼬무>, <당혹사>, <범쓸신잡>, <그림도둑들> 등 이야기가 있고 토크가 필요한 여러 프로그램에서 모셔가는 귀한 몸이 됐다.
'방구석1열'이라는 말은 하나의 프로그램 제목을 넘어 문화의 주요한 한 현상을 표징하는 용어가 되기도 했다. 영화나 공연 등 콘텐츠에 대한 온라인 감상 방식을 신세대 표현법으로 만든 이 조어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온택트 현상이 급속히 심화되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문화, 사회학적 용어가 돼버렸다.
<방구석1열>은 클래식이 돼가고 있는 느낌이다. 방송 기간 3년 좀 넘은 프로그램에게 그런 거창한 칭호를 붙이기는 좀 과도해 보인다. 시청률이 방송사에 남을 엄청난 수치를 기록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하지만 교양과 재미의 탁월한 균형, 비슷한 유형의 프로그램들을 선도하는 포지션, 여러 채널에서 재방되는 친근함, 여기에 제목이 프로그램을 넘어 거대한 문화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로 확장되는 상황 등을 더해 보면 <방구석1열>에는 시청률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가치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가치에서는 균형, 기준, 깊이, 지속성 등이 느껴진다. <방구석1열>은 그래서 클래식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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