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범잡' 영화 같은 박준영 변호사의 재심, 선한 네트워크 있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1. 6. 2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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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푼도 받지 않고 아이들 녹취를 한 달 이상 풀었던 걸로 저는 기억하는데요, 그런 속기사님의 노력이 전혀 부각이 안됐었습니다. 그냥 무죄 받으면 변호사의 공으로 다 생각하고. 근데 이 13년 만에 <유 퀴즈 온 더 블럭> 에 공이 드러나고 하니까 너무나 기분이 좋았고 그 이야기를 한 번 더 하고 싶었던 거죠."

tvN <알쓸범잡> 에 게스트로 참여한 박준영 변호사는 자신이 재심 전문이 되게 됐던 결정적 계기가 된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의 재심 과정을 털어놓으며, 그것이 자신의 공만이 아닌 많은 이들의 숨은 도움이 있었다는 걸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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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범잡', 박준영 변호사가 밝힌 재심의 숨은 주역들

[엔터미디어=정덕현] "한 푼도 받지 않고 아이들 녹취를 한 달 이상 풀었던 걸로 저는 기억하는데요, 그런 속기사님의 노력이 전혀 부각이 안됐었습니다. 그냥 무죄 받으면 변호사의 공으로 다 생각하고. 근데 이 13년 만에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공이 드러나고 하니까 너무나 기분이 좋았고 그 이야기를 한 번 더 하고 싶었던 거죠."

tvN <알쓸범잡>에 게스트로 참여한 박준영 변호사는 자신이 재심 전문이 되게 됐던 결정적 계기가 된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의 재심 과정을 털어놓으며, 그것이 자신의 공만이 아닌 많은 이들의 숨은 도움이 있었다는 걸 밝혔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오기도 했던 속기사님이 그 사건의 재심을 위해 일일이 녹취된 파일의 내용들을 무료로 기록해줬다는 것.

그런데 그 재심에 도움을 준 분들은 속기사님뿐만이 아니었다. 국선 변호사로 너무 많은 일들에 치여 지내고 있을 때 들어오게 된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은 박준영 변호사에게는 사실상 어렵다 판단된 재심사건이었다. 5명의 청소년들과 2명의 노숙인이 모두 자백을 통해 살인을 인정했던 사건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건 검찰의 강요와 협박, 유도에 의한 자백이었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경기도 청소년 상담센터의 선생님들이 찾아왔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 아이들이 다니곤 했던 상담센터였다. 아이 중 한 명이 그 선생님에게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며 억울하다는 편지를 보냈다는 것. 선생님들은 그 편지를 들고 박준영 변호사를 찾아오게 됐다는 거였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억울한 것 같다고 사건을 봐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하지만 박준영 변호사는 너무 바빠서 선생님들에게 퇴근 후 사무실을 찾아와 각자 검토를 부탁드린다고 했고, 그 후로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진술 내용을 도표로 만들어 모순점을 찾아냈다. 또 수원역의 사진을 다 찍어 CCTV 위치가 어디에 있는 것까지 그려 왔다. 몇 달을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나섰던 거였다.

박준영 변호사는 당시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 내용을 알려줬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선생님들이나 변호사가 계속 증거도 수집하고 응원도 해주고 이런 걸 겪으면서 이 아이들이 이제는 우리를 믿고 지켜주는 사람이 있구나 라는 그건 경험하지 않았겠냐"는 내용이었다. 실로 이 영화 같은 이야기는 자신들의 실적을 위해 강요된 자백으로 무고한 아이들을 살인자로 몰아넣은 '성실한 악'이 존재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그 무고함을 찾아내고 변호해준 '선한 네트워크' 또한 있었다는 걸 말해줬다.

그밖에도 실질적으로 재심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로 죽은 아이의 사망 원인과 사망 추정 시간을 법의학적으로 분석해준 이윤성 교수가 있었고, 끝까지 진술 번복을 하지 않던 아이에게 편안하게 심문을 함으로써 결국 진술 번복을 하게 해준 조희대 재판장 같은 분들의 드러나지 않았던 노력이 있었다.

박준영 변호사는 이미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온 바 있고, 최근에는 SBS <날아라 개천용>같은 드라마는 물론이고, 여러 영화를 통해서도 그의 재심 과정이 조명되어 누구나 알 정도의 스타 변호사가 된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알쓸범잡>에서 내놓은 재심 과정의 이야기를 보면, 그토록 어려운 재심의 승소가 보이지 않은 많은 이들의 숭고한 노력에 의한 결과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분들이 있어 그나마 우리네 삶이 살만해지는 건 아닐는지.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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