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전화 테러' 선동은 反민주주의 범죄

기자 2021. 6. 2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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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광주에서 때아닌 만민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 배훈천 씨는 자영업자로서 생활 현장에서 경험한 바를 토대로 현 정부의 소주성 등 경제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첫째, 배 씨의 발언은 아무리 광주가 현 여권의 상징적 지역이라 할지라도 그 지역 생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기 위해 계획했을 때 나올 법한 쓴소리 가운데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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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지난 12일 광주에서 때아닌 만민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 배훈천 씨는 자영업자로서 생활 현장에서 경험한 바를 토대로 현 정부의 소주성 등 경제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소 거친 감이 있지만, 광주 지역의 다양한 일반 시민이 자유롭게 발언하고 이야기하는 토론회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을 만한 발언이었다. 그렇다고 그의 발언이 이전에 한 번도 제기된 적이 없는 새로운 발언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토론회 이후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아마도 민주당의 ‘텃밭’ 광주의 현장 분위기를 대표한다고 간주된 때문인 듯하다.

배 씨 사태는 우리의 정치·사회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첫째, 배 씨의 발언은 아무리 광주가 현 여권의 상징적 지역이라 할지라도 그 지역 생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기 위해 계획했을 때 나올 법한 쓴소리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 발언조차 나오지 않도록 했다면 만민토론회는 애초에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된 어용 행사로 끝났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발언을 광주 지역의 한 자영업자 발언으로 받아들이고 당초 계획한 대로 그의 발언을 포함해 현장 목소리를 정리해 국정에 반영하면 되는 것이었다.

둘째, 하지만 발언 이후 반응은 전혀 달랐다. 그런 비판이 정당한가 하는 진지한 논란 대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는 그의 과거 행적을 추적하고 그의 발언을 폄훼하기에 급급했다. 또, 지역 시민들의 토론회에서 한 시민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그의 신상을 털고 그 과거 행적으로 그의 발언의 무게를 깎아내리려 했다. 이러한 사실은 공공 언론의 책무에 어긋날 뿐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곧이어 조국 전 법무장관이 이를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퍼 나르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진영 논리에 갇혀 “달을 보지 않고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겠다”고 한다는 배 씨의 반박은 이러한 사태 진전의 정곡을 찌른다.

셋째, 조 전 장관의 온라인 행태도 비판받을 만하다. 그는 엄청난 열정을 가진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스타 이용자다. 그런 만큼 자신의 행위가 미칠 사회적·정치적 영향을 고려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배 씨의 발언이 정치적인 이견은 있으나 다른 자영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과거 5·18역사왜곡처벌법을 비판했다고, 극우로 낙인찍힌 일명 태극기부대나 일베일 것으로 추정하는 기사를 퍼 나른 것은 그의 발언을 폄훼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 결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의 행위는 형법 제307조 ‘공연히 허위의 사실’(2항)뿐만 아니라, ‘공연히 사실’(1항)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해당할 수도 있다. 또, 조 전 장관은 형법 제34조에 따라, 그의 수많은 팔로워에게 전화나 휴대전화 테러를 ‘교사 또는 방조’했다는 혐의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시민이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자신과 가족들에게 경제적 손실, 정신적 고통, 심지어는 육체적 위해까지를 느끼도록 몰아가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추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진영 논리에 갇혀선 민주주의 발전을 결코 이뤄낼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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