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등에도 전기료 동결..4분기 인상 불가피
코로나 장기화 속 물가상승 우려 등 반영
할인 축소·여름철 사용량 증가도 고려한듯
4분기는 인상 가능성..정부도 "검토할 것"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정부가 연료비 상승에도 전기요금 인상을 억누른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서민 가계 부담과 물가상승 우려에 따른 결정인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소득 정체에도 장바구니 물가는 계속 오르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전기요금까지 올리면 가계의 심리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1일 한국전력이 발표한 '2021년 7~9월분 연료비 조정 단가 산정내역'을 보면 3분기 연료비 조정 요금은 전분기에 이어 ㎾h(킬로와트시)당 3원 인하를 유지한다. 국제 연료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2개 분기 연속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연료비 조정 요금은 실적연료비(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와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의 차이인 변동연료비를 요금에 적용한 값이다.
직전 3개월간(3~5월)의 유연탄 가격은 세후 기준 ㎏당 평균 133.65원, LNG 가격은 490.85원, BC유는 521.37원이다. 유연탄과 BC유의 경우 2분기 기준 시점(지난해 12월~올해 2월)보다 ㎏당 평균 가격이 각각 20.05원, 78.73원 올랐다.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해 산정한 조정 단가는 지난 1·2분기(-3원)보다 3원 오른 ㎾h당 0원이다.
3분기 변동연료비는 10.31원으로 이를 적용한 연료비 조정 단가는 1·2분기(-3원)보다 4.7원 오른 1.7원이 돼야 하는데, 직전 요금 대비 3원까지만 오를 수 있어 ㎾h당 0원으로 산정됐다.
다만 한전은 정부의 운영 지침을 받아들여 2분기 연료비 적용 단가인 -3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조정하려면 정부로부터 최종 인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기로 한 배경으로 '국민 생활 안정'을 먼저 꼽았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6%)이 9년1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이고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과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3%, 2.6% 뛰었다. 특히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9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2개월 연속 2%대 오름세가 이어진 것은 지난 2018년 11월(2.0%)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최근의 물가 흐름은 석유류,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생활과 직결된 공공요금인 전기료를 올리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뿐 아니라 심리적 가계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정부는 한전 측에 연료비 조정 단가 유보를 통보하며 "코로나19 장기화와 2분기 이후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 안전을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개선으로 다음달부터 월 200㎾h 이하 전력을 사용하는 일반가구 대상 할인액이 월 4000원에서 월 2000원으로 줄어 사실상의 전기요금 인상이 예고된 점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3분기는 에어컨 등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 데다, 올여름이 평년보다 무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전기요금 동결 결정에 무게를 실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3분기부터 만 18세 이상 연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이 진행되며 경제활동 정상화에 속도가 붙으면, 4분기에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부담이 덜할 것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최근의 국제 연료비 상승세가 이어지면, 정부가 4분기 전기료까지 제동을 거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서민 가계 부담을 위해 전기료를 동결했다고 하지만, 한전과 발전사의 실적 개선이 어려워지는 데 따른 주주들의 반발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전력 산업의 에너지 전환 관련 투자 등이 늦춰질 수 있는 점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정부도 "하반기에도 현재와 같이 높은 연료비 수준이 유지되거나 연료비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4분기에는 연료비 변동분이 조정단가에 반영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론을 의식해 4분기 연료비 연동제 적용도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대선이 끝날 때까지 전기요금을 (인상요인이 있는데도) 올리지 않는다면 결국 한전과 차기정권에 부담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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