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가가 신고가..거래 허가·재건축 규제가 무색한 서울 아파트

허지윤 기자 2021. 6. 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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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의 거래절벽 심화가 가시화했다는 진단이 잇따르는 가운데, 최근 경매시장에 나온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물건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돼 역대 거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최근 경매시장에 나온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106동 6층 전용 141㎡(42.7평형)짜리가 지난 15일 감정가(29억3000만원)보다 약 29% 늘어난 36억 6122만7000원에 낙찰됐다. 경매 낙찰가격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아파트 같은 면적 평형의 직전 매매 실거래가는 32억5000만원(3층), 30억원(9층), 29억 7000만원(5층) 등이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미도맨션 등 재건축 추진 단지 일대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조선일보DB

미도맨션은 지은 지 39년된 2435가구 규모의 재건축 추진 단지다. 정비사업을 추질 할 때 넘어야하는 주요 관문인 ‘안전진단’을 통과해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로 꼽힌다.

이보다 앞서 경매가 진행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동양파라곤 171㎡짜리는 38억8820만원에 낙찰됐다. 해당 면적보다 큰 197.46㎡짜리가 작년 말 37억3000만원에 실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마찬가지로 종전 실거래가를 뛰어넘었다.

명도 등의 문제로 경매가격은 통상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여겨지지만 경매가가 신고가를 기록하는 경우가 줄잇고 있다. 이는 주택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국면에 복잡한 세금 규제로 매물이 줄어든 데 따른 여파다. 실수요자들이 경매시장에 나온 매물이라도 낙찰받기 위해 시세를 모두 반영한 응찰가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 경매로 아파트를 취득하면, 일반 매매와 달리 지자체 거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가 면제되는 것도 응찰자가 몰리는 이유다. 현재 청담·삼성·대치·잠실·압구정 등지에서 아파트를 매매할 때는 구청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거용 토지의 경우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민사집행법’에 따라 경매 등의 경우에는 토지 거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이 있고, 경매로 아파트를 취득하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도 없어 매매시장에서의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시·군·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토지거래허가를 받고도 매도자 변심으로 계약이 불발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런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명도와 권리 분석만 잘 하면 되는 경매로 주택을 취득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시장으로 나오는 매물 자제가 적은데다 경매를 통해 아파트 취득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니 경매시장에서 강남 지역 고가 아파트의 인기가 더 높아졌다”고 했다.

경매 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인기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115.9% 를 기록하면서 3월부터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3월 낙찰가율은 112.2%, 4월은 113.8%였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다. 낙찰가율이 100%보다 높다는 것은 감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낙찰가율이 높다는 것은 경매 물건에 대한 투자 또는 소유 가치가 높게 평가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서울 송파구 문정동 문정래미안 전용 121㎡(14층)짜리 경매 물건도 시세보다 비싼 17억91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는 14억5000만원이고, 일반 매매시장에서 동일면적 역대 최고가는 지난달 거래된 17억6000만원(17층)이었다. 경매에 붙여진 서초구 방배동 방배2차 이편한세상 전용면적 163.36㎡ 중 81.7㎡에 해당하는 지분이 9억4111만1000원에 매각됐다. 이보다 앞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60㎡(6층)짜리 경매물건은 18억8999만9999원에 낙찰됐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올 들어 지역을 가리지 않고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인기가 치솟으면서 전국 아파트 월별 낙찰가율이 100%를 넘겼다”며 “최근 주택 매매 시장의 전반적인 상승세가 경매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에 수요가 몰리는 주요 주거지역 내 아파트가 경매시장으로 나오기 어렵다보니 물건 자체가 적어 당분간 높은 매각가율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매 물건의 권리 관계를 꼼꼼히 확인하고, 예전처럼 대출이 쉽지 않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매 물건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적용 받는다.

한편, 지난 달에는 경매에 붙여진 강남구 청담동 삼성첨담 129.16㎡ 중 90.4㎡의 지분 매각이 126억원에 이뤄져 화제가 됐는데, 응찰자(낙찰자)가 응찰가에 0을 하나 더 붙이는 실수로 확인돼 재매각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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