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순이·고기덕후·HMR..코로나가 바꾼 식품소비 지형[언박싱]

2021. 6. 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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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소비는 줄어도 식품지출은 증가
외식 대폭 줄고 신선·가공식품 소비↑
가구주 60대 이상도 HMR 찾기 시작
고객이 편의점에서 간편식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식탁을 송두리 째 바꿔놓았다. 경제 발전과 함께 급격히 늘었던 외식 비중은 다소 줄었고, 대신 ‘집밥’ 열풍에 따른 신선·가공식품 지출은 대폭 늘었다.

특히 가정간편식(HMR)으로 불리는 즉석·동결식품은 20~30대 젊은 가구주들 뿐아니라 60대 이상도 자주 찾을만큼 보편적인 식품군이 됐다. 하지만 우유는 주 소비층인 영·유아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순위가 곤두박칠쳤다.

10배 빨라진 엥겔계수…소비 줄여도 식품지출은 늘렸다
고객이 밀키트를 구미하려고 제품을 보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2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2020년 가구의 가공식품 지출 변화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됐지만, 식품비 지출은 오히려 늘었다.

우리나라의 2020년 가구당 월 평균 소비지출액은 240만123원으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코로나19에 의한 경제 침체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힌 것이다. 하지만 식품비 지출액은 70만5721원으로, 전년에 비해 3.8% 증가했다.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빨라질 때마다 건강에 좋은 고기나 야채 등 신선식품을 찾으면서 식비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재래시장이나 신선식품 등에만 적용되던 정부 지원금의 영향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엥겔계수(전체 소비지출액에서 식품비 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는 27.7에서 29.4로 껑충 뛰었다. 우리나라의 엥겔계수가 지난 2010년 이후 매년 약 0.1~0.2 늘어왔던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에는 예년보다 10배 가량 빠른 속도로 높아진 셈이다.

코로나가 꺾은 ‘외식 열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외식 비중이 급격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가구당 외식비 지출액은 30만9000원으로, 전체 식료품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3.8%였다. 이는 전년에 비해 5.3%포인트 감소한 수준이다.

그간 외식비 비중은 2010년 이후 거의 줄어든 적이 없었다. 경제 발전과 함께 밖에서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외식 수요도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2010년 46.4%였던 외식비 비중은 2019년 49.1%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정부의 방역수칙 강화와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등의 영향으로 외식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대신 집밥 열풍으로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지출은 대폭 늘었다. 신선식품의 경우 지난해 가구당 18만3300원을 지출해 전체 식료품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나 됐다. 이는 전년(23%)보다 3%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가공식품 역시 27.9%에서 30.2%로 늘며, 처음으로 전체 식료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60대 이상도 ‘즉석·간편식품’ 찾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품목별로 보면 HMR로 분류되는 즉석·동결식품의 선전이 눈이 띈다. 즉석·동결식품은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지출액 상위 21위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 4위로 올라선 후 지난해에는 톱 3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30 젊은 세대 뿐 아니라 60대 이상 장년층도 HMR을 찾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60대 이상 가구주의 지출 품목 상위 8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가공식품 중 말린고추의 순위도 눈에 띈다. 말린고추는 보통 김치를 담그거나 고춧가루 마련을 위해 구매하는데, 매년 순위가 밀리던 말린고추가 최근 수요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2000년 5위였던 말린고추의 지출 순위는 지난 2015년 17위까지 떨어졌다가 2019년 16위, 2020년 14위 등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집밥 수요가 늘면서 집에서 김치를 담그는 가구가 증가하자 사람들이 다시 말린고추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특이한 점은 사먹는 김치 역시 22위에서 20위로 순위가 높아졌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가공식품 1위를 달리던 우유는 순위가 5위로 떨어지는 수난을 겪었다. 우유의 주 소비층인 영·유아 수가 급격히 줄어든데다 우유 대체식품 등이 늘어나면서 우유 소비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대신 그 자리에 ‘식빵 및 기타빵’과 ‘한과 및 기타과자’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빵류는 집밥에 지친 사람들이 간편식을 찾기 시작하면서 밥 대용의 식사빵으로 인기가 되물림 돼 2년 째 가공식품 지출 1위를 지키고 있다.

이계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의 식료품 지출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식 비중은 줄어든 대신 신선·가공 식품이 대폭 늘었다”며 “품목별로 보면 즉석·동결식품과 말린고추, 생수 등의 순위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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