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선수 3남도 제자리 찾은 한화, 후계구도 또렷해졌다

김유림 기자 2021. 6. 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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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형제 제조-금융-레저 삼각편대 구축.. 승계 자금 마련은 넘어야 할 산
5월 한화에너지에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소속을 옮긴 김동선 상무는 2016년 리우데자이네루 올림픽에 출전한 바 있다. [GETTYIMAGES]
한화그룹 3세 경영 후계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동안 3형제 중 '변수'로 꼽히던 삼남 김동선(32) 상무가 최근 한화에너지에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소속을 옮기면서 전공인 승마와 프리미엄 레저 사업을 통해 경영 수업을 받게 됐다. 이로써 장남 김동관(38) 한화솔루션 사장은 방산과 에너지 등 제조업을, 차남 김동원(36) 한화생명 전무는 금융 계열사를, 삼남 김동선 상무는 레저 사업을 맡아 경영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김동선 상무는 도쿄올림픽(7월 23일~8월 8일)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6월 11일 서울시승마협회 승마훈련원에서 열린 2021 춘계전국승마대회 마장마술 A클래스 고등·일반부 경기에서 1위를 차지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애초 한국 승마에선 황영식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기로 돼 있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올림픽이 연기된 사이 국제승마연맹(FEI) 규정이 바뀌면서 황 선수는 '출전권 확보 이후 한 차례 이상 대회에 출전해 기준 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해 출전이 무산됐다. 단, 황 선수가 아니어도 올림픽 참가 최소 자격을 충족하면 출전이 가능한데, 그 기회를 김동선 상무가 잡은 것. 김 상무는 올해 2월과 4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해 FEI가 요구하는 올림픽 출전 자격에 부합하는 점수를 획득했다. 또한 김 상무는 4월 한국학생승마협회 회장선거에서 회장으로 당선됐다.

"주특기 살려 레저 사업 담당"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왼쪽).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사진 제공 · 한화, 한화생명]
김 상무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드디어 몸에 맞는 옷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태프트스쿨, 다트머스대를 졸업한 김 상무는 승마선수로 활동하다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던 중 폭행사건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으며, 2020년 퇴사했다.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입사했지만 6개월 만에 그만뒀다. 그리고 그해 말 한화에너지 글로벌 전략 담당으로 한화그룹에 재입사했다. 이번 이직을 두고 한화그룹 관계자는 "승마가 (김 상무의) 주특기이고 관심 분야라는 판단에 따라 승마와 프리미엄 레저 사업을 담당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김 상무의 이직 배경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가 있다. 김 회장은 2014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고 7개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올해 3월 복귀했다. 현재 김 회장은 삼형제를 중심으로 한 한화그룹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 김동관 사장은 태양광, 수소 등 에너지에 이어 그룹의 미래 먹을거리로 꼽히는 우주·방산 사업의 중책을 맡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9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이 합병해 탄생한 한화솔루션의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수소 등 신재생 그린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그룹 내 핵심 기업이다. 유통 계열사인 자회사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도시개발도 흡수합병해 외형을 키웠다.

김 사장은 2월 항공·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또한 3월 출범한 한화그룹의 우주 사업 전담 조직 '스페이스 허브' 팀장을 맡아 우주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는 금융 사업을 주도한다. 그룹 내 전략 기획통으로 꼽히는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으로부터 경영 수업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무는 2014년 한화생명 디지털팀장으로 입사해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 디지털혁신실 상무를 지냈다. 지난해 디지털 혁신을 통한 미래 신사업 창출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전무로 승진했다. 그룹 내 최대 금융 계열사인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3형제 지분 100% 에이치솔루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정리 등 과제가 남아 있다. 김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을 어떻게 세 아들에게 넘길지가 관건이다. 현재 ㈜한화 최대 주주는 지분 22.7%를 보유한 김 회장이다. 김동관 사장은 4.4%, 김동원 전무와 김동선 상무는 각각 1.7%로 미미한 수준이다. 삼형제 지분이 100%(김동관 50%, 김동원·동선 각각 25%)인 에이치솔루션의 지분(4.34%)을 더해도 3형제의 한화 지분은 12%에 그친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상장을 준비 중인 한화종합화학이 승계 자금 마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한다. 최근 한화종합화학은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한화종합화학은 최근 실적 부진에서 벗어났고 알짜배기 자회사 한화토탈이 중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최대 주주는 지분 39.16%를 가진 한화에너지다. 한화에너지는 에이치솔루션의 자회사다. 에이치솔루션→한화에너지→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인 셈. 따라서 한화종합화학이 상장을 통해 막대한 공모 자금을 확보하면 한화그룹 3형제는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영 승계를 위한 자금력을 갖출 수 있다.

그동안 에이치솔루션은 삼형제에게 해마다 수백억 원씩 배당을 해왔다. 지난해에도 4월 중간 배당을 통해 총 400억 원을 삼형제에게 지급했다. 배당이 아니더라도 이번 상장으로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향후 ㈜한화와 합병할 경우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 3세 경영 승계의 끝은 결국 에이치솔루션이 지주사가 되는 것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한화 지분을 30%까지 늘려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현재 ㈜한화 시총은 2조4000억 원으로, 에이치솔루션이 ㈜한화 지분을 30%까지 늘리려면 6000억 원가량이 필요하다. IB(Investment Bank)업계 관계자는 "에이치솔루션이 지주사로 전환되기까지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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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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