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부동산' 장나라 "계속 다른 모습 보여주는 시작점"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장나라(40)는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다. 어떤 역을 맡겨도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이번에는 퇴마사였다. 장나라는 지난 9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대박부동산’에서 ‘귀신들린 집’ 매매 전문 ‘대박부동산’ 사장이자 퇴마사지만, 엄마의 원귀는 20년째 퇴마시키지 못하고 있는 홍지아 역을 맡아 깊은 연기 내공을 증명했다.
“처음 대본을 봤을때 퇴마사라는 직업을 제 인생에 한번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역할에 끌렸다. ‘파격적인 변신을 할 수 있겠어’라는 느낌보다는 ‘이것 한번 해보겠어’라는 자세로 임했다. 열심히는 했다고 생각한다. ‘대박부동산’은 힘들기는 했지만 의미있는 작품이다. 이를 시작으로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싶다.”
장나라의 작품 선택 기준은 첫째, 전체적으로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가이고, 두번째는 그 속에서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인데, 이번에는 캐릭터에 끌렸다고 했다.
장나라에게는 새로운 작품, 처음 도전하는 퇴마사여서 이전 배역들과는 다른 준비와 연습이 필요했다. 분장도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다.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귀신들을 만날 때도 차갑게 반응해야 하는 홍지아 캐릭터 속성을 잘 표현해야 했다.
“오컬트 장르다 보니 그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특히 비주얼 준비를 많이했다. 제가 둥글둥글하고 평면적으로 생겨 날카로운 인상이 잘 안나온다. 그래서 눈을 치켜뜨는 연습을 계속했다. 제 눈동자가 위로 안가 이마를 붙잡고 치켜뜨는 연습을 많이 했다. 아이라인을 완전히 올려 그려보기도 했다. 제가 친오빠를 괴롭힐때 쓰는 말투도 많이 써봤다.”
장나라의 액션 장면도 적지 않았다. 그는 “액션은 감독님과 액션팀이 합을 잘 짜주신 덕분이다. 대역배우분들도 워낙 잘해 제 액션이 빛났다. 이걸로 제 개인적인 로망을 이룬 것 같다”고 답했다.
‘대박부동산’은 퇴마사, 영매, 원귀들이 나오는 특이한 장르의 드라마지만, 이야기는 보편적이다.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하나의 비결이었다.
“이야기가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리는 게 많았다. 주택 문제를 말하는 부동산 이야기에 엄마, 아빠, 가족 이야기가 많았다. 보편적인 이야기가 오컬트를 만났을때 뭔가 달라 보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장나라는 “남기애 선배님이 나오신 그린빌라사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옥탑방에 사는 만삭의 딸이 위험한 계단을 오르내리는 걸 본 남기애 선배님이 집을 마련하려다가 분양사기에 걸렸다“면서 ”극중 나의 엄마 홍미진(백은혜)이 딸과 함께 짜장면을 먹고 있는데, 철거하는 사람들이 와서 흙발로 엄마를 짓밟는 장면이 생각났다. 그래서 엄마가 좋은 곳에 가시지 못하고 20년간 원한으로 남았다”고 전했다.
장나라는 함께 한 배우들에 대한 칭찬과 덕담도 잊지 않았다. 촬영장에서 모창을 하며 분위기를 재밌게 만드는 정용화를 프로페셔널이라고 했다. 정용화와의 러브라인을 기대했던 사람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멜로는 없는 걸로 잡아나갔다. 외화 ‘X파일’의 멀더와 스컬리처럼. 남녀의 러브라인을 훌쩍 뛰어넘어 서로 목숨을 맡길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태, 인범(정용화)과 지아(장나라) 관계가 어쩌면 그런 진한 관계가 나오지 않을까 해서 러브라인을 잡고 가지는 않았다”고 말해주었다.
‘대박부동산’의 주 사무장으로 나온 배우 강말금에 대해서는 “왜 저렇게 맑지. 과자로 비유하면 언니는 참크랙커다. 담백하면서 손이 간다. 주 사무장이 냉정하면서도 따뜻하지 않나. 우리의 호흡은 너무 좋았다. 말금 언니가 예쁜 편지를 보내줘 큰 힘이 됐다. 살면서 이런 분을 몇 번이나 만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장나라보다 5살이나 어리지만 자신을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떠나지 못하던 엄마 원귀를 연기한 백은혜 씨도 기억에 남는다고했다.
장나라는 올해도 데뷔 20년이 됐다. 그동안 꾸준히 일을 해 “소처럼 일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장나라는 “소를 좋아한다. 연기자가 연기말고 할 게 뭐가 있나. 제가 연기를 계속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은 가족 등 소중한 사람들, 저를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개인적으로는 연기를 독보적으로 잘하고싶다. 제 꿈은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20년간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재밌고 버라이어티 하지 않는 저를 너그럽게 봐주시는 팬들 덕분이다. 감사하는 인생이다”면서 “아직 가수 활동 계획은 없다. 하더라도 엄청 연습해야 한다. 가수는 너무 좋은 추억이었다”고 덧붙였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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