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창작의 비밀을 아낌없이 털어놓다
얼마 전 정유정 작가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소설가의 삶을 들려주었다. 방송이 끝나고 얼마간 인터넷서점의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정유정 작가의 장편소설 대부분이 상위권에 올라 있었다. 그 리스트를 보다보니 창작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를 읽어야 하는데,라는 노파심이 들었다.
전국 고등학교의 문사들이 각 대학 문예공모전을 섭렵하는 동안 또 다른 집필자들은 웹소설로 분야를 넓히고 있다. 중학생부터 80대까지, 우리나라 웹소설 작가가 2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생글생글 독자 중에도 독특한 이름으로 웹소설을 연재하는 인기작가와 문예공모전을 통과한 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창작은 평생에 걸쳐 해야 하는 일이다. 오랜 기간 작품을 쓰려면 철저한 준비와 치밀한 노력 위에 자신만의 세계관과 독창적인 이야기를 세워나가야 한다.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를 읽으면서 치열한 작가정신과 함께 핍진성 있는 작품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진심을 담아 성실하게 답하다
이 책은 50여 권의 대담집을 낸 지승호 전문 인터뷰어가 질문을 하고 정유정 작가가 답변을 하는 형식의 인터뷰집이다. 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예로 들며 ‘소설은 어떻게 쓰여지는가’를 토로하는지라 책을 읽은 독자라면 생생한 현장감 속에서 이야기를 익힐 수 있다. 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도 지승호 인터뷰어의 핵심적인 질문에 정유정 작가가 진심을 담아 성실하게 답하는 내용에 귀 기울이면 얼마든지 이야기의 심연에 빠져들 수 있다. 긴장감 넘치는 정유정 작가의 소설만큼이나 이 책이 주는 울림이 커서 다 읽고 나면 이야기를 대하는 각오가 단단해질 것이다.
정유정 작가가 발표하는 소설은 바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데다 대개 영화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다. 어머니의 권유로 간호대를 졸업한 뒤 14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소설가의 꿈을 잊지 않았다. 퇴직 후 6년 동안 습작하며 공모전에서 10번 이상 낙방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다독은 필수다. 양적 풍요를 넘어 다양한 분야를 두루두루 접해보는 게 중요하다’며 오랜 방황이 귀한 퇴비가 되었음을 알린다.
지성을 자극하는 ‘생각하게 하는 소설’보다는 정서에 호소하는 ‘경험하게 만드는 소설’을 선호하는 정유정 작가는 독자에게 ‘실제에서 경험하기 힘든 일을 실제처럼 겪게 하는 과정을 통해 삶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려 애쓴다.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한 개인의 삶 혹은 삶에 대한 시각을 바꿀 수는 있다’고 믿는 작가는 독자가 소설 속에서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독할 정도로 세심한 밑 작업을 한다.
‘작가는 자기가 만드는 세계에 대해 신처럼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다. 내가 만든 세계에선 파리 한 마리도 멋대로 날아다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라며 정유정 작가는 필사적인 집필 과정을 독자와 공유한다.
모쪼록 포기하지 말라
지승호 인터뷰어는 ‘이 책은 소설가 정유정이 자신의 창작의 비밀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영업 기밀인데 괜찮겠냐는 우려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습니다’라며 걱정했다. ‘소재를 정하고, 개요를 쓰고, 자료를 조사하고, 배경을 설정하고, 형식을 정하고, 등장인물을 창조해내고, 초고를 쓰고, 플롯을 짜고, 1차 수정을 하고, 서술을 하고, 주제를 정하고, 탈고를 하고, 제목을 찾는’ 소설 쓰기 전 과정을 정유정 작가가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또한 감명 깊게 읽은 책과 유의해서 읽은 소설들까지 모두 밝혔다.
독자가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인기 작가 대열에 올랐지만 그녀는 ‘소설 쓰는 일이 늘 어렵고 두렵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저처럼 어렵고 두려운 일을 하면서 좌절하고 슬퍼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이야기’라며 자신이 욕망하는 일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모쪼록 포기하지 말기 바란다는 당부를 남겼다.
막 습작을 시작한 예비 작가든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든 유용한 얘기를 끊임없이 들려주는 든든한 동반자 같은 이 책을 숙독하면 좋을 것이다. 두려움을 넘어 막막함 속에서 소설을 시작해, 과연 이걸 끝낼 수 있을까 의심하면서 집필한 뒤, 평가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린다는 정유정 작가의 진솔한 토로에 귀 기울여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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