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없는 실손보험..동양·ABL생명 "안 팔아야 하나" 갈팡질팡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실손의료보험 출시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사진=동양생명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을 출시해야 하지만 높은 손해율 때문에 언제 내놔야 할지 고민입니다.”(생명보험업계 한 관계자)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실손보험 적자가 이어지자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 중단할지 출시해야 할지 ‘갈팡질팡’ 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들은 아직까지는 버틸 여력이 되지만 중소형 생보사들은 섣불리 내놓지 못 하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4세대 실손보험 출시 일정을 확정짓지 못 하고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7월 중 내놓으려고 하지만 정확히 언제라고 못 박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ABL생명 관계자는 "4세대 실손보험 출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못 박았다. 지난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각각 112.0%, 132.2%다.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쓴 의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부분을 실비로 보장해주는 보험으로, 2003년 공적 건강보험을 보조하는 형태로 처음 도입됐다. 전체 국민의 75%인 3900만명 이상이 가입하면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은 판매 기간에 따라 구분된다.  

2009년 10월 표준화 이전에 판매된 구(舊)실손보험(1세대),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2세대), 2017년 4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신(新)실손보험(3세대·착한 실손보험), 다음달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4세대 실손보험이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발생손해액에 실제 사업비를 더해 이를 보험료 수익으로 나눠 계산한다.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사가 손실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 

적자가 2016년부터 계속되자,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시장에서 손을 떼고 있다. AIA생명, 오렌지라이프, 라이나생명 등이 2011∼2013년에 일찌감치 실손보험을 포기했고, 2017∼2019년에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KB생명 등이 잇따라 판매를 중단했다.  

신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도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부터 취급을 중단했다. 실손보험이 주력 상품인 손해보험업계와 달리 생명보험업계는 적자투성이 실손보험을 더는 판매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보험사가 늘어나는 것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상품구조 개편이 실손보험 문제를 푸는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며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든다고 해도 잘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은 손해율이 적정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적자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보험료를 올리거나, 1ㆍ2세대 계약을 4세대로 이전해야 하는데, 소비자입장에서 계약 이전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견보험사들의 경우 실손을 유지하기보다 다른 상품을 판매해 매출을 늘리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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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준 기자 minjun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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