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이젠 2분기 실적을 기다려보자

정해용 기자 2021. 6. 2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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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개봉한 영화 제리 맥과이어. 이 영화는 스포츠 에이전트인 주인공 맥과이어(톰 크루즈 분)와 삼류 미식축구 선수인 로드(쿠바 구딩 주니어 분)의 이야기다. 맥과이어는 틈만 나면 로드에게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따내라고 압박하며 ‘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를 외친다. 직역하면 ‘돈을 보여 줘’라는 뜻이지만 영화의 맥락을 고려하면 “큰돈을 벌게 해줘” 또는 “너의 능력을 보여줘”라는 말이다.

금융투자자들이 지금 투자 기업들에 하고 싶은 말도 이 25년 전 영화의 대사일지 모른다. 삼성전자(005930) 등 주요 기업들이 다음 달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들 기업이 벌었는지를 간절히 궁금해하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다.

투자자들이 2분기 실적을 기다리는 이유는 현재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상승하며 3260선을 돌파한 것과 연관이 있다. 이미 오를 만큼 올랐기에 여기서 추가적인 상승이 가능하기 위해선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올해 연초 코스피 지수의 움직임을 봐도 기업 실적의 중요성은 확인된다. 지난 3월 말(3월 31일 종가 3061.42) 3060선에 머물던 코스피 지수는 1개월 후인 4월 말(4월 30일 3147.86) 3150선에 가깝게 상승했다. 한 달 동안 90포인트가량 지수가 올랐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9조38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5%가 늘어나는 등 주요 기업들의 어닝서프라이즈가 계속 발표되면서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준 덕분이다.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 시장 상장 기업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18% 증가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경우 이런 추세적인 주가 상승의 흐름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양해정 DS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에는 경기 회복과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수가 상승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기대감으로 지수가 먼저 오르기보다는 기업들의 실적을 확인하고 오르는 과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팀장은 “지수가 지금보다 더 오르기 위해서는 2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다는 숫자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올해 시장은 기대보다는 확인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확산하면서 급격히 세계 경제가 침체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경제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지수에 선반영되면서 코스피지수가 빠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감이 이미 어느 정도 코스피지수에 반영된 지금 상황에서는 숫자로 확인되는 기업 실적을 보여줘야만 지수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숫자로 확인되는 2분기 기업 실적이 좋지 않으면 코스피지수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등 긴축의 기조를 시사한 만큼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으면 국내 증시는 더 많이 하락할 수도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거시경제 지표를 보면 2분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을 기대할 만한 상황이다.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대부분의 기업이 수출 기업인데 3월부터 5월까지 수출은 월간 500억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5월 수출은 1년 전보다 45.6% 증가한 507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1988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최대폭의 증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만큼 수출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숫자로 확인되는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다음 달 초순부터 발표된다. 2분기 수출 급증이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로 이어질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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