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 25도 모래언덕도 뚜벅뚜벅.. 로봇개, 화성 탐사 출동한다
바퀴로 움직이는 로버와 헬기에 이어 네 다리로 걷는 로봇개도 화성 탐사에 나선다. 로봇개는 로버가 갈 수 없던 험난한 지형도 이동할 수 있어 화성 탐사의 지평을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의 마르코 후터 교수 연구진은 최근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다리 네 개를 가진 ‘스페이스복(SpaceBok)’ 로봇이 화성 토양에서 이동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화성에는 현재 미국의 퍼서비어런스와 큐리오시티, 중국의 주룽 등 3대의 로봇이 탐사하고 있지만 모두 바퀴로 움직인다. 스위스 로봇이 성공하면 처음으로 화성을 걷는 로봇이 될 전망이다.
◇달에서 화성 탐사로 방향 전환
스위스 연구진은 2018년 유럽우주국(ESA)과 함께 달 탐사를 위해 스페이스복을 개발했다. 로봇의 이름은 우주(space)와 영양을 뜻하는 복(bok)을 합친 말이다. 연구진은 점프 능력이 뛰어난 스프링복 영양처럼 달 표면을 도약하며 이동하는 로봇을 개발했지만, 화성 탐사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걷는 로봇으로 개조했다. 스프링 형태의 다리는 고정된 형태로 바뀌었다. 발은 징이 달린 원반으로 대체됐다.
스페이스복은 화성의 토양과 유사한 모래바닥에서 문제없이 이동했다. 특히 경사도가 25도인 모래 언덕도 안정된 자세로 이동했다. 연구진은 스페이스복에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추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장착했다. 그 결과 로봇은 지형에 따라 이동형태를 달리 했다. 언덕을 올라갈 때 다른 로봇처럼 직선 경로로 가지 않고 지그재그로 이동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활 수 있었다.
◇모래에 빠진 로버 극복 가능
연구진은 스페이스복이 기존 화성 탐사 로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로버는 바퀴를 굴려 이동했는데 종종 모래에 빠져 임무가 중단됐다. 미국의 오퍼튜너티는 2006년 바퀴가 모래에 빠져 5주간 움직이지 못했다. 심지어 2009년 로버 스피릿은 모래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아예 임무가 끝났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화성에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투입되면 각자의 장점을 살려 탐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최근 헬기 인저뉴어티가 공중 탐사의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 좋은 예다. 여기에 다리로 걷는 로봇까지 가세하면 탐사 지역이 더 확대될 수 있다.
스위스 연구진은 “스페이스복 실험은 화성의 언덕 지형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탐사할 수 있는 경로 탐색 전략을 보여줬다”며 “다리로 걷는 로봇이 바퀴 달린 로봇을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팀의 일원으로서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코 후터 교수는 앞서 로봇개 ‘애니말’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애니말은 현재 애니보틱스라는 기업에 기술이전돼 사람이 가기 힘든 곳에서 감시, 점검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으로 개발되고 있다. 애니말은 지난해 하수도의 콘크리트 상태를 검사하는 시험에서 사람과 대등한 능력을 입증했으며, 2018년 10월에는 북해(北海)의 해상 변전소에서 혼자 검사 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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