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강화하겠다는 미국, 압박받는 삼성전자

방현철 기자 2021. 6. 21. 07: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7개월여만에 롤러코스터 탄 월스트리트

19일 새벽 마감한 지난 주 월가 증시에서 한 주간 다우지수는 3.5% 하락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작년 10월 마지막 주 6.5% 하락한 이후 주간 단위로는 가장 큰 하락폭이었습니다. S&P500은 1.9%, 나스닥은 0.3% 하락했습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6일 연 1.57%까지 올랐다가 18일 연 1.45%로 하락했습니다. 대신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같은 기간 연 0.16%에서 연 0.26%로 0.1%포인트나 올랐습니다.

이번 주 주목해 봐야 할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로는 ‘매파로 바뀐 비둘기의 충격’ ‘조기 금리 인상 신호의 후폭풍’ ‘미국 반도체 르네상스’로 잡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매파로 바뀐 비둘기의 충격

지난 18일 월가 3대 지수가 하락한데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말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CNBC에 출연해, “우리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한하기 위해 조금 더 매파적으로 기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2022년 말에 첫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16일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23년에 두 번의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보다고 더 강한 메시지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지역연방은행 총재 중에서 금리 인상 시기를 언급한 사람은 불러드 총재 뿐이 아니었습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적어도 2023년 말까지는 현재의 제로 금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잡혀 있는 한, 인내심을 갖고 완전 고용을 이뤄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런 말은 불러드 총재의 말에 묻혀 버렸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블룸버그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 연준 내의 논의 구도를 이해해야 합니다. FOMC에 참석자는 연준의 이사들과 지역연방준비은행 총재들입니다. 연준 이사들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이 인준합니다. 정원은 7명이지만 제롬 파월 의장 등 현재는 6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역연방준비은행은 12개가 있습니다. 지역연방준비은행은 100% 민간 출자로 만들어졌습니다. 중앙은행인 연준에 권한을 집중하는 것을 반대했던 지방 세력들과 연방 중심 세력이 타협해서 만든 결과입니다. 이렇게 해서 FOMC 회의에는 연준 이사 6명과, 지역연방은행 총재 12명 등 18명이 참석합니다. 하지만 표결은 연준 이사 6명과 지역연방은행 총재 5명이 합니다. 지역의 목소리는 듣되, 연준 의장의 입김이 그래도 강하게 미치게 만들어 놓은 것이지요. 다만 지역이 세력을 규합하면 연준 의장도 자기 맘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참석자 18명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자는 비둘기파와 경제에 거품을 만들지 않게 돈줄의 죄자고 하는 매파로 나뉩니다. 이 개념은 상대적인 것이고, 참석자들은 자신의 논리를 바탕으로 입장을 정하기 때문에 경제 상황에 따라 입장이 바뀌기도 합니다. 기존에 JP모건이 분류해 놓은 데 따르면, 비둘기파는 리차드 클라리다 미 연준 부의장,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 등이 포함되는데,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비둘기파 중에서도 가장 완화적인 정책을 펴자는 주장이 강한 편이었습니다. 매파는 기존에도 테이퍼링 논의를 빨리 하자고 했던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와,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대표적이지요.

그런데, 비둘기파의 대표 주자였던 불러드 총재가 돈줄을 죄자는 주장을 내놓은 것입니다. 불러드는 내년엔 의결권도 갖게 됩니다. 비둘기파의 매파 변신이 확인되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게 된 것입니다.

FOMC가 끝난 만큼 이번 주에는 지역연방은행총재들의 연설이 여러 건 예정돼 있습니다. 연준의 입장이 왜 바뀌었는지, 얼마나 많은 인사들이 매파적인 성향을 보이는 지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22일에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의회에 출석해서 팬데믹과 경제에 대해 설명할 예정입니다. 25일에는 연준이 금리 결정할 때 참고하는 PCE(개인소비지출) 물가도 나옵니다.

◇ 조기 금리 인상 신호의 후폭풍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6일 미 연준의 FOMC에 있었던 변화를 두고, ‘미 연준의 변화가 시장을 리셋(재가동)했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만큼 여러 가지 후폭풍과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가 하락 외에도 지켜봐야 할 후폭풍을 점검해 보겠습니다.

우선 금리의 평탄화, 플래트닝(Flattening)입니다. 미국 채권 시장에서 단기 금리는 올라가고, 장기 금리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래 금리는 단기보다 장기가 높은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미 연준이 2023년 금리를 두 번 올릴 수 있다는 신호는 단기 금리를 올리는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미 연준이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기 금리이기 때문입니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일주일 사이에 1%나 올랐습니다. 그런데 단기 금리를 올리면 시장 참가자들은 장기적으로 경제가 침체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장기 금리는 떨어지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나 10년 만기,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떨어지고 있습니다. 시장이 요동칠 것을 불안해 하는 해외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미국 국채를 사는 수요도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단기 금리는 오르고 장기 금리는 떨어져 장단기 금리가 평탄화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금리 인상이 예상될 때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다만 장기 금리는 미 연준이 자산 매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 시점에 따라 다시 오를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월가에선 10년 만기 금리가 연말까지 연 2%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둘째, 달러 강세입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뜻하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주에 1.8% 올랐습니다. 달러 가치는 한 주일에 0.5%만 움직여도 상당히 크게 움직인다고 보는데, 무려 1.8%나 움직인 겁니다.

셋째, 원자재 가격 하락입니다. 블룸버그 원자재 가격 지수는 한 주간 3%나 하락했습니다. 그간 대표적으로 많이 올랐던 구리값이 8%, 목재값이 15% 떨어졌습니다. 원자재 가격은 달러 강세에 더해 중국이 비축 물량을 푼다는 소식에 강타를 맞았습니다.

다만 이런 후폭풍은 일시적으로 지나가고 말 수 있기 때문에 동향을 잘 점검하는 게 좋겠습니다. 시장이 요동을 칠 때는 자신의 투자 성향이 장기 투자인지, 단기 투자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 투자자라면 약간의 요동이 있다고 해서 투자 꾸러미를 확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단기 투자 성향이라면 시장 흐름을 주목하면서 돈이 몰리는 곳을 선점해서 치고 빠지는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겠습니다.

◇ 미국 반도체 르네상스

월가에서 새로 주목하는 섹터를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엔 반도체 섹터입니다. 우선 미국 반도체 르네상스라고 부를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은 규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 정부는 반도체 생산 지원금으로 540억 달러(60조원)를 책정했습니다. 최근 상원에서 25%의 세제 혜택도 발의했습니다. 현재도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은 글로벌 최고 수준인데, 바야흐로 ‘미국 반도체 르네상스’ 도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12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은 반도체 생산에는 약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산업 자체의 경쟁력이 만만하지만은 않습니다. 미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55%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분야에서 64% 점유율로 압도적입니다. 팹리스는 엔비디아(NVIDIA), AMD, 인텔(INTEL)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장비는 AMAT, LAM 등이 있습니다. 그 밖에도 퀄컴(Qualcomm),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우수한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 경제 위기 극복의 핵심 축으로 반도체산업을 적극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 핵심 기업을 꼽아 본다면 엔비디아, AMD, 인텔 등 세 곳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인텔은 올해 초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재개하였으며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파운드리 1위인 대만의 TSMC, 그리고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에 의존하는 생산(파운드리)을 자국을 가져오겠다는 의도이며 TSMC, 삼성전자를 압박 중입니다.

엔비디아와 AMD는 컴퓨터의 핵심부품인 CPU(중앙처리장치), 그래픽 카드를 설계하는 기업들입니다. IoT(사물인터넷), 전기차 등에서 새로운 반도체 수요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인텔의 파운드리와의 협업으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반도체 산업은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으며 한국, 대만, 중국 등 경쟁자들에게는 큰 리스크입니다. 미국 반도체 산업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악해 보겠습니다. 첫째, 돈 풀기를 중시하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입장을 바꿔 조기 금리 인상을 전망하면서 연준에 돈줄 죄기 세력이 늘어난다는 신호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중심을 잡고 시장에 헷갈리지 않는 신호를 주기를 기대합니다. 둘째,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전망이 시장에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단기와 장기 금리의 차이가 줄어들고, 달러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 될지 아니면 다시 방향을 바꿀지 다양한 얘기가 나옵니다. 당분간 시장 요동이 불가피합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미국 정부와 의회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반도체 르네상스가 올지 주목됩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업들이 이런 추세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고, 동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