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6분,66초의 뜨거운 박수' 유비의 심장은 멈추지 않는다[현장스케치]

전영지 2021. 6. 2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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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유상철 감독님 추모 경기, 마지막 인사 드리려고 일찍 왔어요."

20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1' 14라운드 울산 현대-성남FC전 시작 2시간 전, 푸른 울산 유니폼 혹은 검은 의상을 챙겨입은 팬들이 삼삼오오 E8 게이트 앞으로 모여들었다.

울산 구단은 이날 경기를 '울산 레전드' 고 유상철 감독을 기리기 위한 추모 매치로 기획했다. 울산팬들이 가장 사랑한 선수, 1996년과 2005년 리그 우승으로 울산의 가슴에 2개의 별을 달아준 '레전드' 유 감독은 지난 7일 췌장암 투병 끝에 만 50세의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1994년 울산에서 프로 데뷔해 9시즌 동안 142경기 37골 9도움을 기록했고 은퇴 후 2014~2017년 울산대 감독으로 일하며 울산대를 대학 강호로 끌어올렸다.

울산 구단은 유 감독의 별세 직후 E8, 일명 '유상철 기둥' 앞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지난 2주간 팬들이 이곳을 찾아 헌화하고 추모의 글을 남겨왔다. 이날 성남전을 앞두고 이 추모공간에는 수많은 팬들이 다시 긴 줄을 늘어섰다. 경건한 표정의 팬들은 "경기 전 유 감독님과 인사를 하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경기장을 찾았다"고 했다.

유 감독의 영정 사진 앞, 조화 사이로 일본 J리그 요코하마 시절 오랜 팬들의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추모공간 한켠에 마련된 백지 위에 팬들은 저마다 마음에 담은 작별인사와 함께 고인의 평안을 기원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울산 팬이었다는 류인재씨(34)는 "1996년 우승 무렵에 초등학생이었다. 유상철 선수가 한창 뛸 때인데, 골 넣고 역전승하고 그런 걸 보면서 학창시절 꿈과 희망을 주신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건강하게 돌아오실 줄 알았는데…. 너무 슬프지만…, 이렇게 마지막 인사할 공간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함께 온 이원영씨(32) 역시 "2002년 한일월드컵 때부터 유상철 선수를 좋아했다. 울산에 살기도 해서 경기를 자주 보러 왔었다. 소식을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오늘 경기를 보러왔다"고 털어놨다.

오후 3시30분, 울산 구단은 E8 게이트 옆에서 '헌신과 기억의 벽(Wall of Legends)' 제막식을 진행했다. 경기 직전 취재진을 마주한 홍명보 울산 감독과 김남일 성남 감독은 먼저 떠난 동료에게 바치는 '최선의 승부'를 다짐했다. 19년전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함께 한국 축구의 역사를 썼던 동료, 한국축구의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상징하는 유 감독을 기리는 '추모 매치'를 앞두고 홍 감독은 "유상철 감독은 우리 울산 현대의 레전드다. 오늘 우리 선수들이 하늘에서 지켜볼 우리 유상철 감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유)상철이형을 떠나보낸 것이 너무나 마음 아프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 상철이형을 추모하는 특별한 경기다. 상철이형과 오랜 인연이 있다. 형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갖고 오도록 준비하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2002년 그해 6월처럼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는 그라운드, 치열한 승부가 시작됐다. 울산 후배들은 입장할때 유 감독을 기리는 6번 등번호의 추모 유니폼을 입었다. 경기 중에는 팔뚝에 6번 암밴드를 착용하고 뛰었다.

'위 러브 유, 6, 포에버(We love YOO, 6, FOREVER)'가 새겨진 센터서클에 양팀 선수들이 둘러선 채 묵념을 올린 후 경기가 시작됐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6분간 '영원한 6번, 유비'를 추모하며 응원을 중단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전반 6분, 66초간의 뜨거운 박수가 울산 문수경기장에 울려퍼졌다. '유비의 심장은 멈추지 않는다'는 팬들의 걸개가 나부꼈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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