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무인 日 극우정권.. 한국의 대응은

권가림 기자 2021. 6. 2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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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日 수출규제 2년③] 귀닫고 답하지 않는 일본

[편집자주]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행된 지 2년이 흘렀다. 수출 규제로 한국을 좌지우지하려던 아베 신조 내각의 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기반이 됐다. 특히 한국 국민이 자발적인 불매운동을 펼치며 일본 기업이 큰 피해를 입었다. 아베의 뒤를 이어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들어섰지만 한·일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과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독도 표기 문제로 일본에 대한 반감과 불매운동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수출규제 이후 2년의 기록을 되짚는 한편 한·일 관계의 현주소와 방향성을 조명해봤다.

독도에 상륙한 대한민국 해군 특수부대원들과 해병대원들이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일본이 한국에 대해 핵심 반도체 소재 수출을 일방적으로 규제한 지 2년. 양국 관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무례한 일본 극우 정권의 행동에 나름의 해법으로 접근했지만 아베에 이어 스가 정권 역시 화답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주변국과의 문제 등을 감안하면 현재 냉랭한 상황의 장기화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민간에서의 경제적 교류는 꾸준히 이뤄지는 만큼 정부가 원칙적인 입장을 정하고 계속 대응해야 한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멋대로 한국 비판하고 독도 들먹이는 일본


일본 수출규제 이후 한·일관계 관련 주요 일지.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동원 기업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 아베 정권은 이듬해 7월 한국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로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이후 한·일 갈등을 대화로 풀고자 하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를 발표하면서 공식적인 이유로 ▲정책 대화 단절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대량살상무기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물품을 규제하는 것) 제도 미비 ▲수출관리 조직체계 불충분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국장급 협의 재개 ▲대외무역법 개정 ▲수출관리 담당과의 국 격상 등 조직·인원 확충 등으로 일본 측이 제기한 문제를 모두 해소한 상태다. 일본 측은 법·제도 문제를 제기할 근거가 빈약해지자 “제도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모호한 발언만 반복하며 한국에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에도 일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강제동원 역사를 바로 알리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갑작스럽게 한국 국민들의 사증 면제를 정지하는 등으로 도발을 이어갔다.

이 같은 행태는 올 들어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독도 표기와 원전 오염수 방류 등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스가 정부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의 지도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점을 찍는 꼼수를 부려 독도를 표시했다. 이에 한국 측은 해당 지도에서 독도를 삭제할 것을 요청했지만 스가 정부는 “지도 시정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며 강경자세로 일관했다. 일본 언론도 이를 거들며 반한 감정을 부추겼다.

6월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열릴 것이라 예상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약식 회담도 ‘독도방어훈련’을 이유로 일본 측이 취소하며 무산됐다. 모든 게 일본의 일방적 결정과 행동일 뿐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



원칙적 입장으로 강경노선 걸어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수출규제 발단인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일본 측이 문제 해결을 위해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관계 회복엔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한 국제통상학 교수는 “일본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발동했으면서도 정작 한국이 안보 협력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며 “안보가 중요하다면 한국과의 신뢰 관계를 이어나가는 게 우선임에도 일본 스스로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은 그동안 나름대로 유연한 태도를 내비치며 협력 방안을 제시했는데 일본이 이를 수긍하지 않는 이상 관계 진전은 더뎌질 것”이라며 “일본도 실질과 명분에서 모두 손해를 입은 만큼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전 세계 여론을 활용해 오염수와 역사 왜곡 등 무엇이 잘못됐는지 정확히 짚고 계속 일본을 압박해야 한다”며 “우선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풀어야 한국도 변화의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협력하면서 일본 측에 계속 대응할 여지도 생겼다는 평가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포위망을 만들기 위해 한국과 동맹을 맺은 만큼 일본이 더 이상 한국 측에 강력한 경제적 타격을 주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한국이 미국과 손을 잡으며 한·일 갈등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랐다”며 “한국에 경제적 타격을 입히는 것은 미국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선 우호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다고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 중심의 해법에 한국이 동의할 필요는 없다”며 “일본의 불합리한 주장에 국제사회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반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변수는 한국 내 일본기업 자산 현금화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그동안 긴급 대응을 잘 해왔지만 이제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2020년 한국의 대일 교역액은 2017~2018년보다 11.9% 감소했다. 

중국이 4.7%, EU(유럽연합)가 4.8%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크다. 같은 기간 일본의 한국행 수출 역시 14.7% 줄었다. 직접투자도 뒷걸음쳤다. 일본 제조업 부문에 대한 한국의 직접투자는 25.6%, 한국에 대한 일본의 직접투자는 62.1% 급감했다. 수출규제 2년 동안 양쪽 모두 손해를 본 셈이다.

일본이 앞으로 또 다른 보복으로 응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국 관계의 다음 변수는 일본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일제 강제징용 가해 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국내 자산에 대해 진행하고 있는 현금화 명령에 일본 측이 한국기업 자산 압류나 한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 등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양국이 비경제적 사안과 별도로 분리해 경제적인 부분에서 협조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소재·부품·장비 자립은 일본의 규제와 상관없이 진작 시작됐어야 했다”며 “한국이 반도체와 IT 분야에선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대일 수입 의존도가 80~90%인 화학 원료나 플라스틱 등 기초소재 분야에선 일본이 여전히 강자”라고 분석했다. 이어 “경제적인 부분에선 일본과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결국 승자가 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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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hidd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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