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시대]①유통업계 '멀티채널 시대' 본격화
동맹과 협업·M&A 등으로 '멀티채널' 확보해 미래 대비
[편집자주]백신 접종자가 1400만명을 넘어서며 일상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명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시작이다. 개인 삶은 물론 산업 분야에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 만큼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뉴스1>은 유통&중소기업 50여 곳을 설문조사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긴 어둠의 터널을 드디어 벗어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 생기고 있습니다. 완전히 새롭게 변화된 시대를 맞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그마저도 기대되는 요즘입니다. 변화의 움직임에 유연하게 대처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최근 <뉴스1>이 유통&중소기업 업체 50여 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한 설문에서 나온 답이다. 그는 "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다가올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 바뀌지 않으면 '생존불가'…유통업계 '공식'이 바뀌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통업계다. 말 그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부진이 도드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고객 발길이 끊긴 매장에서 마케팅을 기획하거나 진행하는 것은 말 그대로 '언감생심'이었다. 비대면 쇼핑 확산과 빠른 소비 패턴 변화 등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다.
A 면세점 관계자는 "매장에 손님보다 직원이 많은 날이 더 많았다"며 "그때는 정말 암울했지만 백신이 접종되고 관광이 재개될 움직임이 보여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배달과 물류 시스템을 갖춘 이커머스 업체들은 호황을 맞았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간장을 태우는 날이 더 많았다. 온라인과 오프라안 유통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변화의 움직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라이브 커머스' 등 새로운 형태의 유통 트렌드(유행)가 급부상하고 있고 3차원 가상세계에 현실을 접목하는 '메타버스' 마케팅도 확산하고 있다.
오프라인 업체들도 점포 리뉴얼(새단장)과 신규점 오픈을 통해 재도약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업의 본질인 쇼핑에 체험과 문화를 더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B 백화점 관계자는 "만 1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소비자들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인 뉴노멀에 완벽히 적응했다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가 더이상 위기 상황만이 아닌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나름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 위기를 인내하고 버텨낸 만큼 변화된 시대에 적응하고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 M&A·합종연횡 대세… 핵심 '멀티 채널' 확보
실제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온라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변화에 기존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라방', '자체몰' 강화 등으로 판매채널 다각화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과감한 변화를 통해 미래 유통시장에서 도태되지 않는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물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C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소비자와 접점이 넓은 유통업계의 특성상 변화를 미리 감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속도, 양질의 콘텐츠 확보 등은 물론 멀티채널을 확보해 다수의 고객과 판매처를 늘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통업계의 뜨거운 관심사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도 포스트코로나 시대 멀티채널 확대의 대표 사례로 지목된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오픈마켓 판매채널을 확대해 기존 'SSG닷컴'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신세계와 CJ그룹이 각각 네이버와 동맹을 맺고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도 판매처 다양화 및 멀티채널 확보해 미래 유통업을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도 대표 사례로 지목된다. 이번 합병으로 GS리테일은 GS홈쇼핑의 온라인 커머스 역량을 편의점과 슈퍼마켓 운영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반면 GS홈쇼핑은 전국적인 점포망과 물류 인프라를 이용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국내 이커머스 11번가와 미국 이커머스인 '아마존'의 제휴도 주목받고 있다. 11번가는 쇼핑몰내 아마존 상품 구매서비스를 제공해 해외 직구 소비자들을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로선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아지는 동시에 관부가세나 배송료 부담을 낮춰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D 업체 관계자는 "하나의 분야에 멈추지 않고 인수합병, 동맹 체결, 제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멀티채널 확보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현재 이같은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코로나 이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위기를 기회로… 오프라인 '새단장'하니 다시 북적
하나의 분야에 멈추지 않고 다양한 멀티채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점포를 활용한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소비자 발길이 뜸해지자 아예 문을 닫고 전면 리뉴얼에 나선 곳이 많았다. 새롭게 바뀐 트렌드를 매장에 접목해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노리는 전략이다.
리뉴얼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세계다. 대표적으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리뉴얼을 통해 '1층=명품'이라는 기존 공식을 과감히 깼고 이마트타운 월계점의 경우 리뉴얼 후 내방고객수와 매출이 껑충 뛰었다.
신규 출점도 계속된다. 오는 8월에는 대전 지역에 신세계의 13번째 백화점 신규 점포 오픈을 앞두고 있다. 신세계는 과학 콘텐츠 학습 및 문화 생활, 여가 활동 등이 가능한 대전 충청지역 랜드마크로 키운다는 목표다.
롯데도 롯데마트의 기존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상품 피킹과 패킹 등 자동화 설비를 갖춘 '스마트스토어'와 '다크 스토어'를 통해 온라인 주문 처리량을 대폭 늘렸다.
오프라인 부실 점포는 대거 폐점하는 것과 동시에 이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아우르는 형태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역시 점포 인프라를 활용한 풀필먼트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매장을 풀필먼트로 활용해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는 1석2조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E 대형마트 업체 관계자는 "과감한 체질 개선을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이 업계 트렌드"라며 "이를 통해 온라인 쇼핑이 가지지 못한 오프라인 쇼핑만의 매력으로 고객에게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 유통업계는 보수적? 옛날 얘기…OTT·메타버스까지 도입
유통업계에 콘텐츠 확보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단순 물건 판매와 배송에 그치지 않고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진화해 멀티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 최근 유통·패션 업계에선 미디어 콘텐츠에 진출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필수가 된 '라방'을 넘어 웹드라마 제작에 직접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쿠팡의 경우 자체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를 선보였으며 네이버는 CJ ENM과 JTBC의 연합 플랫폼에 동참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 등을 활용한 웹드라마를 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F 업체 관계자는 "자체 제작한 웹드라마와 콘텐츠 등이 TV 광고 못지 않은 효과를 누릴 때가 많다"며 "광고는 물론 이를 통한 수익도 거둘수 있어 향후 다양한 유통업체의 시장 참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패션업계도 AR(증강현실)이나 VR(가상현실)에 이어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메타버스 기술까지 속속 도입하고 있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급감하자 '온라인'으로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을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말한다. 기존의 가상현실(VR) 보다 한 단계 진보된 개념이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마치 매장에서 옷을 고르는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착용 후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구찌·크리스찬 루부탱·나이키·MLB 등 브랜드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디지털 그래픽으로 만든 자사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어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마케팅의 진화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대세는 '라방', 업체별 자체 경쟁력 높이는 시도 이어져
대표적인 대면 서비스 업종으로 꼽히는 호텔업 역시 DT를 통해 서비스 효율성을 제고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롯데호텔은 Δ딜리버리 로봇 활용 Δ무인 환전 키오스크 Δ스마트 컨시어지 Δ디지털 스트리밍을 활용한 라이브러리 서비스 등을 도입해 고객 '편리미엄'을 제고하고 서비스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있다.
모바일 쇼핑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판매 전략의 일환으로 라이브 커머스 판매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호텔 최초로 네이버의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한 객실 판매 포문을 연 것은 물론 공식 SNS를 통한 라방을 진행하며 고정적인 판매 채널로 안착시켰다.
G 호텔 관계자는 "이외에도 고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홈쇼핑,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서도 객실을 판매하며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객실 판매 채널 구축하고 있다"며 "생존을 위해 시작된 몸부림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없어서는 안 될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제품을 직접 입어보고 구매하는 특성이 높은 패션업계도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분은 시장 트렌드에 선제적 대응하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영업조직을 영업본부로 통합하고 이를 주도할 영업전략담당을 신설했다.
또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사업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자사 통합 온라인몰 SSF샵 위주로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SSF샵은 매력적인 브랜드/상품 포트폴리오 확대 및 인공지능(AI) 활용 스타일링, 당일 퀵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널 역시 비대면 소비 트렌드에 맞춰 온라인 채널과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자체 라이브 커머스를 강화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자체 방송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S.I.LIVE(에스아이라이브)를 론칭했다.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 자체 방송을 기획하고 '선물하기' 서비스 도입 등 쇼핑 편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다가오자 유통업체들이 저마다 방식으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며 "소비트렌드가 급변한 만큼 멀티채널 확대 등으로 미래 시장에 대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jhjh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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