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편의점, 수제맥주 '맛집'된 이유

나원식 2021. 6. 2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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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노르디스크 등 차별화 제품 출시
젊은층에 인기..이커머스와 차별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핫한' 술집이 있다고 합니다. 일단 매출이 쑥쑥 오르고 있고요. 장사가 잘되니 잇따라 신제품이 나옵니다. 출시하는 것마다 흥행몰이 중이죠. 그러니 많은 주류업체가 이 술집과 협업을 해보려고 줄을 섭니다. 주종(酒種)도 가리지 않습니다. 맥주부터 와인, 막걸리까지 대부분의 술이 잘 팔린다고 합니다.

이 술집은 어딜까요. 바로 '동네 편의점'입니다. 물론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매해 가볍게 한잔 마시는 소비문화가 확산한 게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죠. 혼술, 홈술 문화가 지속해 확산하면서 편의점에서 술을 사는 일은 일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회식이 줄고 외출을 꺼리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습니다. 편의점 업체들도 이런 흐름에 맞춰 '술 판매'에 유독 공을 들이고 있고요.

편의점 술 중에서도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바로 '수제맥주'입니다. 각 편의점 업체들이 줄줄이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금세 매출 순위 상위권에 오르면서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합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지난 17일 '백양BYC 비엔나라거'를 출시했습니다. '하얀 난닝구'하면 생각나는 BYC 아시죠. 바로 그 브랜드입니다. 198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백양'이라는 문구를 전면에 배치한 수제맥주입니다. 요즘 젊은 층 소비자들에게 인기라는 '레트로' 감성을 살린 제품입니다.

CU는 곰표 밀맥주와 말표 흑맥주 등 '레트로' 시리즈를 잇따라 출시했습니다.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반응이 좋습니다. 실제 CU에 따르면 곰표 밀맥주가 처음 출시된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수제맥주 매출이 전년 대비 4.8배나 뛰었다고 합니다. 특히 곰표 밀맥주의 경우 카스와 테라를 제치고 매출 1위에 올랐습니다. 30여 년 편의점 역사상 맥주 카테고리에서 수제맥주가 대형 제조사 제품들을 제친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GS리테일의 GS25 역시 국내 수제맥주 시장을 발 빠르게 키워온 업체입니다. GS25는 지난 2018년 '광화문'이라는 제품을 시작으로 '제주백록담'과 '경복궁', '남산' 등 렌드마크 시리즈를 내놨습니다. 최근에는 '비어리카노'와 '금성맥주' 등으로 라인업을 늘렸죠. 지난 10일에는 북유럽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와 '노르디스크맥주'를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 역시 출시 이틀 만에 초도물량 60만개가 동이 났다고 합니다.

편의점 3위 업체 세븐일레븐의 수제맥주는 색다른 느낌입니다. 주로 기존 식품 업체들과 협업해 내놓은 제품이 많습니다. 지난해 말 출시한 '유동골뱅이맥주'에 이어 올해 초에는 '쥬시후레쉬맥주'를 선보였습니다. 쥬시후레쉬맥주는 지난달 세븐일레븐 수제맥주 카테고리 중 매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유동골뱅이맥주는 3위를 기록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이달 말 다음 신제품인 '스피아민트맥주'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요즘 젊은 층 소비자들은 재미있으면서도 개성 있는 제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늘 이용하던 것보다는 새로운 제품에 반응을 보이죠. 수제맥주는 이런 점에서 소비자뿐만 아니라 편의점의 입맛에도 딱 맞습니다. 국내에서 면허를 받은 수제맥주 제조 업체는 160여 곳입니다. 그만큼 많은 종류의 제품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편의점 입장에서는 이런 제품들을 다양하게 진열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고요. 또 주요 업체들과는 협업을 통해 차별화한 제품을 만들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편의점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맥주뿐만 아니라 막걸리와 와인 등으로 주종을 더욱 확대하려 합니다. 얼마 전 CU는 '테스형 막걸리'에 이어 '말표 검정콩 막걸리'를 내놨습니다. 최근 막걸리 매출이 늘어나자 더욱 다양한 제품을 진열하기 시작했고요. 또 와인 매대를 확대하는 것도 최근 편의점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더 많은 제품을 진열해놓고 대대적인 할인 행사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편의점 업체들은 앞으로도 '술 판매'에 더욱 공을 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술은 일부 전통주를 제외하면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있습니다. 쿠팡이나 네이버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손댈 수 없는 영역이라는 의미입니다. 편의점으로서는 유통 업계에서 차별화한 경쟁력을 가질 만한 카테고리입니다.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혼술, 홈술 문화가 크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맥주뿐만 아니라 와인과 막걸리 시장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편의점 술 매출은 앞으로도 지속해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일입니다. 편의점에 가면 주종과 브랜드를 막론하고 수많은 제품을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편의점 술 시장이 얼마나 성장할지 궁금해집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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