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의 편지]'글로벌한 협력' 뒤에 숨은 달콤한 유혹

이종태 편집국장 2021. 6. 21.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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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중순에 걸친 G7 재무장관 회의 및 정상회의를 통해 적어도 세계를 이끈다는 7개 대국은 이른바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에 합의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15%의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이 적용되면, 15%에서 5%를 뺀 10%(1000만 달러)를 모국인 미국 정부나 영업활동을 펼친 다른 나라에 납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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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Photo

6월 초중순에 걸친 G7 재무장관 회의 및 정상회의를 통해 적어도 세계를 이끈다는 7개 대국은 이른바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에 합의한 것 같습니다. 대충 15% 선으로 말을 맞췄네요. 초국적기업들이 세계적으로 벌어들인 수익 가운데 적어도 15%는 법인세로 낼 수밖에 없는 ‘글로벌 포위망’을 만들겠다는 선언입니다.

그동안 초국적기업들은 바하마 제도(법인세율 0%)나 아일랜드(12.5%) 같은 저세율 국가(조세도피처)에 만든 ‘페이퍼컴퍼니’ 법인을 활용해서 어느 나라에도 의미 있는 규모의 세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장사해 얻은 수익이라 할지라도 조세도피처 내에 있는 페이퍼컴퍼니의 소득으로 등록해버리면 아주 적은 법인세를 내거나 심지어 안 낼 수도 있었거든요. 더욱이 이런 행태는 ‘탈세 범죄’가 아니라 ‘국제세무계획(international tax planning)’이라는 합법적 절세 기법으로 옹호됩니다. 국내외의 거대 기업들은 거의 어김없이 조세도피처를 허브로 자금을 운용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은 일단 이 같은 초국적기업들의 절세·탈세를 좌절시킬 강력한 수단으로 보입니다. 예컨대 애플 같은 ‘미국 출신’ 초국적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1억 달러를 법인세율 5%인 조세도피처의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린다고 칩시다. 이 경우, 애플은 해당 조세도피처 정부에 500만 달러(5%)만 납부하면 됩니다. 그러나 15%의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이 적용되면, 15%에서 5%를 뺀 10%(1000만 달러)를 모국인 미국 정부나 영업활동을 펼친 다른 나라에 납부해야 합니다. 이런 구상이 실현되면, 초국적기업들은 조세도피처로 돈을 빼돌릴 유인을 상당 부분 상실할 것입니다.

그러나 G7이 합의했다고 해서 이 제도가 세계적 차원에서 지지받고 시행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은 각국 정부가 협력하면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제도입니다만, ‘협력하면 모두에게 이익’은 ‘나 홀로 빠질 수 있으면 더 큰 이익’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2016년 유럽연합 측이 회원국이자 조세도피처인 아일랜드 정부에 ‘애플로부터 (일부러) 받지 않은 법인세 130억 유로를 징수하라’고 명령하자 미국 정부가 발끈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미국의 조야에서 조세도피처에 대한 비판이 한창 뜨거운 상황이었는데도 말입니다. 다른 나라들 역시 국제협력에 따른 장기적 이익보다 당장 맛볼 수 있는 사탕(자본 유치)을 훨씬 달콤하게 느낄 것입니다. 결국 관건은 국제협력을 성사시키는 것입니다. G7이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정상회의에 초청된 한국도 이 구상의 실현에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종태 편집국장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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