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경제, 공정하고 투명하기만 할까[비트코인 A to Z]

2021. 6. 21.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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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익 거래 노린 봇 활용 늘고 거래 우선 순위 놓고 수수료 경매..블록체인 합의 메커니즘 위협

[비트코인 A to Z] 


블록체인, 특히 스마트 콘트랙트는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생태계를 만들 것을 약속해 왔다. 하지만 우리는 최근 이 약속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을 여러 사례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블록체인 시스템, 특히 ‘탈중앙화 거래소(DEX : Decentralized Exchange)’에서 차익 거래 봇의 활약이 점점 더 광범위해 지고 시장에 전반적인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월스트리트의 초단타 트레이더들과 마찬가지로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생태계의 봇들은 DEX의 비효율성을 이용해 높은 거래 수수료를 지불하고 네트워크 지연 시간을 최적화해 일반 사용자의
DEX 거래를 예측, 착취하고 있다.

시스템 위협 초래 가능성에 업계 우려

2019년 플래시 보이즈(Flash Boys) 2.0이라는 리서치 그룹은 이 시스템적인 활동들의 가능성을 봇들이 거래에 대한 우선 순위 주문, 즉 우선적인 블록 포지션 확보와 실행권을 얻기 위해 거래 수수료를 경쟁적으로 입찰하는 구조를 발견했다. 그들은 우선 순위 가스 경매(PGA)의 형태를 정의했다. 2년이 지난 지금 디파이의 거래량이 10배 이상 급증하고 네트워크의 교통이 혼잡해지며 다시 크게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런 형태의 우선 거래 주문에 대해 높은 수수료를 지불해 선두를 선점하는 행위가 전체 블록체인의 합의 구조1(consensys mechanism)의 보안에 시스템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행위를 통해 채굴자들이 생성하는 블록 내에서 랜잭션을 임의로 포함해 제외 또는 재주문 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의 척도를 채굴자 추출 가치(MEV)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극심한 변동성이 유동성이 비교적 낮은 디파이 DEX에서 일어나며 몇 만 달러의 시세 차익 거래 기회가 포착되면 차익 거래 트레이더와 봇들이 서로 이 차익 거래 기회를 잡기 위해 더 높은 가스 비용을 지불하려는 일종의 경매를 시작하게 된다. 이때 해당 딜을 생성하는 채굴자들은 차익 거래의 기회를 포착하고 검열 혹은 우선권을 가져 가는 행위를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러 디파이 프로토콜들의 스마트 콘트랙트에서 트랜잭션 간 종속성으로 인해 생성되는 크고 복잡한 리스크와 전통적인 형태의 금융 시장에서 볼 수 있었던 시장 착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블록체인 경제에 침투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내부 매수·매도 정보를 통해 시장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해 증권사 직원이 미리 주식을 매수하고 높은 가격에 매도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선행매매는 자본시장법 제71조(불건전 영업행위의 금지)에 해당해 불법이다. 중앙화된 증권사에서 하는 선행매매는 불법이지만, 이더리움과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는 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선행매매를 하는지 판별하는 게 어렵다.

그리고 이더리움에도 DEX 프로토콜들의 노드를 직접 운영하는 채굴자, 트레이더는 선행매매를 할 수 있다. 노드는 블록에 트랜잭션을 포함시키기 전에 사전에 트랜잭션의 내용을 확인하고 시장 가격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다.

디파이의 성장과 함께 MEV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다. 복잡한 디파이 스마트 콘트랙트에 묶여진 자산들의 가치가 오르면 오를수록 채굴자들이 얻을 MEV도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공평하고 이타적으로 행동할 것으로 짐작됐던 이더리움 채굴자 커뮤니티 사이에서도 점점 채굴자와 트레이더가 수익을 나누는 등 점점 더 조직적인 착취들이 포착되고 있다.

탈중앙화와 무허가성(permissionlessness)을 매우 중요시하는 블록체인에서 이런 MEV의 행위를 막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이 행위를 블록체인 합의 메커니즘을 해치는 ‘착취’로 표현했지만 자유 시장에서 채굴자들이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금융적 행동이다.

만약 모든 가스 비용(수수료)이 고정되거나 온체인상에서 추가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이득을 취할 수 없게된다면 자연스럽게 트레이더나 기업들은 규모 있는 채굴자들을 찾아 오프체인상에서의 합의와 지불을 통해 자신의 거래를 우선순위로 올리는, 더욱 더 막기 어려운 블랙 마켓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런던 하드포크, 채굴자의 ‘착취’ 막을 수 있을까

MEV의 착취를 막기 위한 커뮤니티의 방향은 이더리움 개선안(EIP) 1559-런던 네트워크 하드포크(London network hardfork) 등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코드 업데이트는 이더리움의 수수료를 ETH로 태워 없앤다. 이른바 ‘피번(fee burn)’ 구조다. ETH에 디플레이션 구조를 도입하고 채굴자들이 이 버닝을 통해 이익을 얻게 해 채굴자끼리 모의해 착취하는 행위를 어렵게 한다. 추가적으로 네트워크 수용성을 높여 교통 혼잡 상황이 나는 빈도를 줄이고자 한다.

또 다른 단기적 방안은 현재 많은 서비스들이 도입하고 있는 레이어(Layer)2 스케일링 솔루션들을 통하는 방법이다. ZKSync와 같은 롭업 레이어2 솔루션들은 채굴 노드가 상대적으로 많아 서로간의 경쟁이 심화된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채굴 노드는 모든 트랜잭션을 처리할 동기가 있어 소수의 차익 거래 착취에 대한 인센티브가 낮아진다.

김백겸 해시드 선임심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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