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테이퍼링 시동에..8년 전 '긴축 발작' 재현될까

이재은 기자 2021. 6.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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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2023년 조기 금리인상 시사
신흥국, 2013년 긴축발작 재현 우려 커져
브라질·러시아 선제 금리인상

미국의 ‘긴축 시계’가 빨라졌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시간표를 2023년으로 1년 앞당기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이 연준의 다음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준이 지난해 코로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에 풀었던 돈줄을 조이고, ‘제로(0)’ 수준으로 낮췄던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신흥국 금융시장이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2023년 금리인상에 앞서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본격화하면 2013년의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긴축 발작)’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2013년 5월 테이퍼링을 언급하자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오르는 이른바 ‘긴축 발작’이 일어났고, 신흥국 시장에서 자본이 빠져나가고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청사 앞으로 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연준이 지난 15~16일(이하 현지시각) 이틀간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조기 금리인상을 시사한 뒤에도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58%대로 치솟았고, 달러화는 이틀 연속 강세를 보였다. 달러 강세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글로벌 증시도 혼조세를 보였다.

◇자본유출 막아라…신흥국 기준금리 줄인상

실제 주요 신흥국 중앙은행은 최근 커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과 미국 조기 테이퍼링에 따른 자본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섰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3.5%에서 4.25%로 올렸다. 연초 2%였던 기준금리를 3월에 2.75%로, 5월에 3.5%로 올린 데 이어 올 들어 세번째 인상이다. 지난달 브라질 물가상승률이 8%를 기록하면서 목표 수준(2.25~5.25%)을 넘어선 데 따른 조치다. 세번째 금리인상은 연준이 오는 2023년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상될 수 있다고 발표한 뒤 이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의 경제 성장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일부 신흥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17일 전했다. 달러 강세가 신흥국 통화 약세로 이어지면 신흥국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브라질 외에도 러시아, 터키 등이 이미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유럽에서는 헝가리와 체코가 긴축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5%에서 5.5%로 인상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경기 회복의 날개를 꺾지 않기 위해 그간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했지만, 달라진 환경과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이제는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흥국에서 갑자기 자본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막기 사전에 이들 중앙은행이 사전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흥국에서의 자본 유출 조짐은 올 들어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주요 신흥국으로의 외국인 증권자금 유입 규모는 미 장기금리가 빠르게 상승한 올 2~3월 중 큰 폭 둔화되거나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국가별로 올 2~3월중 대만(-80억2000만달러), 남아공(-39억2000만달러), 멕시코(-36억6000만달러), 인도네시아(-22억4000만달러) 등에서는 외국인 증권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우리나라는 이들 신흥국과는 경제 상황이 달라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에 따른 긴축 발작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정부와 다수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올 들어 5월까지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 자금은 259억8000만달러(약 29조원)에 달했다. 지난 한해 외국인이 사들인 한국 채권 투자액(약 24조5800억원)을 넘어섰다. 수출 호조와 한국 기업의 실적 개선 흐름을 보고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예상보다 매파(긴축 선호) 성향이 강했던 FOMC 회의 결과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앞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시장불안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응방안을 상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테이퍼링 우려 국채 금리에 선반영 “이번엔 발작 없을 것”

올해는 2013년과 같은 긴축 발작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단 연준이 이번 긴축은 8년 전과 다를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을 추진하기 전에) 질서있고, 체계적으로, 투명하게 알려나가겠다”면서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 장기 금리에 테이퍼링 우려가 선반영됐기 때문에 더 이상 오를 여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미 10년물 국채 수익율이 2012년 1.4% 저점에서 2013년 이후 테이퍼 탠트럼 기간 3%까지 올랐다”면서 “이번에는 지난해 0.5% 저점에서 올 3월 1.8% 가까이 올랐는데 상승폭이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다음 FOMC 회의에서 연준이 보다 명확한 테이퍼링 관련 신호를 줄 것으로 보고, 그 사이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오는 8월 잭슨홀 회의, 9월 FOMC 정례회의에서 테이퍼링 공식 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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