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감소세 더 빨라진다.. 'AI 뱅커' 속속 등장

이경탁 기자 2021. 6.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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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 50대에서 40대로 확산

국내 은행권 임직원 감소세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시중은행 직원이 8000여명 줄었는데 올 1분기에만 1200여명이 사라졌다. 은행권이 영업점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면서, 신입 행원 채용은 줄고 희망퇴직 폭도 50대에서 40대까지 넓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시중은행이 일반 영업점포에 인공지능(AI)을 통한 업무 자동화 구현에 나서면서 은행원의 감소세는 더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6개월 사이 5대 시중은행에서만 2500명 희망퇴직

18일 은행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시중은행 임직원 수는 6만6000여명으로, 지난 2011년 3월(약 7만4000명)과 비교하면 약 8000명 감소했다. 시중은행 임직원 수는 지난 2016년까지 7만명 대를 유지하다가 특히 최근들어 감소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5대 시중은행에서만 무려 2500여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났다.

같은 기간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800명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 511명, 우리은행 468명, NH농협은행 496명, 신한은행 220명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5개월 만에 추가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경우 1960년대 후반생 비중이 타 은행보다 높아 희망퇴직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점포./조선DB

고객들과 대면하는 영업점 직원들이 희망퇴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이미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중심 영업 채널이 중심이 되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온라인 판매 비중이 70%를 넘어선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 영업점포가 238개 사라졌는데, 올해도 하반기까지 비슷한 수준의 감소세가 예상된다.

일선 영업점에 배치 될 시중은행의 신입 행원 채용도 계속 줄고 있다.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채용 공고를 보면 신입 채용은 디지털 및 ICT 분야가 대다수다. 대표적으로 최근 국민은행 상반기 공개채용 인원 200명 중 170명을 IT 전문 인력으로 채용했다.

◇시중은행 “실제 은행원과 동일한 수준의 AI 개발 목표”

시중은행은 사람 은행원을 대신할 수 있는 AI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모바일 앱에 탑재하는 챗봇을 넘어 오프라인 영업점에 AI 시스템 도입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고객의 음성을 분석하고 이해해 실제 은행원과 동일한 수준의 은행 업무상담이 가능한 ‘AI 뱅커(은행원)’를 육성한다는 목표다.

국민은행은 최근 영업점 31개 업무에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통한 업무 자동화를 구현했다. 이 중 부동산담보대출 등 11개 업무는 직원의 별도 RPA 의뢰 요청 없이도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처리해 수행 결과만을 알려주는 등 반복 업무 처리를 자동화했다. 이번 자동화는 단순 반복 업무에만 적용되는 RPA의 제약을 넘어 AI 기술도 결합해 구현했다는 게 국민은행의 설명이다.

또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AI 뱅커를 적용한 키오스크를 영업점에 시범 도입 예정이다. 이미 지난 3월부터 여의도 본점에선 통장개설, 청약, 예적금, IRP, 대출 등을 AI가 안내해주는 ‘AI 체험존’을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이 삼성전자와 협력해 개발한 인공인간 '네온'이 화상상담 모습을 진행하는 모습./유튜브 캡처

신한은행도 ‘미래형 디지털혁신점포 인공인간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삼성전자와 인공인간 ‘네온’ 프로젝트를 한 바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지난해 네온 프로젝트의 연장선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실제 점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인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개발된 인공인간은 GS리테일과 협력해 추진하는 ‘금융업무 특화 편의점’ 등에 우선 배치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딥러닝 영상합성 스타트업 라이언로켓과 함께 AI 뱅커 개발을 진행 중이다. 영상과 음성 합성을 통해 실제 특정 행원의 외모, 자세 및 목소리를 반영한 가상의 은행원을 구현한다는 목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AI 뱅커는 우선 다음 달 중으로 직원 연수프로그램과 행내 방송에 먼저 도입되고, 좀 더 필요한 학습을 마치면 영업점의 화상상담 업무까지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AI 뱅커를 통해 상담원, 심사역, 내부통제 등 다양한 금융업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에는 KT, 한국IBM과 ‘AI랩’을 구성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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