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대 초소형 토지 잇따른 고가 낙찰.. "대박 아니면 쪽박"

고성민 기자 2021. 6.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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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가 1000만원 안팎의 과소토지가 경공매 시장에서 고가(高價)로 자주 낙찰되고 있다. 과소토지는 면적이 매우 작은 토지를 뜻한다. 대박과 쪽박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투자처인데, 소액을 투자해 돈을 벌고자 하는 투심이 과소토지로 스며들며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감정가의 약 3배인 378만원에 낙찰된 평택시 오성면 길음리 319-2번지 도로. 공용도로(동측 도로)와 단독주택용 대지(319-1번지·본건 오른편) 사이에 위치한 사유지 도로로, 단독주택용 대지 소유주는 사유지 도로(본건)를 거쳐야 공용도로로 오갈 수 있다. /온비드

21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 따르면, 지난 4월 진행된 평택시 오성면 길음리 319-2번지 11㎡(약 3평)짜리 도로는 첫 매각기일에 무려 42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감정가 125만원의 301%인 378만원에 낙찰됐다.

이 땅은 토지면적이 대단히 작고, 인근 개발 호재가 전무한 쓸모없는 땅이다. 이런 땅에 투심이 깃든 이유는 이른바 ‘길막기’를 노린 투자수요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 도로와 맞닿은 길음리 319-1번지의 320㎡(약 97평)짜리 단독주택 대지는 길음리 319-2번지 도로가 막히면 맹지가 돼 통행로가 사라진다. 투자자들은 11㎡짜리 과소토지를 몇백만원에 낙찰받은 뒤 옆 필지 소유주와 협상을 통해 좀 더 비싼 값으로 매각하려고 낙찰받은 것이다.

실제 이 공매에 참여했다는 한 투자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크게 값어치 없어 보이는 도로지만, 옆 토지(길음리 319-1번지)가 개발행위를 하려면 이 도로가 꼭 필요해 보인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319-1번지 소유주가 사야 할 땅 아니겠느냐”면서 “감정가보다 높게 응찰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응찰자가 몰려 낙찰받지 못했다”는 투자기(記)를 남겼다.

이 땅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길막기’로 활용할 목적이 보이는 과소토지들은 최근 연이어 고가로 낙찰됐다. 지난달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송암리 475-6번지 24㎡(약 7평)짜리 전(田)은 감정가 160만원의 323%인 520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가 14명 몰렸다.

이달 3일에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 752번지 31㎡(약 9평)짜리 전(田) 공매에 32명의 응찰자가 몰려, 감정가 853만원의 220%(1879만원)에 낙찰됐다. 이 땅은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클러스터’가 조성될 토지보상 부지인데, 옆 필지인 모기업 물류센터의 통행로를 가로막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투심이 몰리며 낙찰가가 예상보다 높았다.

낙찰받은 도로나 토지가 사유지라는 점을 이용해 펜스를 둘러 통행을 막거나 통행료를 요구하는 것은 법적으로 인정되는 행위일까. 우선 재산권 행사를 주장하며 막무가내로 통행을 막았다간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될 수도 있다. 오랜 기간 도로로 쓰였던 땅은 지목이 도로든 농지든 자신의 토지에 대해 ‘배타적인 사용 수익권’을 포기한 땅으로 해석돼서다. 통행료를 받는 건 개별 사례에 따라 법정에서 인정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투자자들이 과소토지를 사놓고 협상용으로 쓰는 이유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오랜 기간 도로로 쓰인 땅의 통행을 막았다면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데, 항상 성립하는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 다르다”면서 “또 토지 소유주가 통행료를 요구하는 사례도 기존에 도로로 쓰인 경위나 기간 등 미묘한 차이에 따라 통행료 지불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분쟁이 일어났을 땐 통상 소송이 대법원까지 이어지기보단 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사람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작은 땅을 매입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이런 점을 이용해 옆 필지 소유주와 협상을 하려고 과소토지를 매입하는 것이다. 만약 토지가격이 비싸면 옆 필지 소유주도 대부분 법적 대응에 나서지만, 1000만원 안팎으로 소액일 때는 소송비용과 시간 등을 고려해 웃돈을 주고 사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과소토지는 이른바 ‘바이 앤 프레이(Buy and Pray)’ 전략으로 값싼 금액으로 사놓고 개발이 이뤄지길 바라며 수십년 묻어두는 용도로도 종종 고가로 매입된다. 환금성을 장담할 수 없지만 소액이기 때문에 일단 사놓고 대박이 나길 기도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25㎡(약 8평)에 불과한 대구 달서구 감삼동 599-60번지의 매매 사례다. 이 과소토지는 공시지가가 978만원에 불과해 시세로도 2000만~3000만원 안팎인데, 올해 2월 한 건설사가 무려 30억원에 매입했다. 인근 토지를 통째로 매입해 아파트를 짓기 위해 여러 필지를 함께 고가로 산 것이다. 1978년부터 이 땅을 사놨던 소유주는 로또에 당첨된 셈이다.

이런 ‘로또식’ 과소토지에도 투심이 몰리고 있다. 온비드 공매에서 경주시 사정동 125-13번지 7㎡(약 2평)짜리 대지는 이달 감정가 627만원의 271%인 1700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 21명이 몰렸다.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1187-274번지 20㎡(약 6평)짜리 대지도 이달 감정가 938만원의 237%인 2219만원에 낙찰됐다. 이 공매에도 응찰자 7명이 몰렸다.

이창동 밸류맵 팀장은 “과소토지가 가장 효과적으로 쓰일 때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에 속할 때로, 소유면적 일정 기준 이상이면 분양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당장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지역이 아니더라도 서울의 구옥 밀집지에서 정비사업을 기다리려는 목적으로 땅을 사는 투자자가 많다”고 했다. 이 팀장은 “이런 목적이 아닌 뒤땅과의 협상을 위해 지방의 과소토지를 매입하는 건 투자보다 투기에 가깝지 않겠느냐”면서 “계획했던 뒤땅과의 협상이 차질이 생기면 그때부턴 활용할 방법이 없고 팔지도 못하는 짐이 되기 때문에 막연하게 매입에 나서는 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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