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포커스] 이렇게 환히 웃는데.. 울산, 영원한 6번 유상철을 가슴에 묻다

이현민 2021. 6. 21.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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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울산 현대가 레전드 故 유상철 감독을 떠나보냈다.

췌장암과 사투를 벌이던 유상철 감독이 지난 7일 영면했다. 유상철 감독은 울산에서만 아홉 시즌을 뛴 레전드로 142경기에 출전해 37골 9도움의 기록을 남겼다. 울산 엠블럼 위 두 개의 별(1996년, 2005년)을 안겼던 주역이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한국 축구의 레전드가 별이 됐다.

울산은 유상철 감독이 떠난 후 그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문수축구경기장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8일부터 13일까지 추모 공간을 열었고, 많은 축구 관계자와 팬들이 찾아 애도를 표했다. 잠시 재정비 후 20일 성남FC와 홈경기(유상철 감독 추모 경기) 당일 오전 11시부터 다시 팬들이 유상철 감독과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팬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한 팬은 “유상철 감독님이 환히 웃고 있는 저 사진을 보면 아직 돌아가신 게 믿기지 않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많은 팬이 감독님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추모 메시지를 남기는 공간은 팬들의 고마움, 미안함, 그리움, 슬픔 등으로 빼곡했다.

경기 시작 30분 전 경기장 안에는 '헌신과 기억(Wall of Legends)'의 벽 제막식이 열렸다. 유상철 감독 기념 동판이 부착됐다. 추모 공간에 있는 사진처럼 동판 역시 환히 웃고 있었다. 아직 우리 곁에 있을 것 같은, 떠나보낸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미소가 아름다웠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에 들어가기 전 선수들에게 ‘유상철 감독은 울산과 한국 축구의 레전드다. 하늘에서 여러분의 플레이를 지켜볼 것이다. 최선을 다해달라’는 메시지를 줬다”고 밝혔다.

선수들도 동참했다. 선발로 나선 11명의 울산 선수들이 유상철 감독을 상징하는 등번호 6번 유니폼을 경기장에 들어섰다. 선수들 팔에는 유상철 감독의 모습이 그려진 검은 완장이 채워져 있었다. 울산과 성남 선수들이 센터서클에 모여 헌정 영상을 봤고, 추모 묵념을 진행했다.

경기장을 채운 팬들 역시 한마음이었다. 기념 핀 버튼을 가슴에 달고 클래퍼로 66초간 레전드에게 마지막 응원을 선물했다. 경기 전, 하프타임에는 현역 시절 그가 땀 흘리며 울산을 위해 문수축구경기장과 울산종합운동장 그라운드를 누볐던 영상이 송출됐다.


경기는 무더운 날씨만큼 뜨거웠고, 양 팀이 두 골씩 주고받으며 승점 1점씩 나눠가졌다. 울산이 승리했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텐데, 유상철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동고동락하며 4강 신화를 썼던 홍명보 감독과 김남일 감독이 승패로 웃고 우는 걸 원치 않았던 모양이다.

울산의 영건인 김민준은 인상 깊은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전반 31분 홍철의 크로스를 그림 같은 헤딩골로 연결했다. 이후 왼팔에 차고 있던 검은 완장에 키스하며 유상철 감독을 추모했다.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 적도, 일면식도 없는 까마득한 후배가 구전으로 듣고 영상을 통해 접했던 레전드에게 세리머니를 바쳤다.

김민준은 “미리 준비한 건 아니다. 경기 전 추모 영상보고 다짐했다. 이런 의미 경기에서 골을 넣고 유상철 감독님에게 세리머니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 실행했다”면서, “감독님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감독님의 축구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한국 축구의 영웅이시다. 직접 배우지 않았으나 내게 스승 같은 분”이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경기 종료 후에도 추모 공간에는 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문수경기장을 애워싼 불빛은 평소보다 더 밝아 보였다. 행여나 가는 길이 어둡진 않을까, 꽤 오랜 시간 유상철 감독 주위를 환히 비췄다. 승패를 떠나 선수단, 관계자, 팬들이 한데 어우러져 레전드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아프지만 가슴에 묻었다.

사진=울산 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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