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病 없앤 스웨덴 前총리 "정부는 재정·나랏빚 조심해야"
6월30일~7월1일 신라호텔서 열려
前총리 3명, 코로나이후 경제 제언
오는 30일~7월 1일 ‘제12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는 전직 국가 수반들이 화상으로 참석한다. 마하티르 모하맛(96) 전 말레이시아 총리, 헬렌 클라크(71) 전 뉴질랜드 총리, 프레드리크 라인펠트(56) 전 스웨덴 총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경제 재건 방안에 대해 혜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청년들, 한국 보고 배우자”
마하티르 전 총리는 1981년 총리직에 올라 2003년까지 22년 집권했고, 이후 15년 만인 2018년 5월 다시 총리에 취임해 지난해 2월 사임했다. 그는 1980~1990년대 강력한 리더십으로 말레이시아 경제성장을 일궜다. ‘근대화를 이끈 국부(國父)’란 긍정적인 평가와 ‘개발독재’를 했다는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당시 미국·유럽에 의존하던 외교·경제정책에서 벗어나,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경제 선진국을 모델로 하는 이른바 ‘동방 정책(Look East Policy)’을 추진했다. 농업이 주력 산업이었던 말레이시아는 마하티르 주도 하에 20여 년 만에 신흥 공업국으로 변신했다. 덕분에 말레이시아 국내총생산(GDP)은 1981년 250억달러(약 27조원)에서 2003년 1100억달러(약 120조원)가 돼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았던 친한파 정치인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 청년들이 한국 기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날 한국을 있게 한 문화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의 10대 교역 대상국이다. 양국 교역액은 2019년 한 해 기준 181억달러(약 19조6000억원)다. 제1회 ALC에 참석했던 그는 올해 제12회 ALC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코로나 이후 아시아의 가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는 코로나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뉴질랜드의 비결을 말한다. 뉴질랜드는 지난 2월 28일 이래로 코로나 감염자(해외 입국자 제외)가 ‘0’이다. 뉴질랜드는 코로나 유행 초기부터 엄격한 입국 제한 등 방역 수칙을 고수해왔다.
‘팬데믹 준비 및 대응을 위한 독립적 패널(IPPR)’의 공동 위원장을 맡은 클라크 전 총리는 “(뉴질랜드와 달리) 많은 나라가 코로나 상황을 그저 지켜보기로 하면서 지난해 2월 팬데믹을 막을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IPPR은 WHO(세계보건기구)와 각국의 코로나 대응에 관한 독립적인 조사를 위한 위원회로, 지난해 5월 WHO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에서 194개 회원국의 결의로 꾸려졌다.
◇”정부는 나랏빚 신중하게 접근해야”
프레드리크 라인펠트 전 스웨덴 총리는 이번 ALC 온라인 참석을 앞두고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스웨덴 경험으로 미뤄 볼 때, 각국 정부들은 10년 후엔 지금보다 더 심각한 경제 혼란(more severe economic turbulence)이 올 수 있다고 예측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재정과 나랏빚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며, 국가 예산을 흑자에 가깝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0월 ‘한국형 재정 준칙’을 통해 2024년까지 국가 채무 비율을 60% 아래로 유지할 수 있다고 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이 비율이 2023년이면 60%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스웨덴 정부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재정 확대 정책을 펴고 있지만,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집권한 라인펠트 전 총리는 당시 스웨덴 평등주의 상징이었던 ‘부유세’ 폐지를 선언했던 인물이다. 그는 “스웨덴 사회가 지나친 복지병에 걸렸다”고 진단하고 ‘무임승차하는 복지’에서 ‘일하는 복지’로 사회 체질을 바꾸기 위해 연금을 대폭 줄이는 동시에 의료보장 수준을 낮췄다. 이런 개혁 덕분에 유럽 전역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몸살을 앓는 와중에도, 스웨덴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 체제를 유지해왔다. 라인펠트 전 총리는 “실업자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 정책을 줄이면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우리는 오히려 근로 장려금을 대폭 인상했다.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것이 사회 양극화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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