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선긋기에.. 가상화폐 거래소 생존경쟁 본격화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받은 곳 4곳 뿐
종료전 제휴 받지 못하면 '폐업 도미노'
은행선 실익보다는 더 큰 리스크 우려
몸 사리면서도 경쟁사 행보 '눈치보기'
거래소마다 인터넷·지역은행에 타진
대부분 소극적 태도.. 존폐기로에 서
◆구애하는 거래소, 외면하는 은행
20일 가상화폐 거래소와 은행권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에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확인서가 필요하다. ISMS 인증을 받은 가상화폐 거래소는 20곳이지만, 이 중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받은 거래소는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4곳뿐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영업이익에 비해 은행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새발의 피’인 셈이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은행의 리스크는 매우 크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자금세탁 문제 등에 연루되면 그 여파는 은행에도 엄청날 수밖에 없다.
케이뱅크는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실명계좌를 제휴해 고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재미’를 봤다. 케이뱅크의 4월 말 기준 수신 잔액은 12조1400억원으로 지난해 6월보다 6배 이상 증가했다. 케이뱅크 가입자 수도 같은 기간 135만명에서 537만명으로 급증했다.
심지어 단기간에 예수금이 급격히 늘어나자 케이뱅크의 예대율은 80%에서 44%로 낮아져 대출이자보다 예적금 이자가 더 많이 나가는 ‘역마진’을 우려하는 상황까지 오기도 했다.
케이뱅크의 사례는 생존을 고민하고 있는 지방은행과 인터넷 은행에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케이뱅크처럼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성장하려 해도 실효성 측면에선 여전히 ‘물음표’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손을 잡으면서 얻는 최대 목적은 케이뱅크와 같이 거래소 수수료보다 이용자 수와 수신 잔액 증가인데, 규모가 작은 중소형 거래소를 붙잡아도 실효성이 작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실명인증 제휴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의 경우 신규 이용자 확장에 크게 아쉬운 입장이 아니지만, 이용자 확대가 곧 생존공식인 지방은행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가상화폐 업계에서도 예상밖이라는 입장이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실명인증 제휴를 받기 위해 4대 시중은행보다 이해관계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한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사업을 논의했었다”며 “다른 지방은행도 부산은행을 따라 제휴를 안 한다고 나설지도 몰라 노심초사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터넷 은행도 지역은행과 비슷한 입장이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둔 카카오뱅크나 인가를 받은 토스뱅크 역시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실명인증 제휴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사실상 선을 그었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제휴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건이나 준비사항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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