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빌라 샀다가 공공개발되면 다음달부터 '입주권' 못 받는다
‘2·4 공급대책’ 발표 후 과도한 재산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공공 개발 사업의 새 아파트 입주권 제한 시점이 이달 말쯤으로 바뀐다. 투기를 막기 위한 입주권 제한 조치가 실수요자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을 정부와 국회가 일부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기준 시점만 4개월 정도 늦춰졌을 뿐, 개발 후보지로 지정되지 않은 곳도 일률적인 규제를 적용받는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여전하고, 빌라 거래가 극심하게 위축되는 등 시장 왜곡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2·4 대책의 사업 구조와 인센티브 등을 담은 법률 개정안 7건이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국회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 사업(역세권, 저층 주거지, 준공업 지역 고밀 개발)에서 ‘우선공급권 부여 제한 시점’을 기존 2월 5일에서 ‘국회 본회의 의결일’로 수정했다. 해당 법안은 이르면 이달 말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문제는 공공 개발 후보지에 대한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특정 날짜를 기준으로 입주권 부여를 제한하는 내용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샀고, 계약 시점에 해당 지역이 공공 개발 후보지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더라도 취득 시점이 기준일 이후라면 입주권 대신 감정평가액을 돌려받는 ‘현금 청산’을 당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재개발 이전 주택의 감정평가액에는 개발 이익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새 아파트 시세의 절반도 안 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투기를 막으려면 개발 후보지로 지정된 후 취득하는 주택의 입주권을 규제하는 게 합리적인데, 날짜를 못 박아서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현금 청산 가능성 때문에 매수가 끊기면 주택 소유자들도 원하는 때에 주택을 처분하기 어려워져 피해를 볼 수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2·4 대책의 입주권 제한 조치로 인해 공공 개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지역에서는 정상적인 주택 거래마저 씨가 마를 것”이라고 했다.
입주권 지급 시점을 미룬 조치가 단기적으로 투기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4 대책 후속 조치로 지금까지 총 102곳, 10만8000가구 규모의 사업 후보지가 발표됐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 법 통과일 이전까지 투기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입주권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계약일’이 아닌 ‘소유권 등기일’로 규정했다. 통상 매매 계약 체결 후 잔금 지급 및 등기 완료까지 한 달 이상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투기 수요가 유입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투기 수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부동산 실거래 조사를 철저히 하고 과열이 확인되는 지역은 예정 지구에서 제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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