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느는데.. 에너지 낭비 어쩌나

박창규 기자 2021. 6. 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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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사는 회사원 정모 씨(34)는 지난해 10월 이사하면서 4도어 냉장고와 스탠드 에어컨을 새로 구입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 8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기기의 보유율이 90%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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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가구 전기-가스-탄소배출량..5인가구 1인당 사용량의 3배 넘어
1인-다인 사용제품 큰 차이 없고 '싱글 가전'은 에너지 효율 낮아
"고효율 빌트인 설치 장려해야"

서울 송파구에 사는 회사원 정모 씨(34)는 지난해 10월 이사하면서 4도어 냉장고와 스탠드 에어컨을 새로 구입했다. 기존에 쓰던 2도어 소형 냉장고에는 김치를 보관하고, 벽걸이 에어컨은 중고로 처분했다. 이사 후 정 씨는 매달 전기요금을 1만7000원가량 낸다. 이전 집에서 부담하던 8000여 원의 갑절 수준이다. 정 씨는 “혼자 산다고 해서 대학가 원룸에서 쓸 법한 작은 가전제품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전기요금은 다소 늘었지만 용량이 큰 제품을 들인 것에 만족하며 쓰고 있다”고 말했다.

○ 1인 가구 전기 사용량, 다인 가구의 3.8배

1인 가구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다인 가구의 가구원보다 최대 3.8배까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 전체 에너지 소비량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1인 가구의 생활 방식을 반영한 에너지 절감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정책리포트 ‘서울의 1인 가구, 에너지 얼마나 쓸까?’에 따르면 가구원이 1명인 1인 가구의 월평균 전기, 가스, 지역난방 등 에너지 사용량은 5인 가구의 가구원 1명당 사용량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의 경우 1인 가구의 월 사용량은 511Mcal로 5인 가구 가구원 1명당 사용량(136Mcal)의 약 3.8배에 달했다. 가스의 월 사용량 역시 1인 가구가 319Mcal로 5인 가구 1명당 사용량(95Mcal)의 약 3.4배였다.
에너지 소비량이 늘수록 탄소배출량도 증가했다. 5인 가구의 가구원 1인이 월 44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때 1인 가구는 월 162kg으로 약 3.7배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는 1인 가구의 생활방식과 큰 연관이 있다. 최근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와 마찬가지로 TV나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최대한 갖추고 생활하는 편이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 8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기기의 보유율이 90%를 넘었다. 이들은 가전제품 구입 시 우선 고려 요소로 가격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는 성능 디자인 순이었고, 에너지 소비효율은 가장 후순위 고려 요소였다.

‘싱글 가전’ 표방 기기도 시중에 많이 나오는 편이다. 다만 이들의 에너지 소비효율은 대형 제품과 비교해 등급이 낮은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형 가전기기는 낮은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을 받았으며 청소기 등은 ‘표기 없음’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소형 가전에도 고효율 제품 보급 늘려야”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서울 전체 가구의 33.4%인 약 130만 가구가 1인 가구였다. 2047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약 37.2%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추세라면 1인 가구의 증가는 에너지 사용량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1인 가구의 가전제품 사용 특성을 고려한 에너지 절감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빌트인 가전제품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임대인이 거주공간을 빌려줄 때 고효율 제품을 설치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민경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축물 설계 때 냉장고 등 필수 콘센트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기전력 차단장치를 설치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1인 가구 수요가 많은 전자레인지, 가습기, 로봇청소기 등에도 에너지 고효율 제품 보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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