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의 온차이나] '황제' 시진핑의 책사들
장웨이웨이 푸단대 교수, 최고지도부 상대로 국제 미디어 전략 제안
지난 5월31일 국제 미디어 전략을 주제로 열린 중국 공산당 정치국 30차 집체 학습에서 나온 시진핑 주석의 메시지가 외교가에서 화제입니다.
“자신감을 드러내되 겸손하고 온화해야 하며 믿을 수 있고 사랑스러우며 존경받는 중국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죠. 거칠고 공격적인 언사로 일관해온 중국식 전랑외교(戰狼外交·늑대전사외교)에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체제 우월론’으로 시진핑 총애 받아
이날 시 주석의 메시지 만큼 화제가 됐던 건 중국 최고지도부를 상대로 어전 강의를 맡았던 장웨이웨이(張維爲·64) 푸단대 교수였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장 교수가 이 문제에 대해 강의하고, 건의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푸단대 중국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장 교수는 ‘중국 국뽕(극단적 민족주의) 네티즌들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죠. 풍부한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식 독재 체제가 미국 등 서방국가보다 훨씬 더 우월하다는 주장을 폅니다. 이를테면, ‘중국 14억명 인구는 모두 빈곤에서 벗어났는데, 미국은 아직도 4000만명의 빈곤 인구가 있다’ ‘미국 민주주의는 이미 사망의 길로 들어섰다. 정치제도와 사상이념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궤변에도 능한 인물이죠. ‘중국에 언론 자유가 없다’는 질문을 하면, “서방 국가들은 중국 매체들이 공산당 통제를 받는다고 하는데, 서방 매체들도 자본의 통제를 받는다”는 식으로 논점을 피해 갑니다.
상하이 출신인 장 교수는 푸단대 외국어학과를 졸업하고, 베이징외국어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외교부에 통역으로 들어갔죠. 덩샤오핑 등 고위 지도자들의 영어 통역을 맡으면서 세계 100여개국을 다녔다고 합니다. 이후 유엔 통역으로 일하다 스위스 제네바대학에서 국제정치학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땄죠.
2010년부터 중국 체제를 옹호하는 각종 책을 내고 강연 활동을 해왔습니다. 시 주석이 그의 책을 좋아해서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 고위층에 일독을 권한 적도 있다고 해요.
◇‘중국몽’ 만든 왕후닝도 교수 출신
중국 역대 최고지도자들에게는 국제 정치나 경제 분야에서 국가 전략을 자문해주는 ‘책사’들이 있죠.
대표적인 인물이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 등에 통치 전략을 자문해줬고, 지금은 최고 지도부의 일원이 된 왕후닝 상무위원입니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이 그의 작품이죠. 그 역시 푸단대 교수 출신입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류허 부총리가 시 주석의 책사죠. 관변 싱크탱크인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에서 오랫동안 연구활동을 해오다 시 주석 집권 이후 고위층에 발탁됐습니다.
◇왕지스 “부끄럽고 마음이 불편하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을 지낸 왕지스(王緝思·73) 교수는 ‘황제의 책사’로서 중국 국내외에서 존경받은 인물이죠. 그는 후진타오 주석 시절 ‘수석 외교 싱크탱크’로 불렸습니다.
그는 학문적으로 성실하고 빈틈이 없을 뿐아니라 중국의 상황과 실력에 대해서도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요. 방문학자로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등지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고, 한국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달 한 기고문에서 요즘 중국 세태를 이렇게 꼬집었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미국에 대한 우리의 연구가 미국 측의 중국에 대한 연구보다 훨씬 더 깊고 광범위하다고 흔히 말하는데 확실하지도 정확하지도 않은 말이다. 미국에 대한 우리의 연구가 너무 부족해서(국제정치학자로서) 부끄럽고 마음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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