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 원조' 홈쇼핑 업계, 유통가 '라방 열풍'에 커진 고민
유통 기업부터 IT·플랫폼까지…'10조 원 규모' 라방 경쟁 가속
[더팩트|이민주 기자] 유통업계에 불어닥친 라이브방송(라방) 열풍에 '방송 판매' 원조 격인 홈쇼핑 업계의 고민이 커지는 분위기다.
온라인쇼핑 채널을 넘어 오프라인 유통 업체까지 패션, 뷰티, 리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라방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서면서 수요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 업계는 최근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업체가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TV로 송출하는 것과 관련해 "사실상 사업 영역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T커머스 업체 K쇼핑은 지난 10일부터 라방 최초로 모바일과 TV앱을 동시 론칭했다. 통상 T커머스는 방송법 규제에 따라 메인 화면에서 녹화방송을 송출하고 화면 일부(측면)에서만 TV앱을 볼 수 있게 했다. TV앱에서 라방을 론칭하면서 소비자가 이 버튼을 누르면 TV화면에서 라방을 볼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정부가 최근 케이블TV 지역채널에서 한시적으로 라방을 허용하는 실증특례를 추진하면서 역차별 논란도 불거졌다.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만간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케이블TV 라이브커머스 실증특례 여부를 최종 의결한다.
이와 관련해 케이블TV 업계가 지역 특산품 판로를 넓히려는 상생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홈쇼핑 업계는 상품 판매의 실질이 홈쇼핑과 동일하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홈쇼핑 업계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데는 라이브커머스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 무관하지 않다. '후발 주자'들의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홈쇼핑 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최근 교보증권 리서치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0억 원에서 올해 약 2조8000억 원으로 7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23년에는 10조 원 규모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라방으로 대표되는 라이브커머스는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망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채널로 모바일이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핵심 채널로 급부상하면서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T커머스 업체뿐만 아니라 모바일 쇼핑을 기반으로 하는 이커머스 업체들까지 공세에 나서면서 홈쇼핑 업계의 입지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티몬은 지난 2017년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에서는 가장 먼저 라이브커머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해 4분기 '티비온' 상품 판매량은 지난 2017년 4분기 대비 14배 늘었다. 최근에는 라방 역량 강화를 위해 피키캐스트 창업자인 장윤석 아트리즈 대표를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11번가는 라방 플랫폼 '라이브11'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쇼핑과 예능을 결합한 '쇼퍼테인먼트' 코너를 신설해 MZ세대와 접점을 늘리고 있다. 코너를 신설한 3월 방송 시청자 수는 전월 대비 6배, 거래액은 24% 늘었다.
이외에도 위메프는 라방 스튜디오를 만들고 업계 최초로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 발굴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노력을 쉬지 않는다. 쿠팡은 지난 1월 라방 쿠팡 라이브를 시범방송 중이다. 지난 3월부터는 뷰티 상품군에서 라방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롯데 신세계 등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유통·IT 대기업들도 라방 서비스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 쓱라이브를 통해 해외 뷰티 브랜드 상품을 단독으로 선보이는 등 특화 라이브 커머스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자사 라방 채널 '100LIVE'에 예능과 체험을 강조한 콘텐츠를 추가하고 방송 횟수도 늘려가고 있다. 이에 100LIVE 방송 횟수는 도입 당시 30회에서 최근 180회로 6배 늘어났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높은 플랫폼 인지도를 바탕으로 단숨에 라방 강자가 됐다. 네이버 쇼핑라이브 10개월 거래액은(지난해 8월에서 지난 5월) 2000억 원, 카카오쇼핑 라이브의 지난 1년간 거래액은 3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라방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유통과 조금이라도 접점이 있는 기업들이 잇달아 관련 사업을 시작하는 추세"라며 "홈쇼핑 업체들이 관련 일을 오래 해온 만큼 경험과 경쟁력은 있는 편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 고객을 자사 라방으로 유입시키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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