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바이든의 '미국 우선주의'와 한국
중국 고립시키면서 동맹국들에
美 주도 경제 민족주의 동참 유도
G2 대결 파고속 文정부 행보 주목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는 말이 있다. 정상이 해외순방을 하거나 외국 정상을 초대할 때는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번 달 첫 해외순방 외교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주요 7개국(G7), 유럽연합(EU),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지난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잘 짜인 각본에 따라 ‘미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정부 시절과 달리 미국이 다시 국제사회를 이끌어가는 ‘원톱’이 되겠다는 의지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반중 노선에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가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국내 지지층 결집을 위해 동맹국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좌충우돌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밀어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더욱 치밀하고 정교하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을 겨냥해 전통적인 동맹관계 복원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도록 외교적인 모양새를 갖추면서 실질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경제 민족주의’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다만 미국보다 중국과의 교역량이 더 많은 한국과 미국의 동맹국들로선 바이든 대통령이 구상하는 ‘반중 경제 블록’에 마냥 동참할 수만은 없다.
백악관은 최근 250쪽에 달하는 ‘공급망 복원’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 정부는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을 4대 핵심 공급망 분야로 정하고 이 분야에서 중국이 뒤쫓아오지 못하도록 2500억달러의 정부 지원금을 풀기로 했다. 바이든 정부는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대책회의에 한국의 삼성전자 대표 등을 초청해 주요 우방국 정부는 물론 그 나라 기업들까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기술패권 장악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라고 압박했다.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 붕괴 사태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략일 뿐이다.
바이든 정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유무역’체제를 와해하려고 한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미국은 1995년 국가 간 경제교류에서 정부 역할을 최소화할 목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창설을 주도했고 중국의 WTO 가입 또한 관철시켰다. 그렇지만 이런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국이 중국이고 그렇게 키운 경제력으로 중국이 미국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자성론이 바이든 정부 안팎에서 비등하다. 이제 미국도 중국처럼 정부가 경제 섹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미국 우선주의와 경제 민족주의를 실현하려 한다.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무역의존도가 높다. 바이든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경제 민족주의가 한국의 이익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고, 반중 경제 블록이 한국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 정부는 1년도 남지 않은 임기 중에 미·중 대결의 파고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상반된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이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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