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1인 가구, '다른 집'을 원한다..'대안주거'

송진식 기자 2021. 6. 2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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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사는데 꼭 아파트에 살아야 할까?

[경향신문]

젊은 세대, ‘직주근접’ 도심 선호
상가 공실률 높은 도심에 대안
정부, 오피스 건물 주택 전환 장려

저출산, 비혼 확산 등에 따른 1~2인 가구 증가는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과거 3~4인이 가족을 이뤄 한 집에 모여 살던 시대에 비해 1~2인 가족으로 세대 분화가 이뤄지다 보니 인구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도심 주택수요는 더 늘게 됐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제4차 가족실태조사’(2020년 기준) 결과를 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30.4%이고, 2인 가구까지 포함하면 62.1%가 1~2인 가족으로 집계됐다. 1인 가구 비율은 특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5.6%, 2015년 21.3% 등으로 최근 5년 새 증가폭이 과거 5년의 두 배에 달한다. 흔히 접하던 ‘4인 가족’도 이젠 옛말이다.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는 2.3명까지 줄었다.

서울은 1인 가구 비율이 더 높다. 서울시가 올 4월 말 공개한 ‘2020년 복지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33.3%로 가장 높았다. 2인 가구 비율은 25.8%로, 서울시 내 10가구 중 6가구(59.1%)가 1~2인 가구로 집계됐다.

부동산 업계는 오는 2045년이 되면 1~2인 가구 비율이 72%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늘어나는 주택 수요를 감당하려면 아파트나 빌라·연립 등의 전통적인 개념의 주택 외에도 고밀개발을 통한 오피스텔·도심형생활주택 등 ‘대안주거용’ 공급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대안주거’ 수요 증가

2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도심 청년화’, 디지털화, 오프라인 공간 수요 감소 등으로 공간개념이 변화하고 있다”며 “기존의 ‘주택’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다양한 유형의 대안주거 수요가 급증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도심 청년화란 젊은 세대들이 직주근접 등을 이유로 주거·상업시설이 밀집된 도심 용도복합 지역 내 거주를 선호하면서 도심 거주 연령층이 청년화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초연결 사회의 구축, 디지털 기술 발전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업무 공간은 대형 오프라인 사무실보다는 중·소규모 ‘거점오피스’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이 같은 수요에 맞게 향후 도심 건물도 주거지와 사무실이 한 곳에 혼합된 형태의 복합개발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반면 도심 상가나 오피스의 수요는 줄어 전반적으로 상가 공실률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명동·이태원에 있는 중대형 상가 4곳 중 1곳가량이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도 상가 공실률 증가, 도심 주택공급 등을 고려해 기존 오피스 건물의 주택용도 전환을 장려하고 있다. 호텔이나 모텔 등 숙박시설을 리모델링한 뒤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올해부터는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계획을 짤 때 지역별 상가 공실률 등을 고려해 상업시설과 주거지역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는 오피스텔이나 도심형생활주택과 같은 대안주거용 건물의 공급이 활성화되기엔 여전히 장벽이 높다고 지적한다. 주택용으로 허가를 받아 건물을 지으려면 도시계획, 건축, 금융, 분양가 등 여러 규제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오피스와 주거가 융합된 형태의 오피스텔의 경우 발코니 설치가 아예 금지돼있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공간이용 트렌드가 급변하고 과거에 없던 새로운 수요가 폭발하고 있지만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와 중첩된 규제로 수요 변화에 능동적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거공간 공급에 있어 대안주거의 역할을 재평가하고, 시대 변화에 맞게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고밀개발 실효성 논란도

대안주거용 건물 규제 완화 필요
업계선 고밀개발 허용 목소리
난개발·투기·안전문제 우려도

1~2인 가구를 위한 도심 주택공급을 확대하려면 대안주거용 건물에 대한 규제완화와 함께 고밀개발도 허용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건산연이 건축물 대장 및 부동산114 자료를 활용해 추정한 결과 2005년 이후 수도권에 공급된 대안주거용(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생활숙박시설·기숙사 등) 건물은 82만5000가구가량으로 같은 기간 전체 주택 준공물량의 24% 수준이었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수도권 대안주거용 건물의 공급은 주택의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재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며 “대안주거 공급으로 아파트로의 수요 집중을 일정부분 방어해 시차를 두고 주택 가격 안정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서울시 일반 상업지의 조례상 기준 용적률이 800%이지만 서울 상업지역 내 건축물의 63.7%가 용적률 300% 이하로 집계된다”며 “도심의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에 대해서는 용도 혼합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고밀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안주거용 건물이 난립할 경우 난개발이나 투기, 안전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지난해 일명 ‘레지던스’ 등 생활형숙박시설 분양이 과도하게 늘면서 기존 상업시설의 불법적인 용도 전환이나 투기세력의 집중 매집 의혹 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성가족부의 실태조사 결과에서 1인 가구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20~30대 비율이 26.6%, 60대 이상 비율이 45.7%에 달한다. 청년·노년 1인 가구의 주거빈곤 문제가 커지는 상황에서 도심 내 대안주거의 확대 공급이 1인 가구 주거문제의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통계청 집계를 보면 서울의 20~34세 청년 1인 가구 중 옥탑방이나 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주거빈곤층의 비율이 2005년 34%에서 2015년 37.2%로 높아졌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고밀개발을 통해 대안주거용 공급이 늘어난다 해도 높은 임대료나 분양가를 감당할 1인 가구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오피스텔의 경우 층간소음 문제 등 주거용으로 구조가 적절치 못한 측면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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