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3곳에 소상공인 전용 상설매장.."코로나로 폐업 위기 속 희망 찾았다"
[경향신문]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 판매
막혔던 수출 재개·내수도 쑥
임대료도 타 업체보다 낮춰
공사 “전국 14곳 확대 계획”
제주 특산물인 홍해삼을 원료로 만든 식품을 제조·판매하는 정인철씨(65·제주시). 중국·홍콩·대만 수출이 주요 판로였던 그의 회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문을 닫을 위기에 있었다.
폐업을 눈앞에 둔 정씨에게 지난달부터 희망이 보였다. 제주국제공항 면세구역에 설치된 지역 공유마켓인 ‘가치제주상점’에 회사 제품을 진열하면서다. 2015년 창업 이후 처음으로 이달 초 미국 수출길이 열렸고, 한동안 막혔던 중국 수출도 재개됐다. 내수 판매도 늘었다.
정씨는 “제주공항 안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외국 바이어들은 높은 신뢰감을 보인다”면서 “국내 상품 홍보는 엄두도 못 냈는데 공항에서 구입해 드셔보고 전화로 택배 주문을 하는 관광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제주공항 2층 면세점 맞은편에 위치한 가치제주상점. 지난달 4일 문을 연 이 상점에서는 제주도와 지역 소상공인연합회 등의 추천으로 소상공인과 사회적경제기업 20곳이 내놓은 화장품과 식품 등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날 상점을 찾은 한 관광객은 “의미 있는 소비를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이 상점이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더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사회적경제기업인의 판로 확대 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김포공항을 시작으로 김해공항, 제주공항 등 전국 3개 지역 공항 내에 전용 상설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공항공사는 공항 이용객과 예상 매출 등을 분석해 소상공인 전용 상설매장을 전국 14개 공항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5월 전국 공항 가운데 처음으로 개장한 김포공항의 공유마켓 ‘특별상점’은 국내선 터미널 3층 서쪽 에스컬레이터 앞에 위치해 있다. 매출액은 증가 추세로 연 4억여원에 이른다.
공항공사는 특별상점에 대한 임대료를 공항 내 다른 입점 업체보다 낮게 받고 있다. 김포 특별상점에서 받은 임대료는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홍보비 등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금으로 쓰인다. 기존 입점 업체와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제품도 선별해 가급적 중복 판매를 피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김해공항에 문을 연 ‘갈매기상점’을 꾸려가는 사회적기업 ‘착한세상’ 대표 김정예씨(40)는 “이전에는 소상공인들의 상품이 지역 내에서 주로 소비됐지만 공항에 갈매기상점이 생기면서 지역 외 소비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공항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소상공인과 사회적경제조직이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있고, 소비자는 가치 있는 소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새로운 개념의 공항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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