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장벽 못 넘은 '인도적 체류자'.."가족 만나지도 못해"

이유민 2021. 6. 2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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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0일)은 유엔이 제정한 세계 난민의 날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정치적, 종교적 박해를 피해 고국을 떠나온 난민이 천여 명에 달하는데요.

하지만 난민 지위 조차 받지 못해 인도적 체류자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오갈 데 없는 처지로 부당한 처우까지 감수해야 한다는데, 이유민 기자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3년 전 예멘 내전을 피해 한국으로 온 오마 씨.

다섯 달에 걸쳐 심사를 받았지만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임시로 머물 수 있는 '인도적 체류자'로 분류됐는데, 1년짜리 '임시 비자'로 생활하는 셈입니다.

[오마/인도적 체류자 : "(매년) 출입국으로 가서 심사를 받고 집 계약서를 제출해야 해요.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들은 이런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어요."]

고국에 두고 온 딸과 아들을 데려오고 싶지만 난민과 달리 가족을 부를 법적 권한이 없고 해외로 갈 수도 없습니다.

[오마/인도적 체류자 : "가족을 만나러 다녀와도 되냐고 출입국에 문의했더니 안 된다고 했어요.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한 곳이라 가족들이 항상 걱정돼요."]

법적 지위가 보장된 난민과 달리 인도적 체류자는 사회보장 혜택을 대부분 받을 수 없고, 영주권도 신청할 수 없습니다.

체류 기간이 짧은 비자로 지내다 보니 카드 발급이 안 되거나 통신사 가입을 거절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으로 보장되는 취업 역시 비자 탓에 거절당하기 일쑤입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고용계약서도 없이 일하거나 월급을 체불 당하는 등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이일/변호사 : "(인도적 체류자의) 처우 수준을 난민 인정자와 사실 거의 동일하게 맞춰야 되거든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그런데 한국에서는 취업 허가, 제한적 의미의 취업 허가 말고는 아무런 처우가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 지내는 인도적 체류자는 모두 2천여 명.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인도적 체류자 실태를 지적하며, 법무부에 난민법을 개정해 인도적 체류자 처우를 개선하라고 권고했습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조승연 황종원/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김정현

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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