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원조 인삼과 디엠제트 묶어 '최강 관광상품' 꿈꿔요"

박경만 2021. 6. 2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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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DMZ스테이 윤설현 대표

경기 파주시 문산읍 마정1리 게스트하우스 ‘DMZ스테이’ 윤설현 대표. 박경만 기자

“젊은 세대들이 비무장지대(DMZ) 개성인삼 체험을 통해 남북 간 동질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감각과 시선으로 디엠제트를 보고 느끼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지난 14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앞 문산읍 마정1리 게스트하우스 ‘디엠제트(DMZ) 스테이’에서 만난 윤설현(54)씨는 개성인삼 체험관광에 나선 이유에 대해 “남북 공유자산인 개성인삼은 천 년 전부터 한류의 원조였고, 인삼은 남북을 가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처음 시도한 개성인삼을 활용한 디엠제트 체험관광 사업은 이달 초 파주시의 ‘파주테마형 상권재생 프로젝트’에 선정된 데 이어, ‘다크투어리즘의 새 영역 디엠지 개성인삼 스테이’를 주제로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모한 ‘2021년 지역기반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탄력을 받고 있다. 체험 카페의 리모델링과 사업 초기 프로그램 운영 등에 필요한 재원은 마련된 셈이다.

그는 다음 달부터 민간인출입통제구역(민통선) 안 인삼 농장과 자신의 게스트하우스를 연계해 인삼에 특화한 디엠제트 체험관광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 투어 참가자들은 인삼을 직접 수확하고 또 인삼이 들어가는 가공식품이나 디저트, 미니 화분을 만드는 체험 기회를 갖게 된다.

서울서 직장을 다니다 4년 전 낙향해 ‘디엠지 스테이’를 운영하며 임진강생태탐방로, 평화누리길 등 생태해설사도 맡고 있는 윤씨가 이 사업을 구상한 것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관광객들과의 대화에서 비롯됐다. “남과 북의 판문점을 모두 다녀온 일본인 관광객으로부터 남과 북 안내원의 설명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예컨대 북에서는 미루나무 사건이라고 하는데, 남에서는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으로 부르는 식이죠.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판문점을 바라보는 남과 북의 상반된 시선을 강요하는 디엠제트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남북의 동질성 회복방안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임진각에서 열린 파주개성인삼축제에서 관광객과 인삼 튀김을 먹다가 ‘이곳에서 먹는 인삼이나 개성에서 먹는 인삼이나 맛이 똑같을 것’이란 생각과 함께, 디엠제트 개성인삼이야말로 과거, 현재, 미래에도 남북이 하나임을 공감할 수 있는 역사적 자원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후 외국인 관광객에게 디엠제트 인삼밭을 보여주며 설명했더니 ‘개성인삼’이란 이름이 왜 붙었는지 궁금해하고 “심봤다” “어메이징”을 외치며 신기해했다. 파주 디엠제트 일원에는 옛 장단군에만 243농가에서 153㏊ 면적의 인삼 재배를 하고 있어 기반은 충분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난해 8월 경기 파주시 민통선 안 개성인삼 농장에서 인삼체험 관광을 하고 있다. 윤설현 대표 제공
지난해 8월 민통선 인삼체험 관광에 참여한 한 외국인 관광객. 윤설현 대표 제공

더욱이 현재 파주시에서 운영 중인 제3땅굴과 도라전망대, 민통선 마을을 둘러보는 디엠제트 투어는 연간 60만명이나 참여하지만, 3시간짜리 단순 견학코스에 불과해 관광객을 더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평소 느껴오던 터였다.

“왜 관광객을 3시간 만에 돌려보내야 하는지, 디엠제트 관광이 사진을 확인하는 도장찍기 수준에 그치는지 늘 안타까웠어요. 진정한 평화관광이 되기 위해 분단과 차이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하나였음을 공감하는 콘텐츠가 필요한 데 디엠제트 인삼체험이 제격이라고 생각했죠.”

임진각 앞 게스트하우스 연계해
내달부터 디엠제트 인삼체험 본격화
직접 캐고 가공식품 생산 체험도
“남한과 북한 가르지 않는 인삼
평화관광 위한 좋은 콘텐츠”

4년 전 낙향해 게스트하우스 열어

그는 인삼체험 관광을 통해 인삼 농가와 동네 주민의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윤 대표는 “6년근 인삼 농사는 땅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체험관광으로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인삼 농사 자체가 무형문화재급 민족 자산인데 없어지면 안 된다”고 했다.

식당을 폐업한 친구 집을 빌려 12명 수용이 가능한 파주 유일의 디엠제트 게스트하우스를 열었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돼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예약 전화가 폭주하더니 이후 남북관계 경색과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19로 손님이 급감했다. 설상가상으로 경기관광공사에서 인근 임진각 캠핑장에 4~6인실 캐러밴을 40동이나 설치해 피해를 키웠다. “골목상권에 마트 하나만 들어오려 해도 사전조사를 하는데 아무런 얘기도 없이 웬만한 모텔 몇 개에 해당하는 캐러밴이 들어서 ‘변종 숙박업’이라고 경기도와 파주시에 항의도 해봤지만 어쩔 수 없었죠. 그나마 작은 규모의 게스트하우스여서 외부 충격에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평화누리길을 걷는 여행객들이 숙소가 없어 불편을 겪고 있지만 사업성이 떨어져 숙소가 생기지 않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관광이 되기 위해서는 임진각 중심으로 이뤄지는 여행객모집 위주의 관광에서 벗어나 작은 단위의 관광주체가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엠제트와 인삼은 둘 다 한국에만 있는 것으로, 이 둘을 결합하면 글로벌인지도 면에서 한국 최강의 관광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지역 사람들과 함께 세계적인 음료 브랜드 ‘선키스트’처럼 개성인삼을 기반으로 첫 남북 공동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프랑스의 고성 와이너리 투어처럼 세계적인 체험관광 모델이 되길 기대합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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