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홀 짜릿한 버디..박민지 '생애 첫 메이저 퀸'

조효성 2021. 6. 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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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그룹 한국여자오픈 최종
박현경과 2주 연속 우승경쟁
18번홀 피말리는 접전끝 버디
"미스샷인데 최고의 샷 됐네요"
올 시즌 10번째 대회서 5승째
대상·상금·평균타수 모두 1위
최단 기간 5승·상금 9억 돌파
역대 최다승·최다상금 新 기대
20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DB그룹 제35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시즌 5승째이자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박민지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 DB그룹 한국여자오픈 조직위]
20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DB그룹 제35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2억원) 최종일 4라운드 18번홀. 공동 선두를 달리던 박현경(20·한국토지신탁)이 러프에 빠진 공을 빼내 세 번째 샷으로 그린 공략을 앞둔 사이 '대세' 박민지(23·NH투자증권)는 두 번째 샷을 홀 1m에 붙이며 버디 기회를 잡았다.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환상적인 아이언샷. 2주 연속 박현경을 상대로 18번홀 버디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박민지. 하지만 이 '최고의 한 방'에 비밀이 있었다. 사실 미스샷이었다.

박민지는 경기 직후 "사실 마지막 홀에서 핀 1m에 완벽하게 붙은 세컨샷은 100% 미스샷이었다. 그린 중앙을 보면서 쳤는데 아이언 헤드가 살짝 덮여 맞으면서 공이 왼쪽으로 날아갔다. 다행히 핀에 딱 붙었지만 만약 홀을 보고 쳤다면 해저드에 빠졌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멋지게 핀에 딱 붙었으니 그냥 핀을 보고 공격적으로 쳤다고 생각해주시면 고맙겠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며 숨 막히게 펼쳐진 '무지개 언덕(레인보우힐스)의 혈투'에서 박민지가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과 함께 올 시즌 우승 횟수를 '5승'으로 늘렸다.

이날 경기는 일찌감치 '시즌 4승' 박민지와 '시즌 첫 메이저퀸' 박현경의 맞대결로 좁혀졌다. 박현경에게는 앞서 열린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아쉬운 1타 차 패배를 설욕할 기회. 반면 박민지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 생애 첫 메이저퀸 타이틀을 간절하게 원했다.

묘하게도 이날 승부는 마치 일주일 전 열린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최종 라운드를 보는 듯했다. 당시 챔피언조에서 맞대결을 펼친 박민지와 박현경의 승부는 18번홀에 가서야 박민지의 버디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한국여자오픈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며 팽팽한 접전을 펼친 둘의 승부는 묘하게도 18번홀에서 또다시 박민지가 버디를 잡아내며 보기를 범한 박현경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확정 지었다.

최종 스코어는 합계 17언더파 271타. 3위를 차지한 이정민(29·한화큐셀)보다 무려 10타나 앞선 완벽한 우승이다. 최종 라운드에서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불과 5명, 4라운드 합계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도 단 9명에 불과할 정도로 까다로운 코스에서 박민지는 진정한 '메이저퀸'의 저력을 재확인시켰다. 박민지의 우승 스코어는 2018년 오지현과 같은 '역대 대회 최저타 타이 기록'. 앞서 박민지는 3라운드까지 15타를 줄이며 2020년 유소연이 세운 12언더파를 3타 경신한 바 있다. 또 대상포인트와 상금랭킹에서 1위에 올랐지만 평균 타수에서는 장하나에게 밀려 2위였던 박민지는 이번 대회 버디쇼를 발판으로 평균 타수를 끌어내리며 1위(69.5타)에 이름을 올렸다.

거침없는 질주다. 박민지는 4월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한 뒤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과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6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4승을 거둔 뒤 기세를 이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까지 차지하며 시즌 5승 고지를 밟았다. 특히 최근 5주 사이에 무려 4승을 거둘 정도로 무서운 몰아치기 우승 행진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10번째 대회이자 9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무려 5승. 우승 확률 5할을 넘겼다. 가파른 상승세에 박민지의 KLPGA투어 역대 한 시즌 최다승, 한 시즌 최다 상금 돌파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 올 시즌 남은 대회는 18개에 총상금은 무려 164억원이나 된다. 특히 총상금 15억원이 걸린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을 포함해 총상금이 10억원이 넘는 초대형 대회도 7개다.

기대감이 높은 이유는 속도다. 박민지는 현재 역대 최단기간 시즌 5승, 시즌 상금 9억원 고지를 돌파했다.

2007년 9승을 거두며 한 시즌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한 신지애가 5승을 거둔 시점은 9월이다. '2021년 대세' 박민지가 3개월가량 빠르다. 역대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 경신도 관전 포인트다. 일단 이날 우승 상금 3억원을 추가한 박민지는 시즌 상금을 9억4804만7500원으로 늘리면서 역대 한 시즌 최단기간 9억원 돌파 기록을 세웠다. 박현경은 2주 연속 준우승을 차지하며 장하나를 제치고 상금랭킹 2위(4억6404만4667원)로 올라섰다. KLPGA투어 역대 한 시즌 최다 상금은 2016년 박성현이 세운 13억3309만667원. 당시 박성현은 6월까지 7억591만원을 거뒀다. 같은 기간을 비교하면 박민지가 2억5000만원가량 흐름이 더 빠르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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