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100곳 양자컴 활용중..한국도 양자 기술재산권 확보해야"
성능 매직넘버는 1000큐비트
각국 양자우위 선점경쟁 치열
◆ 세상을 바꿀 양자기술 (上) ◆
미국 IBM 본사에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백한희 박사(IBM 리서치 산하 IBM 퀀텀 그룹 연구원)는 18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양자 우위 (Quantum advantage)'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IBM은 24시간 안정적으로 구동되는 23개의 양자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2016년부터 클라우드 방식의 양자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백 박사는 "IBM을 비롯한 양자컴퓨터 선도 기업들이 100큐비트, 1000큐비트 시대를 이야기하는데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걸 연구 현장에서도 체감한다"며 "하드웨어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자컴퓨터로 무엇을 연구할 수 있는지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양자컴퓨팅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자컴퓨팅 기술 확보가 국가 간 대결 양상을 띠면서 핵심 기술은 미국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중국은 정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베일에 싸여 있다. 백 박사는 "세계는 지금 양자컴퓨터 직접 개발은 물론 알고리즘과 애플리케이션 개발까지 양자 관련 지식재산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한국도 빨리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독일 출장을 다녀왔다. 독일 정부가 에닝겐에 양자연구소를 오픈하면서 IBM 퀀텀 컴퓨터 실물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날 개소식에서 온라인 축사를 하면서 "독일은 양자 기술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중 하나가 되어야 하며,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자컴퓨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고 백 박사는 전했다. 현재 IBM 실물 양자컴퓨터가 설치된 곳은 미국과 독일뿐이다. 올 하반기에 도쿄대 주도로 일본에도 설치될 예정이고, 호주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박사는 "1000큐비트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면 일반 컴퓨터를 능가하는 소위 '퀀텀 어드밴티지(양자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이렇게 되면 연구는 물론 산업 생태계 전체가 엄청나게 발전하게 된다. 실험실 연구나 애플리케이션 개발 단계를 넘어 실제 컴퓨터처럼 쓰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백 박사는 양자컴퓨팅 발전에 기여한 세계적인 연구자다. 획기적인 발상으로 새로운 초전도 큐비트 설계를 착안했고, 1마이크로초에 불과하던 '결맞음성(coherence) 시간'을 수십 배 늘리는 데 기여했다. 그는 연세대에서 물리학 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 가 2007년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초전도 단계 큐비트의 결맞음성을 개선하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일대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치고, 2014년 IBM 리서치에 합류했다. 현재까지 퀀텀 컴퓨팅 관련 총 22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이 중 18건이 등록됐다. 44건의 연구 발표 및 25건의 논문을 출간한 바 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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