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코로나보다 더 위험" 성난 브라질 시민들, 거리로
[경향신문]
방역 소홀…3차 유행 우려
누적 사망자 50만명 넘는데
아랑곳없이 축구대회 열어
전역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대통령 퇴진·백신 접종 확대”
“대통령이 코로나보다 더 위험하다.” “보우소나루는 집단학살자.”
브라질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50만명을 넘은 19일(현지시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규모 시위가 전국에서 열렸다. 코로나19를 독감 정도로 여기며 방역 대책을 세우지 않은 지도자에 성난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백신 접종으로 미국, 유럽 등에서는 확진자가 줄어들었지만 브라질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꾸준히 늘어 ‘3차 유행’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를 비롯해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사우바도르, 헤시피 등 브라질 전역에서 이날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좌파 정당과 시민단체, 노동계, 학생단체 등이 참여해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연장 등을 요구했다. 주최 측은 국내 380여곳을 포함해 전 세계 430여개 도시에서 시위가 순차적으로 열렸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220여개 도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2배가량 커졌다.
리우데자네이루 시위에 나온 오스왈도 핀헤이로(75)는 “가난한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대량학살을 저지른 정부와 싸우기 위해 이 나이에도 거리에 나왔다”면서 “보우소나루 자체가 전염병”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분노가 커진 이유는 코로나19 대처에 실패한 정부의 무능 때문이다. 이날까지 브라질의 누적 사망자는 50만800명을 넘었다. 미국(약 61만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혀가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브라질에서는 매일 사망자 2000명대, 신규 확진자는 8만∼9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펠로타국립대학의 역학전문가 페드로 할랄은 국제의학저널 랜싯에 발표한 논문에서 “브라질 정부가 다른 나라들처럼 기본적인 방역 조치만 시행했어도 사망자 5명 중 4명의 목숨은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브라질 정부는 남미 10개국이 참여하는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를 열고 있다. 브라질 신경과학자인 미겔 니콜리스는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브라질은 국경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면서 “이미 3차 유행이 시작됐다”고 했다. 국가위생감시국 안비사의 전 국장 곤살로 베시나는 “겨울을 지나면서 사망자가 8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 기본적 방역수칙도 지키지 않다가 지난해 7월 코로나19에 확진되기도 했다. 그는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등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약물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정작 백신 확보에는 관심이 없었다. 현재 브라질의 백신 접종률은 11%에 불과하다. 상원에서는 정부의 코로나19 부실 대응을 따지는 국정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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