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타고 오가는 강서구의 과거와 미래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2021. 6. 20.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겸재 정선의 흔적부터 12개 도시를 만나는 식물원까지
서울식물원 입구를 지나 열대관으로 들어가는 동굴. 서울관광재단 제공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9호선을 타면 서울 강서구의 과거와 미래를 오갈 수 있다.

서울관광재단은 지하철을 타고 강서구 구석구석 누비는 과거와 미래여행을 추천했다. 오늘날 강서구는 조선 시대 양천현 지역이었다. 당시 행정구역상 도성 밖에 있던 양천현은 서울은 아니었지만, 바다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물길에 자리하고 있어 중요한 길목으로 여겨졌다.

과거 한강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는 겸재 정선 미술관과 궁산, 녹색 힐링 명소인 서울식물원, 첨단연구단지에 들어선 스페이스K 미술관, 그리고 항공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국립항공박물관까지 지하철을 타고 강서구를 누비는 여행을 즐겨보자.

겸재정선미술관의 겸재정선의 금강전도에 관한 전시물. 서울관광재단 제공

◇ 정선이 그린 한양 풍경 따라 걸어볼까

양천향교역에 내리면 겸재 정선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

강서구에 겸재정선미술관이 들어서 있는데, 그 이유는 정선이 65세가 되던 해인 1740년부터 1745년까지 양천현령을 지내며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는 60대 후반에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령을 지내며 한강 일대의 풍경을 그린 '경교명승첩'과 양천현아 근처에서 조망되는 아름다운 장소 8곳을 선별하여 그린 '양천팔경첩'을 남겼다.

정선의 업적을 기리고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자 2009년에 양천현아지 인근에 겸재 정선 미술관을 개관했다. 미술관에는 정선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시기별로 정리해놓아 그의 예술 활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겸재 정선은 자신이 바라본 풍경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진경산수화를 자신만의 화풍으로 발전시켰다. 금강산의 서쪽 지역인 내금강을 둘러보고 그린 '금강전도'가 대표작이다.

또한,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겸재 정선의 작품이 있으니 바로 천 원짜리 지폐 뒷면에 있는 '계상정거도'이다. '계상정거도'는 앞면의 인물인 퇴계 이황 선생이 머물던 도산서원을 중심으로 그 주변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 고요히 지내다'라는 작품 이름처럼 산이 병풍처럼 늘어섰고 앞에는 강이 흐르고 가운데에 아늑하게 자리한 암자가 그려진 그림이다. 겸재정선미술관에 방문하기 전에 천 원짜리 지폐를 꺼내 그림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여행의 묘미가 될 것이다.

소악루에서 바라본 한강 풍경. 겸재 정선은 궁산에 올라 안현석봉과 소악후월을 그렸다. 서울관광재단 제공

미술관을 둘러보고 나면 3층의 출구로 나와 뒤편에 있는 궁산에 올라 소악루를 찾아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궁산 진입로에서 소악루까지 약 10분 남짓 소요된다. 겸재 정선은 궁산과 관련된 작품을 2개 남겼다. 궁산에 올라 강 건너편에 있는 안현의 봉홧불을 바라본 전경을 그린 '안현석봉'과 궁산 동쪽 기슭에 있던 소악루에서 달이 뜨는 풍경을 감상하는 그림을 그린 '소악후월'이다.

당시 소악루에 오르면 안산, 인왕산, 남산, 관악산 등이 한눈에 보이며 한강 줄기가 끝없이 이어졌다고 한다. 지금의 서울 풍경은 개발로 인해 많이 바뀌었지만, 정선의 그림을 통해 300년 전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재현된다.

궁산에서 내려오면 양천향교로 향한다. 향교는 지방의 교육을 담당하고, 중국과 한국의 유교 선현에게 제사를 지내는 문묘 기능을 하던 곳이다. 양천향교는 서울시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향교로 서울시 문화재 기념물 제8호로 지정되어 있다.

향교 내부에 들어가면 정면에 명륜당을 마주하며 양옆으로 서재와 동재가 서 있고, 명륜당 뒤로 공자의 위패를 모시는 대성전이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조용한 동네 골목길에 아늑하게 자리한 모습이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해준다.

서울식물원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열대관의 모습. 서울관광재단 제공

◇ 누적 방문자 1000만명을 넘어선 서울식물원

양천향교 다음 정류장인 마곡나루역엔 누적 방문자 1000만명을 넘어선 서울식물원이 있다. 서울식물원은 마곡에 첨단산업지구를 세우고 그 한가운데 생태, 문화를 융합한 식물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에 의해 건립됐다.

서울 최초의 도시형 식물원으로 열린 공원, 호수원, 습지원, 주제정원, 온실로 구성되어 있다.열대 및 지중해에 있는 12개 도시의 식물을 전시한 온실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상쾌하게 숲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식물원의 랜드마크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온실의 절반은 열대관, 나머지 절반은 지중해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열대관은 적도 근처에 있어, 평균 기온이 18도 이상인 나라에 분포하는 식물을 가꾸어놓았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도보리수, 베트남 하노이의 망고, 콜롬비아 보고타의 코코넛 야자, 브라질 상파울루의 빅토리아수련이 대표 식물로 이중 아마존의 밀림을 재현한 상파울루 구간이 열대관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한다.

열대 지역의 기후답게 다소 후덥지근하고 공기가 무겁게 느껴지지만 짙푸른 이파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신비의 숲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열대관을 지나면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는 지중해관으로 들어선다.

스페인, 미국, 이탈리아, 그리스, 호주,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우즈베키스탄의 식물이 분포되어 있는데, 지중해의 상징인 올리브나무가 우뚝 선 모습이 눈에 띈다. 열대관 끝자락에는 굵은 몸통 속에 물을 3톤(t) 이상 머금을 수 있어 아프리카 원주민에게 물을 제공한다는 바오밥나무도 관찰할 수 있다.

서울식물원의 지중해관, 터키 이스탄불의 기후로 꾸며진 공간, 현재 수국 전시 중. 서울관광재단 제공

'어린왕자'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나무로 알려진 만큼 나무 앞에는 어린왕자 동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지중해관을 지나면 스카이워크를 따라 열대관 위를 지나 출구로 향한다.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온실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든다.

우리나라 정원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경험할 수 있는 주제정원도 또 다른 볼거리다. 참억새, 실새풀 등이 바람이 불 때마다 부딪히며 내는 소리를 즐기는 바람의 정원, 계절을 대표하는 꽃을 심은 오늘의 정원, 한때 흔했지만 점차 잊힌 식물을 가꾼 추억의 정원, 자연을 정원으로 끌어들이는 한국 정원의 철학인 차경을 엿볼 수 있는 사색의 정원 등 총 8개의 주제로 구성된 정원을 거닐며 다양한 식물을 마주하고 자연과 교감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스페이스K의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미술관의 디자인. 서울관광재단 제공

◇ 건축물이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스페이스K 서울

서울식물원에서 약 10분 정도 걸으면, 강서구에서 '힙'한 장소로 알려진 스페이스K서울을 갈 수 있다.

스페이스K서울은 연구 및 업무 단지가 주를 이루는 고층 건물이 늘어선 마곡지구에 들어선 낮은 지붕을 한 콘크리트 건물로 코오롱사가 만든 미술관이다. 코오롱은 2018년 마곡산업단지에 '코오롱one&only타워'를 건립하면서 근처에 공공기여 형식으로 미술관을 건축해 지난해 9월에 개관했다.

코오롱사는 미술관을 서울시에 무상으로 기부했고, 20년간 운영을 도맡는 방식으로 추진되어 미술관 이상의 사회 공헌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상징적인 공간이 되었다.

스페이스K는 도심 속에 자리한 녹지 및 휴식 장소이자 미술이라는 매개로 이루어진 문화 공공 공간을 표방한다. 미술관은 주변 건물들이 반듯한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 것과 다르게 고래가 물 밖으로 살짝 고개를 내민 것처럼 곡선으로 이루어졌다.

다소 딱딱해 보이는 주변 건물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부드러운 선의 미학이 더욱 돋보인다. 선을 따라 미술관을 한 바퀴 돌며 디자인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다.

75m 길이의 곡면 벽에 아치 형태로 뚫린 벽면은 미술관과 공원을 연결하는 입구 역할을 한다. 자연스럽게 공원의 녹지와 옥상이 연결되면서 미술관 자체도 공원의 일부처럼 다가온다. 내부의 전시공간은 작품 20여 점이 전시될 수 있는 규모로 조성되었다.

3개의 뚫린 천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채광이 되면서 하얀색 벽면으로 이루어진 공간 이 더욱 밝고 환한 분위기를 만든다. 천장의 높이가 3.3m에서 점진적으로 높아져 9.2m까지 올라감으로써 입체감이 느껴진다.

현지 스페이스K 서울은 휴관 중이며, 오는 24일부터 영국 출신의 개념 미술가 '라이언 갠더'의 개인전인 '변화율'을 개최한다. 시간으로부터 파생된 작가의 생각을 설치와 조각, 평면,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풀어낸 작품을 볼 수 있고 야외에도 대형 조각품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국립항공박물관 입구. 서울관광재단 제공

◇ 체험 프로그램으로 배우는 항공 산업

김포공항역에서 버스를 타고 15분,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국립항공박물관에는 우리나라의 항공과 관련된 이야기도 전시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신문은 '대한이 처음으로 가지는 비행가 6인'이라는 제목으로 조종사 복장을 한 7명의 사진을 실었다.

임시정부의 군무총장이었던 노백린은 레드우드 비행학교에서 조종술을 배우고 있는 한인 청년들을 만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비행학교 설립에 함께하기를 제안했다.

이들은 흔쾌히 수락했으며 소식을 전하기 위해 찍은 기념사진이 독립신문의 대서특필된 것이다. 빛바랜 사진 속에 대원들이 늠름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뭉클해진다.

독립운동에 도움이 되고자 시작한 비행학교는 재정난을 겪으며 문을 닫았다가 광복군 창설 당시 비행대 편성을 언급하여 공군을 설계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국립항공박물관이 흥미로운 이유는 1층의 전시관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블랙이글탑승체험, 조종관제체험, 기내훈련체험, 항공레포츠체험, 어린이공항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종관제체험은 비행기 조종석과 관제탑을 재현한 체험공간에서 직접 비행기 조작법을 배우고 관제탑과 교신을 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창밖으로는 인천공항의 활주로를 재현한 컴퓨터 그래픽이 나타난다.

비행기를 이착륙하는 운전을 해볼 수 있는데 계기판을 보며 고도를 맞춰 착륙을 시도한다. 멋지게 착륙에 성공하고 나면 하늘을 나는 파일럿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들뜬다.

국립항공박물관의 기내훈련 체험(사진자료 제공 국립항공박물관)

기내훈련체험은 항공기 안전교육, 비상탈출 훈련을 체험하며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이해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항공레포츠체험은 가상현실을 이용하여 경량항공기,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드론레이싱 등을 탑승해보는 4D 체험공간이다. 어린이공항체험은 국립항공박물관의 공식 캐릭터인 나래와 함께 공항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놀이터다.

블랙이글탑승 체험은 360도로 회전하는 공군 에어쇼팀인 블랙이글 제트기 조종사 시점으로 가상현실을 활용한 탑승체험 시설이다. 블랙이글 탑승체험은 상시로 운영되고 현장 예약으로 진행되지만, 다른 체험은 프로그램 운영 시간이 하루에 7회로 정해져 있어, 국립항공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seulbi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