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투한 기쿠치도 회전수는 폭락.. 과거 파인타르 의혹, 쓰기는 썼을까

김태우 기자 2021. 6. 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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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파인타르 활용 의혹이 있었던 기쿠치 유세이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요새 메이저리그(MLB) 팬들의 관심은 투수들의 구속과 회전수, 그리고 전반적인 성적에 쏠려 있다. MLB 사무국이 이물질 사용을 엄밀하게 제한하기로 하면서 관련 이슈가 매일 떠오르고 있다.

게릿 콜(뉴욕 양키스), 트레버 바우어(LA 다저스 등) 과거 이 의혹이 있었던 투수들은 어김없이 현지 언론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두 선수는 MLB 사무국의 단속 방침이 밝혀진 뒤 시즌 평균보다 전체적인 구종의 분당회전수(RPM)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바우어는 아직도 평균을 회복하지 못했다. 경기 결과와는 무관하게 ‘어떤 식으로든 이물질을 활용했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는다.

MLB 공인구는 KBO리그나 기타 리그의 공인구보다 미끄럽다는 게 정설이다. 그래서 MLB 투수들은 암암리에 접착력을 높이기 위해 이물질을 활용했다. 사실상 30개 팀 전체에 퍼져 있는 관습이었기 때문에 상대 팀도 묵인해주기 일쑤였다. 예전에는 파인타르나 선크림 등 기초적인 물질을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혼합 물질로 발전하자 MLB 사무국이 칼을 뽑아든 것이다.

기쿠치 유세이(30·시애틀)도 과거 파인타르를 활용한다는 의혹이 있었다. 모자챙의 특정 부위를 계속해서 만지는 모습이 잡혔는데, 이건 전형적인 이물질 활용의 루트라는 것이었다. 기쿠치는 이를 부인했으나 잊을 만하면 이 의혹이 제기되곤 했다. 그렇다면 기쿠치도 RPM이 떨어졌을까. 일단 현상만 보면 그렇다.

19일(한국시간) 탬파베이와 경기에 선발 등판한 기쿠치는 7이닝 동안 안타 4개만을 내주는 호투 속에 1실점으로 버티고 시즌 4승째를 거뒀다. 최근의 좋은 흐름을 이어 가는 투구였다.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8.1마일(약 157.9㎞)까지 나오는 등 포심의 구속 상승세 또한 이어졌다. 포심 평균 구속은 96.4마일(155.1㎞)로 시즌 평균(95.5마일)을 오히려 웃돌았다.

그러나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기쿠치의 이날 포심패스트볼 평균 RPM은 2098회로 올 시즌 평균(2328회)보다 무려 230회나 적었다. 이건 당일 컨디션에 따른 차이로 보기는 너무 큰 편차다. 기쿠치의 포심 구속이 오히려 더 잘 나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날 몸에 문제가 있었거나 의도적으로 회전수에 손을 댔다는 주장을 하기는 힘들다.

주무기로 거듭난 커터도 2195회로 시즌 평균보다 197회 줄었고, 슬라이더는 160회 줄었다. 기쿠치는 직전 등판(6월 13일 클리블랜드전)까지는 회전수에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었다. 그런데 딱 한 경기 만에 갑자기 줄었다. 만약 이날 기쿠치가 부진했다면, 또 한 번 난리가 났을 법한 차이였다.

전체적인 구위는 좋았으나 2개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면 1개는 반드시 존 바깥으로 크게 빠지는 공이 있었다. 구위와 별개로 커맨드를 잡는 데는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다만 기쿠치는 꾸역꾸역 제구를 잡아갔고, 오히려 4회 이후에 더 강한 공을 던지며 탬파베이 타선을 막아냈다.

아주 형편없는 투수가 이물질을 쓴다고 해서 최고 투수가 되는 것도 아니고, 최고 투수가 이물질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형편없는 투수로 전락하는 것도 아니다. 이른바 ‘기본 베이스’는 분명히 존재한다. 일부 선수들은 이물질이 없으면 공이 손에서 자주 빠져 타자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대로 어쩌면 실적과는 큰 영향 없이, 하루 100구 중 몇몇 공이 날리느냐 그렇지 않느냐 정도의 차이일 수도 있다.

기쿠치가 과거 파인타르를 정말 활용했는지는 본인만 아는 문제지만, 어쨌든 이제는 강력한 단속이 이뤄지는 시대가 왔다. 오히려 기쿠치가 호투를 이어 간다면 “이물질의 덕을 봤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도 있다. 기쿠치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위기와 기회 사이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제보> skullbo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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