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일 만의 선발 베테랑 김용의가 만든 끈기와 재치의 2루타 [스경X승부처]

잠실|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21. 6. 1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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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LG 내야수 김용의가 지난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 8회말 1사 3루에서 LG 유강남 내야 땅볼 때 득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LG에서 요즘 가장 ‘핫한’ 타자는 2019년 신인으로 올시즌 1군에 데뷔한 문보경(21)이다.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가 허리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되자 그 자리를 메우면서 최근 10경기 타율 0.333에 홈런 2개, 6타점으로 활약 중이다. 그러던 그가 지난 18일 잠실 KIA전에서 내야안타를 치고 1루로 질주하다 오른발 뒤꿈치가 밀리는 부상을 입었다.

결국 류지현 감독이 19일 KIA전에서 꺼내든 카드는 ‘선발 김용의(36)’ 카드였다. 김용의는 LG에서 경기 후반 내야 대수비를 하면서 대주자도 겸할 수 있는 대체불가의 자원으로 활약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8월7일 고척 키움전 이후 316일 만에 선발로 나왔다.

하지만 김용의 카드가 과연 선발로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따랐다. 일단 18일까지의 타율이 10타수 1안타 1할로 너무 낮았다. 대주자지만 스스로 출루하는 방법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김용의 타석에서 만일 경기 후반 승부처가 오면 누굴 대타로 써 대수비로 넣을 것인지도 문제였다. 결국 김용의가 제 몫을 해내는 수밖에 없었다.

7-2로 잡은 경기, 스포트라이트는 4회말 그랜드슬램을 터뜨린 주장 김현수에게 쏠렸지만 김용의가 없었다면 이 호쾌한 만루홈런도 나오지 않을 뻔 했다. 36세 베테랑의 믿기지 않는 끈기와 재치가 승리를 만들었다.

LG는 1회부터 KIA 선발 이민우를 상대로 타선이 터지면서 3점을 내 3-1로 손쉽게 달아났다. 하지만 2, 3회 범타가 나오며 도망가는 점수를 내지 못했다. 반면 KIA는 경기 초반부터 테이블세터 최원준, 김선빈이 활발한 타격감을 선보이며 계속 LG 선발 정찬헌을 위기로 몰았다. 이날 정찬헌은 투구한 5회까지 매 이닝을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는 어려운 경기를 했다.

결국 도망가는 점수가 필요했다. 첫 타석 1루 땅볼로 물러난 김용의는 4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양 팀 관중들은 어느새 김용의의 타석을 지우고 5회초 공방만을 상상했다. 하지만 김용의가 이민우의 2구를 타격하면서 반전은 시작됐다.

타구는 먹힌 상태로 힘없이 좌익수 방향으로 가다가 좌익수 프레스턴 터커의 코앞으로 떨어졌다. 타구를 쫓아오던 터커는 아쉬운 표정으로 안타가 된 타구를 포구했지만 김용의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안타를 터뜨린 김용의가 재빠르게 2루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김용의를 확인한 터커는 재빨리 2루로 송구했지만 2루수 김선빈이 떨어뜨렸다. 김용의는 2루에서 살았다.

이후 LG 타자들의 집중력은 몰라보게 높아졌다. 다음 타자 홍창기가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골라 2사 1·2루가 됐고, 이형종은 이민우의 초구를 등에 맞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2사 만루의 기회 김현수는 이민우의 초구인 시속 138.4㎞짜리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잠실구장 우측 외야관중석 상단에 꽂히는 비거리 138.5m 초대형 홈런을 만들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용의가 안타와 끈기와 재치가 섞인 주루로 2루를 훔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홈런으로 경기를 넘어왔고, LG는 3연승과 함께 1위 자리를 지켰다.

김용의는 경기 후 “오랜만에 선발로 나왔는데 항상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 자신은 많이 부족했지만 팀이 승리해서 기분 좋다”며 “주전은 아니지만 팀에 활기를 넣어 응원하려 한다. 어떠한 플레이든 팀이 도움이 되도록 더욱 힘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잠실|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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