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내가 투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테니스 정윤성의 도전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2021. 6. 1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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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정윤성. 라이언컴퍼니 제공



정윤성(23·의정부시청)은 불과 2주 전까지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에 있었다. 낯선 땅 튀니지에 거의 두 달 가까이 머물면서 4차례 우승(단복식 각 2회) 소식을 전했다. 대회 총상금이 1만5000달러 밖에 안되는 가장 작은 규모 대회라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그에겐 의미가 컸다. 해외대회 첫 우승이자, 2018년 대구퓨처스와 경산퓨처스 단식 이후 3년 만의 우승이었다.

정윤성은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을 뚫고 투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상급 기량을 갖춘 그가 국내대회에만 출전하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가시밭길이나 다름없는 도전을 택했다. 최근 입국해 자가격리 중인 정윤성은 “테니스 선수라면 ATP(남자프로테니스)투어에서 누구나 뛰고 싶지 않나. 나 역시 어릴 때부터 투어에 뛰는 것을 꿈꿨고, 지금도 그 목표를 향해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어떤 종목이나 정윤성같이 랭킹이 낮은 선수가 꾸준히 해외 투어를 노크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후원사없이 홀로 투어 일정을 소화하는 정윤성은 경기 외에 훈련 장소나 파트너를 구하는 것부터 숙소나 항공권 예약, 식사까지 작은 일정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 코로나19로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을 뿐 아니라 까다로운 방역 수칙에 일정 변수도 많다. 자가격리로 인한 컨디션 난조도 홀로 이겨내야 한다.

정윤성의 훈련 모습. 라이언컴퍼니 제공



정윤성은 2019년 7월 세계 랭킹이 개인 최고 283위(2020년 2월)까지 올랐던 선수다. 주니어 시절에는 최고 3위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남자 테니스의 차세대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2015년 US오픈 주니어 단식 4강, 2016년 호주오픈 주니어 단식 4강에 진출했다. 2016년 프랑스오픈에서는 주니어 복식 준우승 경험도 있다. 당시 함께 경쟁한 선수들이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데니스 샤포발로프(캐나다) 등 현재 톱랭커들이다.

정윤성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그들의 활약을 보면 부러운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현재는 391위(2021년 6월14일 기준)까지 밀려난 정윤성은 다시 랭킹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쉽지 않은 여정을 택한 정윤성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얻은 성취감이 더 짜릿하지 않나”라며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만큼 값진 경험도 없다고 생각한다. ‘도전’ 자체가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테니스 선수가 보통 한 시즌 투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최소 1억5000만원~2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재정난에 빠진 대한테니스협회의 지원이 전무한 가운데 최근에는 기업 후원도 줄면서 정윤성 외에도 최근 프랑스오픈에서 개인 첫 3회전 진출 역사를 쓴 권순우(79위·당진시청)와 여자 테니스 간판 한나래(270위·인천시청) 등도 소속팀 일부 지원을 제외한 부분을 빼고 자비를 들여 투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오픈에 출전한 권순우. 휠라 제공



정윤성은 “대회에서 받은 상금도 투어 비용으로 나간다”고 밝혔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아시아 대회 대부분 취소된 가운데 랭킹 포인트를 따기 위해서는 유럽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정윤성은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국내에서 머물 수도 있지만 시간은 계속 흐른다.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경쟁자들을 앞설 기회도 사라진다”며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동행하는 코치나 트레이너도 없는 외롭고 고된 싸움이 이어진다. 오랜 꿈을 향한 정윤성의 도전 의지에는 흔들림이 없다. 든든한 지원자인 부모님께 당당한 아들이 되겠다는 목표도 있다. 정윤성은 “비용 걱정 없이 투어를 다니기 위해서는 후원사가 필요하지만 상황을 비판적으로 생각하기 보다 내 실력을 끌어올리는게 우선”이라면서 “내년에는 그랜드슬램 무대에 서고 싶고, 최종적으로는 세계 톱20 안에 진입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윤성은 7월 다시 투어 도전에 나선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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