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가방 400만원?..이해 안되는 내가 꼰대인가?"

추동훈 입력 2021. 6. 19. 20:03 수정 2021. 6. 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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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추기자] "명품가방을 사기 위해 백화점 문이 열리기 1시간 전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입장대기를 걸어놓았더니 앞에 200명의 대기손님이 있어 오늘 방문은 어렵다고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해외여행과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으며 반사효과를 누린 명품업계에서 최근 일상처럼 자리매김한 모습인데요.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가상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다? 실물을 갖지도 착용하지도 못하는 가상공간에서 저렇게 길게 줄을 서고 살 기회조차 없을 수 있다는 이유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최근 블룸버그에 따르면 명품기업 구찌가 지난달 말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 선보인 디지털 전용 가방 '디오나서스 백'이 무려 4115달러(한화 약 465만원)에 판매됐다는 뉴스가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아니, 입지도 메지도 못하는 가방이 400만원이 넘는다고요? 이는 실제 구찌매장에서 판매하는 해당 가방보다도 비싼 가격입니다. 혼란하고 혼란한 이 상황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가 먼지 알아봐야겠네요. 메타버스(metaverse)란 웹상에서 가상의 인물, 즉 아바타를 이용해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을 하는 세계관을 뜻합니다. 가공, 추상이란 뜻을 가진 'Meta'와 세계관을 뜻하는 'Universe'을 합친 합성어죠.

가상세상인만큼 가상인물이, 가상통화를 이용해, 가상의 집에서 생활하고, 가상의 직장을 다니는 등 모든 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것이라는 것이 핵심인데요.

2006년 9월 출시된 로블록스는 PC, 콘솔게임, 스마트폰으로 작동되는 게임 플랫폼으로 사용자가 직접 로블록스 게임 안 아바타가 되어 새로운 놀이게임을 만들거나, 사회생활을 하는 등 자유도 높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이 로블록스에서 쓰이는 화폐가 바로 '로벅스'입니다. 게임 자체는 무료이나, 돈을 결제하면 로블록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벅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자 그럼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보겠습니다. 구찌의 상징인 여왕벌이 크게 새겨진 해당 가방의 공식 판매가격은 475로벅스였습니다. 로블록스에 이벤트를 개최한 구찌가 판매한 가격이죠. 475로벅스는 약 5.5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6000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를 산 구매자가 로블록스에서 35만로벅스에 되팔았습니다. 그게 바로 미화 약 4115달러였던 셈이죠.

현실에서 발생되는 리셀을 통한 시세차익이 메타버스 공간에서도 발생하며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준 상황입니다. 특히 실물이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물품을 이렇게 사고파는 상황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은데요. 역시 관련 뉴스 댓글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또한 1020세대인 MZ세대 전유물로 일부 유행에 그칠 것이란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메타버스 시장 확대는 굉장히 빠르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명품회사 루이비통 역시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에 회사 로고가 박힌 캐릭터 상품을 출시했고 버버리 역시 온라인게임 B서프를 만들어 자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운영 중입니다.

네이버 역시 메타버스 플랫폼 산업에 뛰어들었는데요. 자회사 네이버 제트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제페토는 수십 종의 의상과 신발, 가방을 공개했는데요. 아시아의 로블록스라 불리며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제페토 가입자는 작년 12월 기준 무려 2억명이고요.해외 이용자 비중이 90%가 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네이버는 BTS의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로부터 수십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이러한 K팝 스타와 협업을 진행 중입니다. 아예 소속 가수들의 팬미팅을 열거나 사인회를 준비하고 있죠.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메타버스 시장이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해 오는 2025년에는 2800억달러, 한화 3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올해 시장 규모만 해도 460억달러, 한화 51조원 규모입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대자동차, SK텔레콤, KT, 네이버랩스, 분당서울대병원, 카카오엔터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과 병원들과 함께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하며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한 범정부적 차원의 대응에 나선 상황입니다. 즉 단순히 외국이나 일부 기업의 이야기가 아닌 글로벌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는 의미인데요. 이동통신, 스마트폰 등 IT산업 선도주자격인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지 않고 주도권을 쥐기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무궁무진한 성장이 기대되는 메타버스 시장의 확장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성세대 및 현실세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심리적으로 넘기 힘든 허들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적용되고 있는 메타버스 이야기에도 공감을 못하겠다거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댓글이 많은 이유죠. 하지만 현재 분위기는 단순히 MZ세대의 전유물이 아닌 삶의 방식을 바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모습입니다. 그런만큼 지금부터라도 편견을 가지고 해당 시장을 바라보지 말고 다가오는 미래라는 생각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요?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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