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책은 덮으세요"..인기 북튜버가 말하는 '책과 친해지는 법'

황순민 2021. 6. 1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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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식포럼 지붕이살롱 릴레이 인터뷰
'겨울서점' 북튜버 김겨울 작가

[지붕이살롱] 요즘 출판계에서는 "책도 유튜브의 영향권에 들어왔다"는 말이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유튜브를 통해 책을 소개받고 선택하는 사람들이 대폭 늘어났다. 이에 따라 서점 매대를 벗어나 출판사들도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북(Book)'과 '유튜버(Youtuber)'를 합성한 '북튜버(Booktuber)'도 속속 등장하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들은 책과 유튜브를 매개체로 자신들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는 이들이다. 책을 단순히 광고하려는 목적의 동영상은 큰 호응을 이끌기 힘들다. 사람들이 광고라고 생각하는 순간 흥미를 잃기 때문이다. 독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이어간다는 목적으로 콘텐츠를 쌓아가는 채널이 유튜브 독자들에게 소구력이 있다는 평가다.

오늘 지붕이살롱이 소개할 김겨울 씨는 4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이자 '겨울서점'으로 활동 중인 인기 북튜버다. 구독자 18만명의 겨울서점은 굿즈 리뷰, 책담과 브이로그 등 책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며 독자들과 소통하는 창구다. 특히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독서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겨울서점 콘텐츠의 특징이다. 독서 전도사로 활발히 활동 중인 김 작가를 세계지식포럼 마스코트인 지붕이가 만나 독서에 대한 철학과, 젊은 세대에게 전하는 조언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인터뷰 일문일답.

작가이자 북튜버, 라디오 DJ로 다양하게 활동중인 김겨울 씨.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겨울서점`은 대표적인 북튜브로 책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세계지식포럼사무국

-요즘은 사람들이 독서를 많이 안 하는 것 같습니다. 책이 좋은 이유가 있을까요.

▷책 진짜 재밌는데, 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근데 책 재밌는 건 책 좋아하는 사람들만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을 사실 많이 하는데요. 물론 영화도 재밌고 드라마도 재밌지만 책이 진짜 재밌는 건 일단 스케일의 제한이 없어요. 그러니까 영화는 제작비의 한계가 있고 드라마도 그런 한계가 있잖아요. 그런데 책은 진짜 작가가 막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스케일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스케일에 있어서 제한이 없다는 것. 그래서 읽는 사람이 마음껏 상상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있을 것이고요.

그리고 책으로밖에는 경험할 수 없는 순간들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이게 영상으로 보여줄 수 없는 어떤 영상에서는 아무리 배우가 연기를 잘해도 그 사람의 되게 내밀한 내면까지 섬세하게 알기는 힘들잖아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 그런게 다 와닿게 쓰여 있으니까 책을 읽을 때만 또 알 수 있는 느낌도 있는 것 같고. 여러모로 참 재미있는 책인데 이걸 이걸 참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게 되게 아쉽습니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세상에서 한 권의 책을 느리게 공들여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책이라는 매체가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매체를 통틀어서 가장 타인에게 깊이 들어갈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어떤 논의를 함에 있어서도 가장 깊이 들어갈 수 있고. 예를 들어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보면 1400페이지짜리 책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어요. 그 책을. 그런데 그 한 문장을 읽으려고 책을 읽는 게 아니잖아요. 1400페이지를 읽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사실 영화도 마찬가진 거 같은데, 그 줄거리 알자고 읽는 것뿐만이 아니라 되게 어떤 다른 사람이 하고 싶었던, 그리고 잘 정리한 어떤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내용을 내가 시간을 들여서 집중해서 경청하는 경험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살면서 누군가를 경청할 만한 일이 사실 별로 없고, 그렇게 이야기를 할 일도 사실 많지는 않아요. 그런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매체를 통틀어서 거의 유일하게 가장 깊이 있는 경청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매체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겨울님이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요.

▷일단 고민이 많이 들어간 책을 저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이왕이면 하나 마나 한 말보다는 좀 읽었을 때 나에게 새로운 관점? 그리고 새로운 감상,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들? 그러니까 제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책들은 좀 뻔한 말보다는 뻔한 말이라고 해도 그걸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언어로 서술을 했거나, 아니면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거나, 내가 몰랐던 누군가의 내면을 알 수 있게 되거나 이런 부분들을 좀 제시해주는 책인 거 같아요.

-소설은 왜 읽어야 할까요?

▷소설만큼 저는 삶에 도움이 되는 책이 있을까 생각을 하는데요. 사실, 그러니까 물론 당장의 쓸모에 있어서는 실용서들이 도움이 많이 되죠. 저도 그런 거에 도움을 받을 때도 있는데요. 진짜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능력들을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 다른 사람의 관점,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껴보는 것이 중요할 때도 많잖아요. 저는 그게 단순히 살아갈 때뿐만 아니라 처세술이 됐든 하다못해 경제, 주식 투자가 됐든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떻게 사는지 알아야 그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마음에 들어가보는 일이고 내가 내 몸 하나만큼의 분량의 삶밖에 못 살잖아요, 우리는. 다 자기 삶밖에 못 사는데, 여기서 벗어나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서 소설 읽기도 되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그러니까 어… 제가 제 책에 그런 구절을 썼는데, '책의 말들'이란 책에 이런 구절을 썼는데, '소설의 결말을 향해 급하게 달려간 후에 이게 나에게 무슨 소용이냐고 묻는 것은 죽음을 향해 급하게 달려간 뒤에 그래서 삶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었냐고 묻는 것과 비슷하게 들린다.' 이런 이야기를 썼거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책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무조건 재밌는 책. 재밌다고들 하는 책부터 시작을 하시기를 추천해드리고 싶고요. 막 책 처음 읽으시는 분들이 욕심이 좀 있으셔서 내가 이제부터 책을 읽겠어라고 하면서 약간 서점에 가서 뭐 유명한 책,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책, 가령 '사피엔스' '이기적 유전자' 같은 (어려운 책을) 한 다섯 페이지 읽고 '아, 난 책이랑 역시 안 맞는 거 같아' 이런 경우가 은근히 많거든요. 그런 것보단 좀 재밌다고 하는 책, 사람들이? 이를테면 스릴러 소설이 될 수도 있고요. 손에서 놓기 힘든 책들 있잖아요. 하다못해 만화책, 뭐 코믹스, 뭐 그런 좀… 한번 들면 계속 읽게 되는 종류의 책들을 저는 훨씬 더 추천을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그런 책들로 먼저 들어가셔서 책을 들고 넘기는 경험이 좀 익숙하고 재밌어지면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좀 넓혀가면 좋거든요. 무조건 재밌는 책, 그리고 자신의 관심 분야랑 연관이 있는 책으로 시작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북튜브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새로운 시작에 대한 부담감이나 망설임은 없었는지요.

▷유튜브는 제가 유튜브를 즐겨 보고 있었어요. 유튜브, 유명한 막 그런 채널의 영상들을 좀 취미로 이렇게 보고 있었는데 책 이야기는 많이 없더라고요. 검색해보니까 당시에는 채널이 몇 개 없었고, 그런데 하면 재밌을 거 같은데 왜 안 할까,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했고) 그래서 그럼 내가 해볼까 이렇게 그냥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시작을 할 때는 막 이제 저의 대단한 커리어가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이걸 잘 만들면 나중에 포트폴리오로 내가 뭔가 쓸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저는 원래 음악 만들고 글쓰고 이런 걸 하고 있었기 때문에 취업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정말 나중에 코너에 몰리면 최후까지 몰리면 출판사, 그런 쪽이나 이런 내가 관심 있는 쪽으로 취업 준비를 해야 될 수 있겠다, 그럼 그때 이걸 포트폴리오로 좀 써볼 수 있겠다 이런 생각들은 했었거든요. 그래서 대단한 야망을 갖고 시작했던 건 아니고요. 그냥 좀 내가 좋아하는 거 재밌게 이야기하려고 시작한 채널입니다.

-한 편의 영상을 작업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나요?

▷기획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는데요. 기획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고, 바로 할 수 있는 기획들도 있어요. 바로 할 수 있는 건 예를 들어서 언박싱, 카메라 켜고 뜯으면 되는 거니까, 그런데 오래 걸리는 건 책이 길거나 기획 자체가 준비를 많이 해야 하거나, 뭐 누굴 섭외해야 한다든지, 공부를 좀 해야 한다든지 이런 건 좀 오래 걸리겠죠? 그래서 일단 기획에서부터 시작을 해요. 어떤 영상을 내가 만들고 싶다, 이거 하면 재밌겠다, 이런거 기획을 해놓고 그걸 이제 대본화해야 하잖아요.

예를 들어서 책의 리뷰다 그러면 책을 읽고 그 책에서 전달하고 싶은 내용들을 대본으로 정리를 하고 그 과정에서 자료조사도 좀 해야 될 거고요. 그리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업로드, 이렇게 되는 것인데요. 보통은 지금 시점에서 한두 달 정도까지는 편성이 보통 되어 있어요. 어떤 영상이 올라갈지를 미리 결정을 해놓고요. 그래야 준비기간이 좀 있어서 한 편당 적어도 빠르면 한두 주 정도 준비시간이 있고요. 업로드 일주일 전에는 촬영이 돼야 되거든요, 적어도. 그래야 편집을 거쳐서 올라가기 때문에. 빠르면 일 주에서 이 주 정도 준비 기간이 있고 좀 오래 걸리는 기획은 한 한 달 전부터 계속 준비를 하고 그렇습니다.

-잔고를 생각하며 장바구니에 책을 담는 영상이 인상 깊었어요. 북튜버 김겨울 먹고살 만한가요.

▷(웃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지금 유튜브 채널로 버는 돈은 거의 100% 이상 제 돈까지 보태서 다시 제작비로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유튜버로서는 돈을 벌고 있진 못하고요. 제가 돈을 버는 건 그 밖의 일들. 강연 나가고 책 쓰고 그렇게 해서 부지런히 다른 일 받아 가지고 먹고사는 편이어서, 먹고살 만은 한데요. 그런데 유튜버 김겨울의 먹고살 만함이라기보다는 그냥 프리랜서 김겨울로서는 먹고살 만하다 할 수 있겠어요.

-음악을 했고,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길 원했다고 들었습니다. 기약 없고 불안하게 느낀 시기가 많았을 것 같은데요.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나요?

▷불안의 시기를 견디는 방법은 그냥 불안해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어쩌겠어요.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예요. 이런 분야의 일을 하려면 불안해할 수밖에 없고 불안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되고, 불안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고 더 저는 제가 불안해하는 게 좋거든요. 왜냐하면 그게 저를 안주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 불안한 시기를 겪고 있거나, 겪을 2030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조언을 한다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무슨 조언을 해야 되게 그건 너나 그렇지라는 소리를 안 들을까 생각하면 참 아찔해지는 부분이 있는데요. 제가 만약에 20대로 돌아간다면 시간이 없다. 너 자신을 속일 시간이 없다고 말할 거 같아요. 그 막 사람들이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욕망에 나를 맞추거나 다들 이게 좋다고 하니까 좋은 거 하려고 하거나, 아니면 내가 뭔가 하고 싶은데 두려워서 피하거나 그럴 시간이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황순민 기자 정리]

※세계지식포럼 사무국이 선보이는 '지붕이살롱'은 경력 단절 등 수많은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에게 노하우와 자신감의 메시지를 전하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세계지식포럼 캐릭터인 지붕이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길을 걷는 여성들을 만나 그들의 성공 노하우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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