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잔디, 단순 교체만 능사?..정기적 관리 시스템을 법제화해야 [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2021. 6. 1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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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학생 선수들은 전문 인조잔디축구장 뿐만 아니라 학교 운동장에서도 훈련하고 경기도 한다. 선수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이 스포츠 활동을 하는 곳이라면 인조잔디 성능을 양질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법류가 정비돼야 한다. 경향신문DB


서울시는 송파여성축구장 인조잔디를 교체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시공된 지 10년이 넘어 잔디 상태가 많이 낙후됐다. 시설 개보수에 10억6600만원을 배정했다. 수원시는 지난달 수원종합운동장 내 보조구장 인조잔디를 교체하겠다고 했다. 예산은 8억2000만원이다. 강릉교육지원청은 7억6000여만원을 투입해 주문진중학교 인조잔디 교체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부모가 “교체 시기가 지난 훈련장에서 학생들이 운동하다가 바닥에 떨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교체 시기가 늦어져 안타깝다”고 호소한 게 계기가 됐다.

기자는 지난 1월 인조잔디를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미비해 국내구장에 깔린 인조잔디 성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실태를 보도했다. 한국체육시설관리협회가 158곳 인조잔디구장을 대상으로 충격흡수성을 조사한 결과, 129곳이 50%를 밑돈 것으로 조사됐다. 10곳 중 8곳이 그렇다는 뜻이다. 충격흡수성 50%는 한국산업표준(KS) 인증 기준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준은 60% 정도(프로기준 62~68%, 일반 기준 57~68%)다.

국내에서 인조잔디를 시공할 때 현장 검사는 한 번만 받으면 된다. 그때는 모든 인조잔디 구장이 충격흡수성 50%를 만족한다. 인조잔디 수명은 국제적으로 8년 정도로 본다. 그것도 제한적으로 쓰고 주기적으로 관리했을 때 이야기다. 쿠션을 유지하기 위해서 충전재(탄성칩)를 정기적으로 보충해야하는 이유다.

인조잔디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시공된다. 길이가 상대적으로 긴 인조잔디를 깔고 그 위에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충전재를 넣는 방식이 전통적이다. 충전재는 인조잔디를 쓸수록 유실된다. 충전재가 부족하면 충격흡수성이 떨어지고 충격흡수성이 떨어지면 부상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인조잔디 입찰 과정에는 향후 정기 관리에 대한 책무가 거의 없다. 시공에만 머물 뿐, 향후 관리할 주체도 없고, 책임소재도 없는 꼴이다. 요즘은 충격흡수 패드를 깔고 그 위에 인조잔디를 얹는 식으로 시공하는 게 주목을 끈다. 충격흡수 패드가 깔리지 않은 곳, 충전재가 유실됐는데 정기적으로 보충되지 않은 곳에 비하면 패드가 깔린 인조잔디는 충격흡수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마련이다.

축구 선수인 경우 높게 점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착지할 때 무릎, 발목 등 관절 손상을 최소화하고 머리로 떨어질 때 뇌진탕 개연성을 줄이려면 정기적인 인조잔디 성능 검사와 개보수 공사가 필연적으로 필요하다. 경향신문 DB


지금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축구협회 등 유관 기관들이 국내 주요 인조잔디구장에 깔린 인조잔디 성능을 검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를 근거로 조달청 등과 함께 인조잔디 사후 관리를 위한 법적,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철저한 사후 관리 시스템이 입찰 과정에서 도입될 수 있다. 현재 어린이 놀이터 수준으로 해석되는 인조잔디 충격흡수성 기준도 최소한 청소년, 학생 선수가 높게 점프해 바닥에 떨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은 정도로 높아질 것이다. 수직방향변형, 회전저항, 피부표면 마찰계수, 공구름, 공반발 등 성능을 평가하는 지표도 더욱 전문화할 것이다. 무조건 최저가를 써낸 기업이 낙찰받는 방식도 개선돼야 한다.

서울시와 경기도(수원)는 우리나라 지자체 중 가장 큰 곳이다. 수원은 스스로 ‘스포츠 메카’라고 홍보하고 있다. 서울과 수원이 인조잔디 설치에 시공을 넘어 향후 관리까지 시스템화한다면 다른 지자체, 지방 체육회에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이 우여곡절 끝에 인조잔디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도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인조잔디 성능을 점검하는 전문기관도 있고 체육시설 전공 교수는 물론 박사로 구성된 연구기관도 있으니 협업하는 데도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인조잔디 상태는 시공에서부터 폐기될 때까지 양질의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 그게 우리 자녀, 학생 선수들을 위해서 기성 세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우리 자녀와 학생 선수의 건강이 돈보다도, 비즈니스보다도 중요함은 물론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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