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방학 동안 과외 금지?..중국, '맹모' 교육열 잡을까

송욱 기자 2021. 6. 1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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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 학부모들이 술렁거리고 있습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정말 방학 동안 과외가 금지되냐"는 말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6일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징과 상하이, 장쑤성 등 9개 지역에서 방학과 주말 동안 온·오프라인 과외를 시범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이 곧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로이터는 이 정책이 학생들을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고, 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줄여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습니다.
 

아동 선행학습 금지…사교육 감독기구 신설

보도 이후 중국 교육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떨어졌습니다. 중국 정부는 로이터의 보도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방학에 과외 수요가 많고 맞벌이 부부 등의 양육 부담도 큰 만큼 진짜로 금지되겠느냐는 의견들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에 방학 동안 지나친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내용의 '네거티브 리스트'가 발표된 적이 있는 데다, 최근 중국 정부가 내놓은 조치들을 보면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 교육당국은 지난 1일부터 유치원과 학원에서 3~8세 아동에게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것을 금지시켰습니다. 또 최근 교육 효과나 강사들의 자질 등과 관련해 허위·과장 광고를 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돈을 요구한 사교육업체 15곳을 적발해 총 3천650만 위안, 약 64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사진=펑파이)

특히 중국 교육부는 지난 15일 '교외교육훈련감독관리사'라는 조직을 신설했습니다. 이 조직은 학교 밖의 교육, 즉 사교육 시장을 감독하는 기구로, 온·오프라인 사교육기관 설립 인·허가와 관련 기준 및 제도 마련과 집행, 그리고 교육 내용과 시간, 강사 자질, 비용 감찰 등을 총괄합니다. 중국 매체들은 "그동안 사교육업체들이 난립하면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고, 심각한 경제적 부담과 교육 질서 방해를 가져왔다"며 별도 감독부서 설립을 옹호했습니다.
 

시진핑 "사교육 난립 문제 해결하라"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란 말이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중국은 유교 등의 영향으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습니다. 특히 수십 년 동안 지속돼온 '1가구 1자녀' 정책의 영향으로 자신의 하나뿐인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교육 경쟁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여기에 경제력이 성장하면서 사교육시장은 급속하게 팽창했습니다.
(사진=신화망)


신랑왕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에 등록된 사교육업체는 49만 개로, 올해 1~5월에만 4만 9천 개가 새로 생겼습니다. 중국의 온라인 교육기업인 TAL그룹은 유치원생에서 중·고등학생까지를 대상으로 한 중국의 사교육시장 규모가 올해 7천300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지난해의 4천억 위안보다 80%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사교육시장의 급성장은 교육비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일반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2005년 49만 위안에서 지난해에는 거의 200만 위안, 약 3억 5천만 원으로 치솟았습니다. 이는 가정 경제 부담과 교육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막대한 교육 비용은 집값과 함께,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에 열린 양회에서 중국 중서부지역의 교육 격차와 함께 난립하는 사교육기관 문제를 직접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일 칭하이성 시찰에선 "학생의 기본적인 학습은 학교 안의 교사가 책임져야 한다. 학교 안에서 하지 않고 학교 밖 학원에서 한다면,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라고 지적하며 "교육당국이 이를 바로 잡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신화망)


사교육 단속 강화 움직임에 많은 중국 학부모들은 "이제 가정 학습이나 명문 학군으로 이사 가는 수 밖에 없냐"고 묻고 있습니다. 대학 입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아이의 학습량을 줄이는 건 겁이 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교육당국은 올 초 학교 숙제의 양을 제한하는 방침을 발표했고, 일부 지역에선 명문 고등학교 입학 정원의 일부를 각 중학교에 골고루 할당하는 방식으로 학군제도를 손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사교육시장도 상당 부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정부의 바람대로 '맹모'의 교육열을 꺾고 출산율까지 높이는 성과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송욱 기자songx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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