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10배 늘었다"..네이버 넘은 카카오의 미래[판교역 1번 출구]

배윤경 2021. 6. 1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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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역 1번 출구-8] 이번주 인터넷 업계에선 순위 싸움이 상당했습니다. 진격의 카카오가 네이버 시가총액을 넘어 국내 3위 기업에 오르더니 다시 네이버가 3위를 탈환했고 재차 카카오가 3위를 차지하는 등 순위 싸움이 벌어진 겁니다. 조 단위로 움직이는 기업 시가총액의 순위가 시간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달 17일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482조원, SK하이닉스는 92조원으로 한동안 1·2위는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카카오(65조원)와 네이버(63조원)의 3등 싸움은 당분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진 제공 : 카카오]

계열사만 114개…6년 만에 10배 늘어

최근 몇 년 사이 카카오의 사업 확장은 놀라울 정도 입니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신사업 진출과 함께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워왔죠. 신규 사업에 성공할 경우 해당 사업부나 계열사 직원들이 받게 되는 금전적인 혜택이 상당하기 때문에 유능한 직원들의 동기부여도 확실한 편이라고 합니다.

일각에선 그런 카카오를 두고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죠. 알파벳과 같은 글로벌 회사들의 무한 세포분화를 감안하면 플랫폼 기업의 특성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카카오가 정말 문어 빨판 같은 흡입력으로 공격적인 세력 확장을 하고 있는 걸까요. 카카오 계열사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요.

카카오의 사업보고서를 확인해본 결과 올해 1분기 말 기준 카카오의 연결대상 종속기업은 114개에 달합니다. 카카오란 이름을 달지 않은 계열사도 상당하고 스타일리스트업 같은 다소 생소한 업종의 기업도 계열사로 두고 있습니다. 서울, 경기, 제주는 물론 미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방콕, 자카르타, 영국, 네덜란드에 이르기까지 국가도 다양합니다.

카카오 사무실 [사진 제공 : 카카오]
카카오는 국내 1위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포함해 광고, 게임, 뮤직, 커머스, 지식재산권(IP) 등의 사업에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모빌리티, 결제, 쇼핑도 빠질 수 없죠. 의결권의 과반수를 소유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부는 실질적인 지배를 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들의 실적이 모두 카카오의 몸집이 되는 겁니다.

카카오는 국내 계열사 120개, 해외 계열사 219개 총 339개를 보유한 SK에 이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올해 국내 전체 지주회사의 평균 자회사 수가 5.5개가 불과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규모입니다. 7년 전만 하더라도 카카오 계열사 수가 26개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5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많은 카카오 계열사, 정말 문어발일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2006년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을 설립하면서 100인의 최고경영자(CEO)를 양성하면 성공이란 목표를 밝힌 바 있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혁신기업에 투자해 카카오와 함께 커가도록 지원하고자 한 겁니다.

김 의장의 목표는 20년도 안 돼 이뤄졌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계열사만 114개에 달하니까요.

카카오의 가장 큰 강점으로 이들 계열사와 이곳에 포진한 CEO 풀이 꼽히기도 합니다. 한 기업을 키워본 유능한 경영자들이 많을수록 그룹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건 당연지사일 겁니다.

그런데 몇 년 사이 새로운 사업이 공격적으로 진출하다 보니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나옵니다.

예를 들어 택시 업계에 진출한 카카오가 '길에서 잡아타는 택시'에서 '앱으로 탑승 예약하는 택시'로 택시 문화를 완전히 바꾸는 혁신을 보여주기도 한 반면, '콜 몰아주기' 같은 계열사 지원 의혹으로 비판받는 등 사업군이 뻗어나갈수록 타 기업과 사업자 간 갈등도 늘어났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영어 교육 업계나 골프 업계 등에 진출하면서 골목상권만 건드리고 혁신기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이어졌죠.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오피스 앞을 관계자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 : 한주형 기자]
카카오 계열사는 특히 유사 사업군에서 가지처럼 뻗어나가 있습니다. 택시 업계에서만 보더라도 택시여객, 일반택시, 고급택시, 콜택시, 대리운전, 택시 운송 지원 서비스업, 위치 기반 서비스업, 주차장 운영·관리업 등으로 세부 계열사들이 촘촘히 나뉩니다. 콜택시로 사용자들을 끌어모았다면 고급택시나 대리운전, 주차장 사업 등으로 시세를 확장하기 좋으니까요.

실제 카카오 파워도 상당한데요. 다들 한 번씩은 신규 서비스를 내려받는 대신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받는 프로모션에 참여한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새로운 서비스는 모객이 가장 난제인데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통해 신규 서비스 유입이 훨씬 수월하거든요.

지난해 12월 출시된 카카오톡 지갑은 100일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넘겼습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카카오톡 지갑을 써야 하는 식으로 지원사격이 이뤄졌는데, 하나의 서비스를 쓸 경우 연계 서비스를 같이 이용하는 록인(Lock In) 효과가 상당합니다.

카카오 로고
반대로 과도한 레버리지 경영과 상호·순환출자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룹 전체가 흔들렸던 과거 문어발식 확장과는 다르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자금은 없는 회사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카카오의 힘을 빌려 회사와 산업을 키우고 있단 겁니다. 투자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서비스 확대에도 주력한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김 의장이 경영권을 자녀에게 넘겨주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재산의 절반(5조원 안팎)을 기부하기로 한 것도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김 의장의 자녀들이 카카오의 2대 주주인 케이큐브홀딩스에서 근무하고 있긴 하지만 카카오는 국내 대다수 정보기술(IT) 대기업이 그렇듯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됩니다. 사회문제 해결에 공헌하겠다는 김 의장의 기부 철학을 실현할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의 이사진도 최근에 확정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00인의 CEO 양성에 이어 100개의 사회문제 해결이 가능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bykj@mk.co.kr]

판교역 1번출구는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출구입니다. IT 업계 이슈는 물론 직장인들의 관심사를 쉽고 감각적으로 전달해 드립니다. 다음 기사에선 네이버의 자사주 효과를 살펴보겠습니다. 네이버는 미래에셋·CJ·신세계와 잇따라 지분교환에 나섰음에도 여전히 조 단위 자사주를 갖고 있는데요. 이걸 어떻게 활용해나가고 주식 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리는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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