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수출 전진기지' 인천 전국 물량 80~90% 처리하는 인천내항

고석태 기자 2021. 6. 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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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24시]

지난 10일 낮 인천광역시 중구 인천내항 제3부두. 정박한 5만t급 대형 차량 운반선 안으로 차량 20여대가 줄지어 들어갔다. 잠시 후 승합차와 작은 차량 2대가 나오더니 또다시 20여대가 배 안으로 이동했다. 인천항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중고차들을 배에 선적하는 모습이다. 중고차 선적은 ‘갱’들이 맡는다. 항운 노조에 가입된 운전자 조직이다. 한 ‘갱’에 약 10여명이 소속돼 야적된 중고차들을 배에 싣고 뒤따라간 승합차 등을 타고 나와 다시 중고차들을 배로 옮기는 일을 반복한다. 이들이 이 배에 실어야 하는 중고차는 모두 4500대. 하루 최대 선적 물량은 1200대여서 꼬박 4일간 작업한다.

인천 중고차 선적 모습

◇인천은 중고차 수출 전진기지

인천은 우리나라 중고차 수출의 80~90%를 담당하는 곳이다. 한국무역협회와 인천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중고차 수출 물량은 총 34만5609대. 코로나 여파로 2019년(46만9876대)에 비해 26%나 줄었다. 중고차 수출업체 ‘버택스쉬핑’의 이용국 사장은 “차를 실어 나를 배편을 구하지 못한 것이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이유”라며 “2019년 중고차 수출로 벌어들인 금액이 13억8100만 달러였는데 빨리 회복돼야 나라 경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중고차 부두 모습/인천항만공사

중고차 수출은 올 들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올 4월까지 중고차 수출은 14만4504대로 지난해(10만2519대)보다 40%나 늘었다. 한국산 중고차는 전 세계 170개국으로 팔려나간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주요 고객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리비아는 2019년에 한국 중고차 21만대를 구매했다. 리비아의 대표적인 ‘큰 손’이 Doroub Libya 주식회사의 하이삼 후세인(45·Heitham S.H. Hussien) 회장이다. 44개 계열사를 거느린 리비아 재계 순위 5위권 석유 재벌 ‘알에타(AL ETAH)’ 가문의 일원으로서 매년 12만대에서 14만대 정도의 한국 중고차를 사 간다. 작년에는 코로나 여파가 있었지만, 10만1748대를 수입했다.

리비아 중고차 수입 업자 하이삼 회장.

◇리비아의 ‘큰 손’ 하이삼 회장

인천 송도국제도시 사무실에서 만난 하이삼 회장은 “리비아 현지에서 한국 중고차는 유럽 등 다른 나라 자동차보다 훨씬 잘 팔린다”고 했다. 가격 대비 옵션이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동차 강국인 독일 차만 해도 같은 가격에 파워 윈도우 기능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 리비아는 2011년 카다피 사망 이후 연식 제한이 풀리면서 한국 중고차 수입이 급증했는데, 산유국이다 보니 디젤보다는 가솔린 차량을 선호한다.

하이삼 회장은 “한국 중고차를 수입하면 정비를 위해 타이어를 비롯한 차량 부품도 같이 수입해야 한다”며 “한국의 타이어 업체 및 부품 업체 여러 곳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영주권을 갖고 있으며 명예 인천 시민증도 받은 하이삼 회장은 “코로나로 리비아에 못 간지 1년 반이 넘었다”며 “4남매를 두고 있는데 큰아이는 리비아 말보다 한국 말을 더 잘한다”고 웃었다.

◇모두에게 필요한 ‘스마트 오토 밸리’

하이삼 회장은 “일본은 연간 170만대 정도의 중고차를 수출하고 있다”며 “한국도 중고차 정비와 주차 문제를 해결할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100만대 수출을 쉽게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삼 회장은 이 ‘인프라’를 위해 지난해 인천항만공사를 찾아가 항만공사가 추진하는 ‘스마트 오토밸리’가 조속히 완공될 수 있도록 부탁하기도 했다.

인천항만공사는 총 사업비는 1500억원을 들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인근인 인천시 중구 항동 7가 39만6000㎡ 부지에 2025년까지 ‘스마트 오토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수출 선적을 앞둔 중고차 주차시설과 경매장, 검사장, 세차장, 자동차 정비와 부품판매 등 부가시설이 들어선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중고차 수출은 지역 일자리와 세수 확대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매우 큰 몫을 차지한다”며 “배후산업인 운송업, 정비업, 은행·환전 등 56개 업종까지 따지면 약 4조원의 부가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선적 기다리는 수출 중고차. 앞 유리창에 수출되는 지역, 차대 번호, 소유주 등이 기록돼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중고차 물류 클러스터 조성에 따른 교통 체증 등을 해결하기 위해 ‘남항 우회도로 건설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인천항만공사는 인천중부소방서 연안119안전센터 인근과 인천 남항 옛 CJ 대한통운 부두를 연결하는 교량(길이 1.3㎞)을 건설한다. 남항 우회도로가 생기면 화물차들이 연안부두 인근 주거 지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제2경인고속도로와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이사회 격인 항만위원회 의결을 거쳐 남항 우회도로 건설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인천 지역은 지난해 중고차 수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해 홍역을 앓았다. 옛 송도유원지에 산재해 있는 중고차 수출업체들이 외국으로 보내지 못한 중고차들을 감당하지 못해 불법 주차가 극심했던 것. 이용국 사장은 “올 들어 조금씩 수출 적체가 해소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해운 사정이 완전히 나아지지는 않았다”며 “주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스마트 오토밸리 같은 시설이 하루빨리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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