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교'의 시간..한국의 전략은?

김찬호 기자 2021. 6. 1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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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다시 외교의 시간이다. 지난 6월 11~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다자외교 재개의 신호탄이 됐다. 한국은 2년 연속 G7 정상회담에 초대되며 이들 국가의 핵심 파트너임을 공인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두고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G7 국가들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높아진 위상만큼 비용이 따른다. 당장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중국’ 전선에 한국이 포함됐는지부터 문제다. 중국과의 관계는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멀어질 수도 가까워질 수도 없는 존재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일본의 견제를 넘어야 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6월 13일 “G7을 한국을 포함한 민주주의 11개국(D11)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일본이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일본과의 마찰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를 다지는 데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국제질서를 한국을 포함한 가치동맹에서 찾는다. 반면, 한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외교에 나서야 한다. 미국, 북한을 동시에 살펴야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G7 정상회담은 이러한 한국 외교의 특수성을 잘 보여준다.

G7 정상회담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 문제와 연결되는 대중국 전선

G7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받는 결과는 ‘중국 견제’다. 총 70개 항목으로 구성된 공동성명 중 3개 항목에서 중국이 지적됐다. 이들 항목에 포함된 내용은 가볍지 않다. 16번째 항목에서 ‘코로나19 기원을 밝히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미 중국은 여러 차례 코로나19 기원 의혹을 부인했다. 조사 역시 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갈등을 전제한 조항이 됐다.

다음 두개 항목은 더욱 민감하다. 49번째 항목에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를 포함한 중국 내 인권문제, 홍콩의 자치권 문제’가 포함됐다. 또 60번째 항목에는 ‘대만해협 안정 및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언급됐다. 이는 중국이 오랜 기간 내정 문제라고 주장해온 사안들이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이 국제연대를 통해 대중국 봉쇄를 시도한 것”이라며 “신장, 홍콩, 대만 등의 문제를 강조해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코로나19 기원 문제를 제기하는 것 역시 국제연대를 강화하는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문제를 다룬 G7 공동성명을 두고 한국은 “우리 의사가 반영됐거나 서명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중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중국과 갈등 상황을 피하고 싶은 것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G7 국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정상회담이 끝나자 독일, 프랑스, 영국의 정상들은 “우리는 반중국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국 이익 최선’이라는 현실주의 관점에서 손익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중국을 완전히 적으로 돌리는 것은 G7, 나토, 쿼드 어디라도 쉽지 않은 문제”라며 “한국은 G7 정상회담 내에 있는 특별회의만 참여한 만큼 공동성명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한국이 대중국 전선에 올라탔다는 일각의 주장은 너무 성급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확대회의 모습.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재인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연합뉴스


한국이 ‘대중국’ 전선에 동참하기 어려운 것은 북한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G7은 북한 문제를 중국 문제의 연결선상에서 다루고 있다. 공동성명 58번째 항목에는 ‘북한의 불법적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포기(CVIA)’와 ‘모든 국가가 유엔 결의안과 그와 관련된 제재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등이 명시됐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핵화, 인권문제 등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모든 조항이 다 들어갔다”며 “이중 대북제재에 관한 내용은 사실상 중국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즉 한국이 반중국 전선에 합류하면 자연히 대북제재 강화에도 힘을 실은 셈이 된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정부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김 교수는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반도 문제를 이용할 수 있다”며 “한쪽 편을 들기보다 실리를 취하는 외교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왼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일본과 대화 원하는 정부

G7 정상회담을 통해 드러난 또 다른 문제는 일본과의 관계다. 징용·위안부 문제에 이어 최근에는 독도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G7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도 나왔지만 한일 정상회담은 끝내 불발됐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 원장은 “한일관계는 상호신뢰가 상실된 상황”이라며 “일본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 대통령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징용·위안부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 확립돼야 향후 대화나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역시 “G7에서 양국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처음부터 희박했다”며 “이번 정부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한국 때리기’를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일본은 10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손 원장은 “일본 정치의 우선순위에 한국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스가 총리는 방역과 도쿄올림픽 성공이 더욱 중요한 문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한국 정부다.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담을 마치고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일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오는 7월 도쿄올림픽에 맞춰 문 대통령이 방일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에 대한 보다 강경한 대응을 주문한다.

하지만 김 원장은 “문 대통령이 일본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손해볼 것 없는 전략”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대화 제의를 거절하는 일본이 상당히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를 구걸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외교적으로 열려 있다는 사실은 적극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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