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소풍 온 듯 행복하게"..박기석씨의 농장에 살으리랏다

김홍철 기자 2021. 6. 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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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은 내려놓는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소풍 가는 길"

[편집자주]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귀농 7년차 박기석씨(55) 부부가 경북 상주시 은척면에 있는 자신의 생태순환농장에서 직접 키운 채소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상주=뉴스1) 김홍철 기자 = 경북 상주시 은척면 인적 드문 시골에 있는 '생태순환농장'은 귀농 7년차 박기석씨(55)의 삶의 터전이자 주말이면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주말농장이다.

이곳에서는 토마토, 쌈 채소 등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하며 주말이면 도시 아이들에게 체험공간을 내어주고 있어 대부분 사람들은 이곳에 소풍을 오듯 다녀간다고 한다. 그래서 농장의 이름도 '소풍'이다.

박씨는 서울에 있는 대형 유통회사에서 20년을 근무하던 중 여느 도시인들처럼 사람에 지치고 직장생활에 지쳐 시골에서 가난하게 살더라도 행복할 수 있겠다 싶어서 귀농을 결심했다.

그는 조금 더 자유롭고 생활과 삶이 일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땀 흘린 만큼만 얻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시골로 내려왔다.

◇도시 떠나 시골 오니 하루하루가 주말농장 소풍 온 기분

박씨의 생태농장은 조금은 남다른 체험농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의 농장은 환경을 지키는 노력으로 자연생태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자연을 통해서 생명 존중과 생태적 정보 지식을 얻고 아이들에게 자연 감수성을 일깨워주며 상상력과 창의적 사고를 갖게 해주는 자연 친화 공간이다.

필요한 것들을 가능한 한 자연에서 구하고 또 자연으로 다시 돌려줄 수 있는 농장을 운영하는 게 그의 꿈이었다.

그는 소원대로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직접 미생물을 활용해 퇴비를 만들어 사용한다.

박씨는 자신의 농장에 소풍을 오듯, 누구든 와서 자연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농장 이름도 '소풍'이라고 지었다.

그가 생태순환농장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도시인들에게 농촌에 대한 좋은 기억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농촌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는 사람은 농촌에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체험농장을 개방해 농작물을 나눠 먹는다.

경북 상주시 은척면 마을 전경© 뉴스1

◇실패는 성공의 또 다른 이름…1년간 700만원 손해

박씨 부부가 처음 시골로 왔을 때 가장 먼저 심은 작물은 바로 감자였다.

초보 농사꾼의 첫 농사 치고는 비교적 큰 7400평 규모의 부지에 감자를 심은 것도 모자라 양파와 콩도 심었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다.

1년 내내 땀 흘려서 노동한 대가는 2300만원. 1년 동안 사용한 경비며 이것저것 빼고 나니 700만원 손해를 봤다.

그래서 박기석씨는 생각을 바꿨다. 아내와 단둘이 농사를 지으려면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가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품 대량생산의 경우에는 경영비용이 많이 들지 않더라도, 가격은 보장되지 않아 실패 확률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

또 판로에 따라 경작이 가능한 정도의 다품종 소량 생산을 원예작물과 섞어 연중 생산 출하하는 구조로 바꿨다.

할 수 있는 만큼 타이밍 봐서 조금씩 차례대로 하니 우려했던 점과 어려움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현재 그는 원예작물을 포함해 다품목 소량생산과 대량생산을 복합해서 농사를 짓는다.

그 결과 매년 육묘 800만원, 토마토 1000만원, 참깨·들깨 800만원, 벼농사 200만원, 감자·콩·양파 등 1000만원, 특수채소류 2000만원, 농장 체험·강사료 300만원 등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가 습관처럼 말하던 '가난하게 살지만, 행복한 삶'을 충분히 얻은 셈이다.

경북 상주시 은척면에 있는 박기석씨 생태순환농장을 찾은 이용객들이 주말농장 체험을 하고 있다.© 뉴스1

◇귀농 덕분에 건강·정직·근면·성실…1석 4조 행복한 삶

박씨는 농장 운영에 대해 “관절도 아프고 술 먹을 일이 너무 많고 도시보다 더 바쁘고 할 일도 너무 많아 정말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르겠어요. 하하”라고 힘들다며 투정 부리듯 말했지만 말속에는 행복감이 묻어났다.

이어 그는 “귀농 덕분에 더 정직해지고 더 부지런해지고 더 건강해지고 더 일찍 자고 더 일찍 일어나고 자연과 함께 제 인체 시계도 바뀌었네요"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박싸는 "시골 생활이 지금보다 안정화 되고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고 화합하면서 편하게 사는 게 꿈이라는 아내와 농촌에서 늙어가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는 매일 소일거리가 있고 언제나 다른 풍경을 선물해 주는 자연이 있어 하루하루를 즐겁게 소풍 나온 기분으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지금보다 농사를 줄일 계획이지만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과 협업농장을 해보는 것이 또 하나의 소원이라고 한다.

◇"귀농은 돈번다는 생각 버리고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

박씨는 "귀농은 로망이 아니라 현실이다. 낯선 시골에 들어가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귀농은 진입장벽이 높아 이를 각오하고 와야 실패할 확률도 줄어든다"며 "좋은 멘토를 찾고 내가 할 수 있는 목표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귀농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이어 그는 "농촌에는 노는 땅도 많고 빈집도 많다고 쉽게 생각하는데 그렇게 접근했다간 실패하기에 십상이고 농기계, 농자재 등 구입해야 할 것도 많아 농사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대부분 사람들이 농사를 잘 짓겠다는 생각보다 소득을 많이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게 되는데 이러면 결국 투자의 반도 회수하지 못하고 반드시 실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너무 큰 그림은 한발 한발 귀농을 향해 내딛는데 있어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며 "차근차근 준비해서 내려와야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귀농 전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작물 생리학과 토양학 관련 서적을 추천했다.

그는 "귀농 후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것들이 바로 식물과 토양인데 이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농사짓고 살기 힘들다"며 "귀농을 준비한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권장 도서"라고 했다.

귀농 7년차 박기석씨(55) 부부가 경북 상주시 은척면에 있는 자신의 생태순환농장에서 재배한 상추를 뜯고 있다© 뉴스1

wowc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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