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디즈니·픽사 '루카' 두려움의 경계 너머
익숙하고 안전한 나의 세상이라는 경계를 넘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도전을 할 때, 나를 가장 두렵게 하는 건 사실 내 안의 목소리다. 나를 두렵게 하고 주저하는 목소리에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안녕을 고하고, 나를 응원해준 어린 시절 소중한 우정을 돌이켜 보는 영화가 '루카'다.
바다 밖 세상이 무섭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한 호기심 많은 소년 루카는 자칭 인간 세상 전문가 알베르토와 함께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로 모험을 떠난다. 그러나 물만 닿으면 바다 괴물로 변신하는 비밀을 들키지 않으려는 루카와 알베르토의 인간 세상 여정은 늘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새롭고 보다 넓은 세상으로 향하고 싶은 루카와 알베르토는 꿈에 그리던 스쿠터를 마련하기 위해 인간 마을에서 만난 친구 줄리아와 함께 포르트로소 컵 우승을 위해 또 다른 모험을 준비한다.
어릴 적 누구나 모험과 자유를 원하지만 부모님의 걱정 어린 말들과 내면의 두려움으로 인해 새로운 세상, 새로운 일들을 향해 한 발 내디디는 것조차 힘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비단 어린 시절 나의 모습만이 아니다. 마음에 그어 놓은 선명한 경계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는 한다.
'루카'는 그러한 두려움과 주저함의 경계를 넘어서 생의 첫 경험,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한 존재의 이야기를 바다 괴물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려낸다.
바다 괴물인 루카는 물 밖으로 나오면 비늘이 사라지고 꼬리 대신 다리가 생겨나 인간의 모습으로 바뀐다. 그렇기에 루카에게는 물리적 경계와 내면의 경계가 모두 존재한다. 바다라는 자신의 안식처이자 안정감을 느끼는 생활공간을 넘어, 자신의 외적 모습은 물론 모든 면에서 낯선 수면 밖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경계를 돌파한다는 의미다.
루카가 안팎의 경계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고 두려움을 떨쳐내는 과정, 그 안에서 영화는 남들과 다른 모습을 지니고 무리의 경계 바깥에 위치한 이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바다 괴물이자 내면의 두려움을 지니고 있는 루카, 그를 바다 바깥세상으로 이끌었지만 그 안에 홀로 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던 알베르토, 매번 같은 이유로 포르트로소 컵 대회에서 완주에 실패한 줄리아는 서로가 가진 부족함을 채우며 우정을 쌓아나간다.
그들을 하나로 엮은 것은 포르트로소 컵 출전과 우승에 대한 의지이자, 순수한 우정이다. 그렇기에 이후 루카와 알베르토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도 줄리아는 이들을 편견 없이 바라본다.
이러한 이야기 사이사이를 채우는 것은 반짝거림을 한껏 머금은 푸른 바다, 이탈리아 해변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과 정감 어린 골목길, 동화적 색채를 지닌 그림과 따뜻함이 맴도는 감독의 상상력이다. 감독이 이탈리아에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말했듯이, 영화는 곳곳에 이탈리아만의 감성이 녹아나 있다.
언뜻언뜻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탈리아 배경의 영화와 이탈리아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흔적들도 발견할 수 있다. 이 또한 '루카'만이 갖는 또 다른 재미다.
영화를 보고 나면 나도 모르게 알베르토가 루카에게 알려준 마법의 주문과도 같은 "닥쳐, 브루노! (Silenzio, Bruno!·실렌치오, 브루노!)"를 외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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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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